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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가 디지털전환 설계자” 한림대의료원, 현장 문제로 교육 혁신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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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헬스케어 기술이 병원 운영과 간호 현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가운데, 한림대학교의료원이 간호사를 디지털 혁신의 설계자로 키우는 교육 모델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단순 장비 도입을 넘어 간호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이를 디지털 솔루션으로 연결하는 역량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병원 기반의 스마트병원 구축 경험을 대학 교육과 연계해 확장하는 시도라 의료계와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내 파급력이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교육 방식이 디지털헬스케어 인력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은 19일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제1별관에서 제2회 간호 스마트를 잇다 행사를 열고, 간호 인재 대상 디지털헬스케어 비교과 교육과정의 성과를 공유했다. 의료원과 한림대학교 간호학과가 협력해 운영한 이번 프로그램은 디지털헬스케어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간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행사에는 해당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로 구성된 13개 팀이 참여해, 간호 현장에서 직접 도출한 문제를 바탕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디지털헬스케어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단순 기술 도입이나 장비 소개 중심이 아니라 환자와 간호사의 경험에서 출발해, 문제를 어떻게 구조화하고 개선 기회를 찾을 것인지에 방점이 찍혔다.  

 

발표 주제는 환자 안전 강화, 간호 업무 효율화, 병원 운영 개선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됐다. 공통점은 인공지능, 센서, 스마트기기 등 디지털 기술의 활용 여부보다 실제 병동과 외래, 중환자실 등 간호 현장에서 빈번히 발생하지만 체계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던 문제를 얼마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정의했는지가 핵심 평가 기준이 됐다는 점이다.  

 

대상은 AI 스마트 폴대 아이디어를 제안한 한림대학교 간호학과 3학년 유승윤, 윤여령, 우지민 학생 팀이 차지했다. 이 팀은 현재 낙상 예방 활동이 주로 침대 주변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 착안해, 수액 줄이 걸리거나 꼬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동 중 낙상 위험에 주목했다. 환자의 이동 동선, 수액 폴대 구조, 간호사 호출 패턴 등을 재조합해 낙상 위험을 재정의하고, 이를 AI 기반 감지 및 알림 시스템과 연계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은 이러한 비교과 프로그램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확장하기 위해 올해 2학기 한림대학교에 AI 헬스케어 창업 세미나 교과목을 신설했다. 의료원이 그동안 추진해 온 디지털의료와 스마트병원 구축 경험을 대학 강의 형태로 이전한 교육과정으로, 간호 인재를 디지털헬스케어 혁신의 주체로 육성하겠다는 병원의 중장기 전략이 반영돼 있다.  

 

특히 한림대학교의료원 도헌디지털의료혁신연구소 커맨드센터 김영미 부센터장 겸 간호사가 교육과정 설계와 운영에 직접 참여해 병원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축적된 실무 경험을 교재와 사례로 전달했다. 스마트병원 시스템 도입, EMR 활용, 간호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 등 현장에서 얻은 노하우를 간호 학생들이 초기 단계부터 접할 수 있게 됐다.  

 

교육 내용은 디지털헬스케어 기술 소개에 머물지 않고, 병원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구조화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강의에서는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스마트병원 사례와 더불어, 기대만큼 효율을 내지 못한 도입 사례도 함께 다뤘다. 기술은 뛰어났지만 실제 간호 업무 흐름과 맞지 않아 활용도가 떨어진 경우, 의료진의 수용성이 낮아 기능이 방치된 경우 등 실패 요인까지 분석해 학생들이 디지털헬스케어 적용 조건과 한계를 현실적으로 이해하도록 했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은 이를 통해 간호사가 환자와 의료진, 병원 운영 조직, 기술 개발자 사이의 요구를 연결하는 디지털헬스케어 허브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의료데이터 축적과 AI 활용이 가속화될수록, 환자 상태 변화와 업무 흐름을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직군이 간호사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번 행사를 총괄 기획한 김영미 부센터장은 간호사가 디지털헬스케어 시대에 맡게 될 역할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간호사는 의료서비스가 실제로 구현되는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이해하는 직군으로,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 설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헬스케어 환경이 복잡해질수록 간호사는 환자와 의료진, 병원 운영, 기술 개발자 간의 요구를 연결하며 현장 중심의 디지털헬스케어 구현을 이끄는 핵심 인재로서 역할이 확대되고, 간호 직무의 새로운 확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교육 모델이 디지털헬스케어 인력 양성 경쟁에서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에는 의사과학자나 의료데이터 분석 인력 중심으로 인재 전략이 짜여 왔지만, 실제 서비스 구현 단계에서는 간호인력이 디지털 도구를 어떻게 수용하고 재구성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간호 교육 과정에서부터 창업과 서비스 기획 관점을 함께 학습하는 사례는 아직 국내에서 많지 않아 향후 유사 프로그램 확산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은 이번 간호 스마트를 잇다 행사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만큼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의료원이 주도하는 지속 가능한 간호 인재 양성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헬스케어 관련 비교과와 정규 과목을 연계해, 의료 현장의 경험을 교육과 연구로 순환시키는 구조를 강화하고 향후 병원 현장에서 디지털 전환을 주도할 보건의료 인력을 체계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의료계와 IT 업계는 디지털헬스케어 인력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림대학교의료원의 이번 시도가 실제 산업 현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보고 있다. 간호 인력이 기술 도입의 수용자를 넘어 설계자와 기획자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가 디지털헬스케어 생태계의 다음 과제가 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기술과 현장, 교육과 제도 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 새로운 성장의 조건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서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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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학교의료원#한림대학교간호학과#디지털헬스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