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물가 예상선 유지”…미국 뉴욕증시, FOMC 경계 속 제한적 상승 마감
5일(미 동부시간)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 9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에 부합한 가운데,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경계 심리가 이어지며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가 강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번 물가 지표는 인플레이션이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인식을 강화하며 투자 심리에 안도감을 줬지만, 연준의 향후 금리 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이 지수 상단을 눌렀다.
현지시각 기준 5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04.05포인트(0.22%) 오른 47,954.99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3.28포인트(0.19%) 상승한 6,870.40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72.99포인트(0.31%) 오른 23,578.13으로 장을 마쳤다. 장 초반 PCE 발표 직후 지수는 상승 폭을 빠르게 확대했지만, 차익 실현 물량과 경계 매물이 유입되며 다시 보합권으로 되돌아가는 등 장중 변동성이 이어졌다.

미국 상무부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9월 PCE 가격지수가 전반적으로 시장 예상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2% 상승했고, 전 품목을 포함한 헤드라인 PCE 가격지수는 같은 기간 0.3% 올랐다. 두 지표 모두 시장 전망과 동일한 수준에 머물면서, 인플레이션이 급등세를 보이지 않고 점진적으로 둔화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연준의 연간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연준이 최근에는 물가보다 고용지표와 실물경제 둔화 신호에 더 큰 비중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예상치에 부합한 이번 PCE 결과가 다음 주 열릴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 논리를 떠받치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12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25bp) 인하할 가능성을 87.2% 수준으로 반영했다. 머서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크라카우어 포트폴리오 운용 부사장은 “시장이 이미 가정하던 대로 다음 주 금리 인하가 거의 기정사실화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지표를 통해 더 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이 비교적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향후 추가로 둔화된다면 내년 초까지 추가 금리 인하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단기 방향성 베팅을 자제하며 관망 기조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이번 주 내내 뉴욕증시는 장중 등락 폭이 커지는 흐름이 반복됐고, 특히 PCE 발표 이후에는 일부 투자자들이 이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시장 참가자들은 기준금리 인하 여부 못지않게 연준이 공개할 분기 경제전망요약(SEP)과 점도표에 주목하고 있으며, 금리 인하가 단행되더라도 연준 위원들 간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시각 차이가 확대될 경우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소비 여건과 심리를 가늠하는 지표는 개선 흐름을 보였다.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12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는 53.3으로, 전달 51.0에서 2.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52.0을 웃돌며 미국 소비자의 경제 신뢰가 예상보다 나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소비 심리 개선은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둔 미국 경기의 연착륙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종별로는 통신서비스 업종이 0.95% 오르며 강세를 보였고, 유틸리티 업종은 0.98% 하락해 약세를 나타냈다. 그 밖의 대부분 업종은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고금리 환경에서 성장주 선호와 방어주 매력 약화가 맞물리면서 업종 간 수급 이동도 관찰됐다.
시가총액 1조 달러를 웃도는 대형 기술주 가운데서는 브로드컴과 알파벳이 상승 흐름을 이끌었다. 브로드컴 주가는 2.42% 상승했고, 알파벳도 1%대 오름세를 기록하며 최근 숨 고르기 장세 이후 다시 상승 탄력을 확보했다. 메타는 메타버스 사업 부문의 예산을 최대 30%까지 줄일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비용 효율화 기대가 부각돼 1.80% 올랐다.
세일즈포스는 전날 발표한 호실적 효과가 이어지면서 5.30% 급등해 약 2년 만에 가장 높은 주가 수준을 기록했다. 클라우드 기반 고객관리 소프트웨어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고 비용 관리 성과가 부각되면서,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장 관심을 모은 인수합병(M&A) 소식도 있었다. 넷플릭스가 워너브러더스를 72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전해지자, 넷플릭스 주가는 2.89% 하락한 반면 피인수 대상으로 거론된 워너브러더스 주가는 6.28% 급등했다. 스트리밍 시장 경쟁 심화 속에서 플랫폼·콘텐츠 통합을 노리는 대형 거래 가능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해 “강한 회의”를 나타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규제와 정치적 부담으로 거래가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동시에 확산됐다.
시장의 공포와 변동성 수준을 가늠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장 대비 0.37포인트(2.34%) 하락한 15.41을 기록했다. VIX 하락은 단기 위험 인식이 소폭 완화됐음을 보여주면서도, 완전한 위험 선호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으로 평가된다. 연준의 최종 금리 경로와 미국 경기 연착륙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뉴욕증시는 FOMC 결정을 앞두고 제한적인 강세와 관망 기조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은 다음 주 FOMC 결과와 함께 연준이 제시할 향후 통화정책 신호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연말을 앞둔 미국 증시의 방향성과 글로벌 자산 재배치 흐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