“3200메가픽셀 카메라도 동원”…네이처, 과학사진으로 본 기후와 생태 경고
고해상도 광학 장비와 천문 관측 기술, 기후 과학 연구를 뒷받침하는 촬영 장비가 결합한 과학 사진들이 한 해의 과학 기술과 지구 환경의 단면을 압축해 보여주고 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가 선정한 2025년 올해의 과학 사진에는 태양을 배경으로 한 스카이다이빙, 지구 대기 상층에서 포착된 붉은 번개, 3200메가픽셀 카메라로 촬영한 우주 사진, 기후 변화로 인한 도시 대형 화재 등 첨단 촬영 기술과 과학적 관찰이 결합된 장면이 대거 포함됐다. 학계와 업계에서는 이번 선정이 과학 이미지가 더 이상 단순 기록을 넘어, 데이터와 인식 변화를 동시에 이끄는 시각 도구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보고 있다.
17일 학계에 따르면 네이처는 최근 2025년 올해의 과학 사진을 발표했다. 특정 순위는 매기지 않았지만, 선두에 배치한 대표 이미지로 태양 위를 걷다라는 제목의 사진을 제시했다. 이 사진은 스카이다이버가 태양 표면을 배경으로 완벽한 실루엣을 그리며 뛰어내리는 장면을 담았고, 배경에는 대형 태양 흑점이 선명히 관측된다. 촬영을 위해 천체 사진작가 앤드루 매카시와 스카이다이버 가브리엘 브라운은 특수 제작 태양 망원경을 활용해 수개월간 관측 타이밍과 점프 궤적을 정밀 계산했다. 강력한 태양광을 필터링하면서도 흑점 구조를 분해해 보여줄 수 있는 광학 필터와 추적 장치가 동시에 동원된 사례다.

올해 10월 뉴질랜드 상공에서 포착된 붉은 번개 사진도 명단에 올랐다. 붉은 번개로 불리는 이 현상은 지상 번개와 연결된 상층 대기 방전으로, 성층권 위 상층에서 위쪽으로 솟구치는 전기 에너지 분출이다. 수 밀리초 단위로 번쩍이는 불규칙한 형태로 인해 관측과 기록 자체가 어려운 편인데, 이번 사진은 고감도 센서와 초고속 셔터를 활용해 세밀한 형상을 그대로 담아냈다. 과학계에서는 이런 상층 대기 방전 촬영이 대기 전기장 구조와 지구 기후 시스템 연구에 쓸 수 있는 관측 데이터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전 생물학과 수의학 분야의 현장을 보여주는 코뿔소 소생 사진도 눈길을 끈다. 케냐의 검은 코뿔소는 국제 보호 활동과 개체군 관리 프로그램 덕에 멸종 직전에서 일부 회복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밀렵과 서식지 파괴로 보호가 까다로운 종이다. 이번 사진에는 수의사 팀이 병든 코뿔소를 진정시키고 치료한 뒤 자연으로 다시 방사하는 모습이 담겼다. 네이처는 코뿔소가 진정 상태에 있을 때조차 이 강력한 동물을 안전하게 다루기 위해 요구되는 고도의 수의학 기술과 팀 단위 협업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거미의 성적 이형성을 극적으로 드러낸 사진도 포함됐다. 인도에서 촬영된 오싹한 포옹이라는 제목의 게 거미 사진은 암컷과 수컷의 극단적인 체격 차이를 시각적으로 강조한다. 일부 게 거미 종에서는 암컷이 수컷보다 최대 60배까지 클 수 있고, 구애에 나선 수컷이 교미 후 포식될 위험도 존재한다. 사진은 고배율 접사 렌즈와 얕은 피사계 심도를 활용해 두 개체의 밀접한 접촉 순간을 극도로 압축된 시야 안에 담아, 동물 행동학과 진화 생물학 연구에서 언급되는 교미 포식 위험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머나먼 우주를 포착한 첫번째 빛 사진은 차세대 천문 관측 인프라의 기술 수준을 상징한다. 2025년 가동에 들어간 칠레 베라 C 루빈 천문대는 현재 세계 최대급인 3200메가픽셀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넓은 하늘 영역을 초고해상도로 스캔한다. 네이처가 소개한 이미지는 이 카메라가 촬영한 수백 장의 이미지 데이터를 합성해 만든 것으로, 오른쪽 상단에는 삼렬 성운과 석호 성운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초고해상도 촬영 덕분에 성운 내부의 별 탄생 영역과 가스 구조가 이전보다 세밀하게 분해돼, 천체물리학자들이 별 형성과 은하 진화 모델을 검증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관측 자료로 가치가 크다.
기후 변화와 도시 취약성을 드러낸 도시의 불지옥 사진은 디지털 이미지가 기후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보여준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올해 초 발생한 역사상 가장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화재의 여파를 촬영한 이 사진은, 불길이 휩쓴 주택가 잔해와 곳곳에서 아직 살아 있는 불씨를 동시에 담았다. 초고해상도 항공 촬영과 적외선 센서 기반 화염 감지 기술이 결합되면, 이런 이미지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산불 확산 예측 모델 고도화와 도시 방재 계획 수립에 쓰일 수 있다. 네이처는 지구 온난화와 가뭄 심화로 유사한 도시 대형 화재 발생 빈도가 향후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칠레 비야리카 화산이 만들어낸 불의 고리 사진은 화산학과 대기 과학이 맞닿는 장면이다. 사진에는 화산 분출로 흘러나온 용암의 빛이 상공의 원형 구름 두 개를 붉게 물들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화산에서 나오는 열과 에어로졸 입자는 대기의 미세 구조를 바꾸며 구름 생성에 영향을 주는데, 사진과 같은 고해상도 야간 촬영은 화산 활동과 대기 역학 간 상관관계를 시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참고 자료로 쓰일 수 있다.
한편 네이처는 생태계 관찰이 반드시 장엄한 장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유머러스한 장면도 함께 선정했다. 개구리 싸움이라는 제목의 사진은 두 마리 수컷 녹색개구리가 물 위에서 몸을 뒤엉킨 채 격렬하게 영역 다툼을 벌이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 사진은 13세 사진작가 그레이슨 벨이 촬영했고, 그는 한 개구리가 상대를 물속에 밀어 넣는 모습을 원치 않는 개종자의 세례라는 이름으로 표현했다. 행동 생태학 관점에서 보면 이런 장면은 습지 서식지 축소와 수질 변화 속에서도 개체들이 어떻게 번식 경쟁을 이어가는지 보여주는 데이터가 될 수 있다.
생태계 파괴와 야생동물의 적응을 대조적으로 드러낸 매달려 버티기 사진도 눈에 띈다. 인공 구조물인 가시 철조망에 매달려 있는 나무늘보는 평온한 얼굴과 느긋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배경에는 인간이 확장한 경작지와 인프라가 암시돼 있다. 네이처는 이 사진이 야생 서식지 파괴가 전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인간이 지구 자원의 관리자로서 어떤 인프라 설계와 보호 정책을 선택해야 하는지 다시 묻는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네이처의 이번 선정이 고해상도 센서, 특수망원경, 초고속 촬영, 대형 천문 카메라 등 광학 IT 기술이 기후 변화, 생물다양성, 우주과학 연구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고 본다. 과학계 관계자들은 데이터로서의 사진과 인식 전환을 이끄는 이미지의 역할이 맞물리며, 향후 과학 사진이 연구 인프라이자 공공 소통 도구로 동시에 활용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런 기술이 실제 기후 대응 정책과 보호 활동에 어떤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계속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