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지시 없었다"…이진우, 윤석열 내란 재판서 진술 번복 파장
정치권의 최대 분수령이 된 내란 혐의 재판에서 핵심 군 인사가 증언을 뒤집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다투는 재판에서 이진우 전 육군수도방위사령관이 기존 진술을 번복하며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이진우 전 사령관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전 대통령 사건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상황과 관련한 자신의 과거 진술이 "기억이 왜곡됐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조사와 군사법원에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을 물리력으로 끌어내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해 왔다.

그는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증인으로 나섰던 지난 5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하 국회 대응과 관련해 "발로 차고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끄집어내라고 해서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당시에는 "윤 전 대통령이 '본회의장 가서 4명이 1명씩 들고나오면 되지 않느냐'고 한 말도 처음에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가 부관이 알려줘서 기억났다"고도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법정에서 그는 이 발언의 취지를 뒤집었다. 이 전 사령관은 "그땐 그렇게 얘기했다"면서도 "저도 기억 없는 상태에서 TV를 보고 하니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상계엄 상황을 다룬 방송과 영상을 보며 당시 상황을 떠올리던 과정에서 실제 기억과 추측이 뒤섞였다는 취지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발로 차서라도 문 부수고 들어가라"고 말한 부분은 기억난다고 인정했다. 다만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사용한 "체포"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 전 사령관은 "조사에서 체포하란 말도 했는데 나중에 보니 전혀 아니다"라며 "TV를 보고 조사를 받다 보니 그렇게 상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우리 병력 건드리면 체포하라, 끄집어내라"고 말한 주체가 자신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말해놓고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얘기했다"며 "왜곡이란 것이 정말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발언과 대통령의 발언이 머릿속에서 뒤섞이면서, 조사 과정에서 잘못된 진술을 내놓게 됐다는 설명이다.
내란 특별검사팀은 당시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에서 진술을 강요한 사실이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사령관은 "그만큼 왜곡되고 상상한다는 것"이라며 강요 정황은 부인했다. 이어 "매일 TV나 유튜브를 보다 보니 기억이 오염됐다"는 취지로 거듭 답하며, 외부 정보로 인해 자신의 기억이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사령관은 그동안 국회 청문회와 헌법재판소 등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구체적 지시 내용을 묻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해 왔다. 그러나 군사법원에서는 입장을 바꿔 윤 전 대통령의 강경 지시를 언급했고, 다시 일반 형사재판에서는 "기억 왜곡"을 이유로 말을 바꾸면서 진술의 신빙성을 둘러싼 논쟁이 불가피해졌다.
정치권에선 군 지휘라인 핵심 인사의 진술 번복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혐의 입증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과, 여전히 "발로 차서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표현을 인정한 만큼 강경한 국회 대응 구상이 드러난 것이라는 상반된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내란 특별검사팀은 향후 다른 군 지휘부와 청와대 관계자 진술, 문건·통신 기록 등을 교차 검증해 당시 발언의 실제 내용을 가리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판을 계기로 재판부는 군사법원 증언, 검찰 조사 조서,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의 태도까지 종합해 이 전 사령관 진술의 신빙성과 일관성을 따져볼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추가로 드러날 군 지휘부 진술과 증거를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