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고속도로 공동구축”…아마존, 韓 인프라 투자로 AI전환 가속
인공지능과 클라우드가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좌우하는 인프라로 부상한 가운데, 한국 정부와 글로벌 빅테크 기업 간 협력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국가 차원의 AI 고속도로 구상과 글로벌 사업자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가 맞물리면서, 한국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AI 인프라 허브로 부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의를 한국 기업의 AI전환, 이른바 AX 경쟁의 분기점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5일 임문영 상근 부위원장이 아마존 글로벌 대외정책 및 법무 총괄 수석 부회장 데이비드 자폴스키와 면담을 갖고 국내 AI 인프라와 산업 전반의 AI전환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정부의 범부처 AI 전략을 총괄·조정하는 기구로, 인프라와 데이터, 규제 환경 전반에서 중장기 로드맵을 다루고 있다.

아마존은 이번 면담에서 한국 내 인공지능과 클라우드 인프라 투자 현황을 공유하고, 정부가 추진 중인 AI 고속도로 프로젝트와의 구체적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 특히 공공부문에서의 AI 도입 모델, AI 인프라 효율화 방안,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 확대 전략을 중심으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 측은 자사가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컴퓨팅 인프라와 클라우드 기반 개발 도구를 묶은 풀스택 AI 지원 체계를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풀스택 지원은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기반 연산 자원부터 AI 개발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배포 환경, 운영·보안 관리까지 전체 기술 스택을 통합 제공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회사는 이러한 구조를 통해 국내 기업의 AI전환을 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기술·투자 논의는 아마존이 지난 10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 최고경영자 서밋에서 발표한 중장기 투자 계획과 맞닿아 있다. 당시 아마존은 올해부터 2031년까지 약 7조원 규모를 투입해 한국 내 AI 데이터센터 신설과 클라우드 인프라 확충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8년에 걸친 이 투자는 대형 데이터센터 신규 구축과 기존 인프라의 AI 워크로드 대응력 향상, 네트워크 고도화 등에 쓰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준비 중인 AI 고속도로 구상은 대규모 연산 자원과 초고속 네트워크, 공공·민간 데이터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AI 전용 인프라 기반을 의미한다. 기존 개별 기관·기업 단위의 분산된 시스템 대신, 국가 공용에 가까운 고성능 연산망을 구축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연구기관도 대형 언어모델과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 방향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존과의 협력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와 국가 인공지능 전용망이 연동되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시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클라우드를 통한 AI 개발 환경 확대는 국내 기업의 AX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대규모 AI 모델을 직접 구축하기 어려운 제조·유통·금융·헬스케어 기업들은 클라우드 상의 사전 학습 모델과 개발 도구를 활용해, 자사 데이터로 미세 조정된 서비스와 업무 자동화 솔루션을 더 빠르게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금융권의 위험관리 자동화, 유통업의 수요 예측, 바이오 기업의 신약 후보 탐색, 제조업의 설비 이상 탐지 등 다양한 산업군에 특화된 AI 활용 시나리오를 한국 시장에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 간 AI 인프라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생성형 AI 서비스 확산으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 수요가 폭증하면서, 주요 사업자들이 데이터센터 입지와 전력, 냉각, 망 인프라 등을 고려한 장기 투자 계획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국은 전력망 안정성, 해저케이블 연결성, 높은 5세대 이동통신 보급률 등을 바탕으로 아시아 태평양 거점 후보 가운데 하나로 거론돼 왔으며, 이번 아마존 투자 계획과 정부 협의는 이러한 움직임을 구체화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다만 대규모 AI 인프라 확대에는 전력 수급, 온실가스 배출, 냉각수 사용 등 환경·사회적 쟁점도 수반된다. 또 공공부문과 금융 등 규제 산업에서 클라우드 기반 AI를 활용하려면 데이터 국외 이전, 정보보호 인증, 재해 복구 체계 등 제도적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AI 고속도로와 글로벌 클라우드 인프라를 연계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주권과 보안, 서비스 안정성 간 균형점을 찾는 작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임문영 부위원장은 인공지능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기반 시설인 AI 고속도로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마존의 대규모 국내 AI 인프라 투자를 계기로 한국이 전 세계 AI 인프라 허브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업계는 이러한 글로벌 투자가 실제 국내 기업의 AI전환 성과와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제도·환경 과제가 어떻게 풀릴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