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바이오

스타링크 위성통신 도입한 SK해운…SK텔링크, 해상 보안통신 상용화

전민준 기자
입력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이 해운 산업의 연결성과 보안 수준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SK텔링크가 SK해운 전 선대를 대상으로 스타링크 기반 통신과 사이버 보안을 결합한 통합 해상 통신 서비스를 공급하면서, 스마트십과 원격 운항을 겨냥한 해상 디지털 인프라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을 국내 해운 분야 저궤도 위성통신 상용화의 분기점으로 평가하며 공공·국방 등 인접 시장으로의 확산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SK텔링크는 18일 SK해운 전 선대에 스타링크 위성통신과 통합 위협 관리 기반 보안 체계를 결합한 해상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SK텔링크는 스타링크 코리아의 국내 공식 리셀러로, 단말 공급뿐 아니라 설계·구축·운용·보안까지 포괄하는 기업간거래 맞춤형 토털 솔루션을 전제로 사업을 추진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스타링크 정식 출시 이전부터 양사 협의를 통해 준비돼, 출시와 동시에 실제 선박 운항 환경에 적용되는 구조로 완성됐다.

스타링크는 지구 저궤도에 수천 기의 소형 위성을 띄워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기존 정지궤도 위성 대비 고도와 지연 시간이 낮아, 영상·원격제어 등 실시간에 가까운 통신 품질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해상 환경에서는 항로를 따라 기지국을 설치하기 어렵기 때문에, 넓은 해역에서 안정적인 대역폭을 제공하는 저궤도 위성 기반 통신의 도입 효과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해운은 이를 단순 인터넷 도입이 아닌, 선박 정보기술과 운영기술 환경 전체의 보안 수준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았다. 선박의 항해 시스템, 기관 제어, 화물 관리 등 운영기술 영역은 물리적 운항 안전과 직결돼 공격 시 피해가 크다. SK해운은 이런 특성을 반영해 선박 IT·OT 환경에 특화된 보안 요구사항을 정의하고, 통합 위협 관리 장비를 중심으로 한 통합 보안 아키텍처를 먼저 설계했다. 이후 이 구조를 실제 운항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스타링크 운용 역량을 보유한 SK텔링크에 협력을 요청하면서 사업이 구체화됐다.

 

SK텔링크는 선박별 운항 루트, 기상 조건, 장비 설치 위치 등 환경 변수를 반영해 통신 인프라와 보안 시스템을 함께 설계했다. 제도·기술 검토, 선박별 환경 분석, 보안 아키텍처 검증을 사전에 마쳐, 스타링크 국내 정식 서비스 개통과 동시에 선박에서 즉시 초고속 인터넷과 보안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특히 해상에서의 대역폭 변동과 지연 시간 변화를 고려해, 보안 장비 설정과 트래픽 관리 정책이 통신 품질을 저해하지 않도록 조정한 점이 핵심 구현 과제로 꼽힌다.

 

해운·조선 업계에서는 자율운항선박, 원격 모니터링, 실시간 운항 최적화 등 디지털 전환 과제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선박과 육상 관제센터 간 대용량 데이터를 끊김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통신망과, 사이버 공격으로부터 운항 시스템을 보호하는 보안 체계가 동시에 필요하다. 이번 SK해운 사례처럼 통신과 보안을 패키지로 구성한 해상 솔루션은 선단 운영 효율을 높이고, 항로 최적화나 연료 절감, 정비 예측 등 데이터 기반 서비스 확산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해운·에너지 기업들을 중심으로 스타링크를 비롯한 저궤도 위성통신 도입 경쟁이 진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의 일부 선사들은 위성 기반 고속 통신을 활용해 선박 상태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선원 복지 차원의 인터넷 환경 개선에도 나서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공식 리셀러를 통한 B2B 맞춤형 통합 모델이 추진된 사례가 제한적이었던 만큼, SK텔링크와 SK해운 협력 구조가 향후 다른 선사와 조선소의 레퍼런스로 작용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해상 통신 고도화는 규제와 정책 측면에서도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다. 선박에서 생성되는 운항 데이터, 위치 정보, 설비 상태 데이터 등은 국가 안보와 직결될 수 있는 민감 정보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공공·국방 분야로 저궤도 위성통신 활용이 확대될 경우, 데이터 암호화 수준, 접속 권한 관리, 해외 위성망 활용에 따른 정보 주권 이슈에 대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SK텔링크가 통합 보안 체계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향후 규제 대응과 신뢰 확보를 노린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신용 SK텔링크 위성사업본부장은 저궤도 위성 도입의 초점이 단순한 회선 개통이 아니라 실제 선박 운영 환경에서 요구되는 통신 품질과 보안 수준을 동시에 충족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운·조선뿐 아니라 공공,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객 맞춤형 스타링크 기반 통신 서비스와 사이버 보안을 결합한 고부가가치 솔루션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프로젝트가 국내 위성통신 사업자의 역할을 단순 재판매에서 기술·보안 융합 서비스 제공자로 전환시키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전민준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sk텔링크#sk해운#스타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