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중립금리 상단 수준 도달”…파월 발언에 뉴욕증시 안도 랠리, 서학개미 기술주 전략 갈림길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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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0일,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열린 정규 거래를 마친 뉴욕증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과 제롬 파월 의장의 예상보다 완화적인 발언에 힘입어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이번 조치는 글로벌 금융시장과 한국 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의 투자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연말 증시 흐름의 중요한 분수령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드워드 존스의 애프터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연준은 연방기금금리를 25bp 인하해 3회 연속 인하를 단행했다. 시장이 이미 상당 부분 예상한 결정이었지만, 내부에서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3명의 위원이 금리 인하에 반대표를 던지며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의견 차이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현재 금리는 중립금리 범위 내 상단에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사실상 차단하는 메시지를 내놓자 투자 심리는 빠르게 개선됐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497.58포인트(1.05%) 오른 48,057.87에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46.29포인트(0.68%) 상승한 6,886.80,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77.67포인트(0.33%) 오른 23,654.16으로 거래를 마쳤다.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금리에 민감한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가 2% 가까이 급등하면서 “기술주 중심이 아닌 광의의 시장 강세”라는 평가가 나왔다.

 

연준의 점도표에서는 내년 금리 인하 횟수가 축소되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특히 2026년 이후 금리 경로를 둘러싸고 위원들 간 전망이 엇갈리면서 향후 정책 결정의 불확실성도 노출됐다. 그럼에도 파월 의장이 시장이 우려했던 재인상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면서, 투자자들은 “생각보다 비둘기”라는 해석 아래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를 다시 높이는 모습이다. 주요 외신들도 이번 회의를 두고 “연준이 긴축보다 연착륙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고 평가하며 안도감을 전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 패턴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 데이터는 12월 9일 기준, 주가는 10일 종가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시차가 존재하지만 자금 이동은 주가의 선행 혹은 동행 지표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표적인 서학개미 인기 종목인 테슬라의 경우 9일 기준 보관금액이 40조 6,155억원으로 전 집계일 대비 4,806억원 증가했다. 10일 테슬라 주가는 1.41% 상승한 451.43달러를 기록해 대규모 매수세와 주가 상승이 맞물리는 선순환 구조를 보였다. 투자자들이 추가 상승 여력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반면 엔비디아는 보관금액이 561억원 감소한 25조 6,377억원으로 집계됐고, 같은 날 주가는 0.67% 하락한 183.73달러에 마감했다.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최근 급등에 대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중소형 기술주에서는 더 뚜렷한 변동성이 관측됐다. 양자컴퓨팅 관련주로 주목받는 아이온큐의 보관금액은 194억원 늘어난 6조 1,029억원이었지만, 정작 10일 주가는 5.09% 급락한 51.67달러로 마감했다. 저가 매수 성격의 자금 유입에도 불구하고 단기 변동성에 휘둘리며 투자자들이 손실 구간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 테크는 보관금액이 83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주가는 3.34% 급등해 적은 자금으로도 효율적인 상승이 나타난 사례로 꼽힌다. 보관금액의 증감이 익일 주가 방향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12월 9일 기준 서학개미 상위 50개 종목의 총 보관금액은 183조 1,999억원으로 전일 대비 8,442억원 증가했다. 미국 증시의 상승 추세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신뢰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의미다. 다만 기술주 편중 현상은 완화되는 모습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로 차입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서 그간 소외됐던 전통 산업과 금융, 중소형주가 더 큰 탄력을 얻었다.

 

업종별로 보면 금리 인하 수혜가 전통 금융주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JP모건체이스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3% 이상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경기 연착륙 기대가 살아 있는 만큼 대출 수요와 소비 활동이 유지될 경우 예대 마진과 수수료 수익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 반면 시가총액 상위 빅테크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는 2.78%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성장주 전반이 아닌 종목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는 초기 단계라는 진단이 뒤따른다.

 

기업 실적과 개별 이슈에 대한 민감도도 높아졌다. 오라클은 3분기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시간 외 거래에서 급락세를 기록했다. 실적 발표에 따라 주가가 크게 요동치는 ‘실적 장세’의 전형적 양상이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종에서도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가 인수합병(M&A) 이슈로 상승한 반면, 넷플릭스는 하락세를 보여 같은 업종 내에서도 뉴스 플로우에 따라 주가 흐름이 엇갈렸다.

 

국제 금융시장은 이번 연준 회의를 통화정책 방향 전환의 단기 분기점이라기보다, 향후 데이터를 보며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점도표상 내년 인하 폭이 줄어든 것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재가열 가능성에 여전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발표될 물가와 고용 지표에 따라 연준이 언제든 긴축적인 태도로 다시 선회할 수 있다는 경고로도 읽힌다.

 

전문가들은 특히 해외 주식 비중이 높은 한국 투자자들에게 환율과 금리, 개별 기업 실적을 동시에 고려한 다층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보관금액 증가를 추종하는 매수 방식은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손실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실적과 펀더멘털, 달러 강약 흐름을 아우른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증시가 파월 의장의 비둘기성 발언에 안도 랠리를 펼친 가운데, 이번 조치가 향후 미국 통화정책 경로와 세계 증시의 위험 선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국제사회와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강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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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파월#테슬라#엔비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