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로 동물실습 바꾼다…라온메타, 부산대 협력 상용화
확장현실 XR 기술이 실험동물 교육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라온시큐어의 메타버스 플랫폼 자회사 라온메타가 부산대학교 동물실험윤리위원회와 손잡고 동물 희생 없는 XR 기반 부검 실습을 국내 대학 교육 현장에 도입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이를 동물실험 교육 분야에서 XR 상용화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라온메타는 8일 부산대 동물실험윤리위원회와 동물실험 실습 프로그램 협력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으로 라온메타의 XR 실험동물 부검 실습 콘텐츠가 부산대의 정규 동물실험 실습교육 프로그램에 시범 적용된다. 라온메타 측은 국내 실험동물 교육 분야에서 XR 기반 실습이 실제 교육 커리큘럼에 상용화 형태로 편입된 첫 사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핵심 기술은 라온메타의 메타버스 기반 교육 플랫폼 라온 메타데미다. 해당 콘텐츠는 실제 동물실험 연구실 환경을 고해상도 3차원 공간으로 구현하고, 가상 래트 개체를 통해 실습 준비부터 마취, 해부, 장기 관찰, 사체 처리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용자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나 PC, 태블릿을 통해 XR 환경에 접속해 절개 위치, 해부 도구 사용법, 장기 분리 순서 등을 단계별로 학습하게 된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실습 방식의 한계를 줄였다. 실제 생체 조직을 처음 다루는 초보 실습자가 겪는 살생에 따른 심리적 부담과 스트레스, 손 떨림이나 오조작 같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 실습에서 충분히 숙련된 뒤 실제 동물실험에 참여하도록 구성하면, 불필요한 반복 실험을 줄여 동물 사용 수를 감소시키고 부적절한 처치로 인한 동물 고통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회사와 대학 측의 설명이다.
XR 기술의 구현 방식도 교육용으로 최적화됐다. 실제 래트 해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부 단면, 장기 위치, 조직 색조 등을 세밀하게 모델링해 육안 관찰 경험을 최대한 가깝게 재현했다. 사용자가 잘못된 부위를 절개할 경우 오류를 즉시 피드백하고, 올바른 동작을 반복 학습할 수 있도록 시나리오형 튜토리얼과 퀴즈형 평가 모듈도 포함됐다. 이를 통해 기존 동물실습보다 단계별 숙련도 확인과 교육 성과 측정이 용이해졌다는 평가다.
시장성과 교육 현장 수요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수의학과, 의과대학, 치과대학, 약학대학, 생명과학 관련 학과들은 매년 동물실험 실습 교육 의무가 있지만, 인체 안전시설과 장비, 동물 사육 인프라 부족으로 실습 기회가 제한되는 곳이 많다. XR 기반 실습은 시설 접근이 어려운 학생도 표준화된 동일 콘텐츠를 반복 학습할 수 있게 해 교육 격차를 줄일 수 있다. 해외 원격 수업이나 야간·방학 집중 과정에도 활용이 가능해 비대면 교육 인프라와의 결합도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의료·수술 교육용 VR·AR 솔루션이 확산되는 추세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외과 시뮬레이터, 정형외과 수술 연습용 XR 시스템, 응급의학 대응 훈련 플랫폼 등이 상용화돼 의료기관과 대학에 공급되고 있다. 다만 실험동물 부검과 동물실험 교육에 특화된 XR 솔루션은 아직 초기 단계로, 라온메타처럼 한미 양국에서 특허를 확보하고 대학 공식 커리큘럼에 반영된 사례는 드문 편이다. 글로벌 경쟁사 대비 특허 기반 기술 우위를 조기에 확보했다는 점에서 향후 해외 진출 레버리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동물윤리와 규제 환경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최근 실험동물 사용을 둘러싼 사회적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3R 원칙, 즉 대체 Replacement, 감소 Reduction, 개선 Refinement을 충족시키는 교육·연구 방법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각 대학 동물실험윤리위원회는 동물실험 승인 심사 과정에서 대체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엄격히 검토하고 있으며, 사전 교육과정에서 동물 희생 최소화를 위한 프로그램 도입을 권장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XR 기반 실습은 실제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대체 수단으로 3R 원칙을 충족시키는 도구로 평가될 수 있다.
라온메타는 지난달 XR 기반 실험동물 부검 실습 기술에 대해 한국과 미국에서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특허는 실제 해부 과정을 가상 환경에서 단계별로 구현하고 학습 성취도를 측정하는 인터랙티브 시뮬레이션 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박종원 라온메타 경영본부장은 한국과 미국에서의 특허 등록 직후 교육 현장에 기술이 즉시 적용된 것은 XR 기반 실습의 필요성과 상용화 경쟁력을 동시에 입증한 중요한 사례라고 강조하며 앞으로도 XR 기술 고도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통해 사회 문제 해결형 기술 모델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대 측도 교육 현장 적용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황대연 부산대 동물실험윤리위원장은 매년 실시되는 동물실험 실습교육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라온메타 XR 실습 기술을 시범 적용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실험자들이 충분히 숙련된 기술을 학습하고 3R 정책을 실천하며 미래 교육 기반 마련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교육 결과를 토대로 다른 학과와 대학으로 확산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는 셈이다.
라온메타는 부산대와의 협업을 계기로 다양한 교육·의료·연구 기관으로 XR 실습 콘텐츠 공급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의대 해부학, 수술 술기 교육, 간호 시뮬레이션 등으로 콘텐츠를 확장하고, 다국어 버전과 현지 커리큘럼을 반영한 맞춤형 모델로 해외 대학·연구기관과의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동시에 데이터 기반 학습 분석 기능을 더해 교육기관이 학습 성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에듀테크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XR 기반 동물실습이 교육용을 넘어 제약·바이오 전임상 연구 인력 양성 과정, 규제기관 대상 안전성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도 확산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 다만 실제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는 사전 훈련과 숙련도 향상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가상 환경과 현실 실습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지속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계는 XR 동물실습이 동물윤리와 교육 혁신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며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