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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한미군 압박에 한미 ‘재정·안보 빅딜’”…주한미군 주둔 변수 안정 신호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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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주둔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한미 정상이 14일(미국 시간 13일) 발표한 정상회담 팩트시트에서 ‘주한미군 지속 주둔’과 한국의 대규모 지원 방안이 공식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 주한미군 주둔비용 부담과 병력 감축 압박이 커졌던 점을 고려할 때, 한미 양국이 장기적인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 새로운 균형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날 발표된 팩트시트에는 미국 정부가 “지속적인 주한미군 주둔을 통한 대한방위공약”을 재확인하고, “핵을 포함한 모든 범주의 능력을 활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명시했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 25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법적 요건에 따라 330억 달러 규모의 포괄적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으로 증액할 계획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한국은 주한미군을 위해 너무 적게 지불하고 있다”, “1년에 100억 달러를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드러내왔으며, 최근까지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국방비 증액 방침과 주한미군 지원 확대에 대해 “환영한다”고 화답함에 따라, 주한미군 변수가 한동안 안정권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기존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계에서 벗어난 ‘330억 달러 지원’의 구체적 내역에 주목했다. 한미가 올해 합의한 연간 방위비 분담금(1조5천192억원, 약 10억4천만 달러)의 30배에 달하는 지원액에는 토지 공여, 간접적 지원 등 기존 SMA를 넘어서는 항목이 포함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세부 내역은 양국 실무협의를 통해 투명하게 조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번 팩트시트에는 주한미군의 구체적 병력규모 유지(28,500명)에 관한 언급이 빠져 중장기적 재배치 또는 일부 감축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이어지는 한, SMA 추가 협상 또는 주한미군 기지 운영방식 변화가 재점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치권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놓고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여권은 “한미동맹 강화와 확장억제 체계 공식화로 한반도 안보가 한층 공고해졌다”고 긍정 평가했다. 반면 야권 일부에서는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동맹 유지 명분으로 떠안았다”, “방위비 협상이 사실상 조기 종료된 셈”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번 합의가 미국의 동맹 정책 변동성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 대응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주한미군 지원 확대와 무기 구매가 미래 재협상이나 추가 요구의 단초가 될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한편 국방부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투명한 재정 운용과 주한미군 기여 방안 개선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한미간 주한미군 이슈는 여전히 미래 변수로 남아 있다. 정치권은 내년 SMA 협상 경과와 미 대선 결과에 따라 한반도 안보지형이 거센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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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주한미군#한미동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