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연 270만t 전기로 제철소 착공 확정…현대제철·포스코, 58억달러 투입해 북미 공략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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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간 270만t 규모의 전기로 일관 제철소가 세워지면서 국내 철강사의 북미 생산 거점 구축이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합작법인 지분 출자를 최종 확정하면서, 완성차 현지 생산기지에 탄소를 줄인 자동차 강판을 직접 공급하기 위한 투자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중심 재편과 탄소 규제 강화에 대응한 선제적 공급망 재편으로 해석하고 있어 향후 글로벌 철강 경쟁 구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12월 16일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설립을 위한 합작법인 지분 투자안을 각각 이사회에서 의결하고 공시했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공시를 통해 해당 제철소 건설에 총 58억달러를 투입하며, 연간 270만t 규모의 전기로 기반 일관 제철 체제를 구축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포스코, 美 루이지애나에 연 270만t 전기로 제철소…58억달러 투입
현대제철·포스코, 美 루이지애나에 연 270만t 전기로 제철소…58억달러 투입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프로젝트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3월 발표한 투자 계획에서 출발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루이지애나주에 연산 270만t급 전기로 제철소를 신설해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등 미국 현지 생산거점에 공급할 철강재를 자체 생산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현대차그룹과 현대제철은 상업 가동 목표 시점을 2029년으로 잡고 세부 설비 구축 일정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홀딩스는 현대차그룹 발표 이후인 4월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프로젝트에 지분 투자 방식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히며 북미 제철소 투자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번 이사회 의결로 현대제철과 포스코 등 참여사가 구체적인 출자 구조와 자금 조달 계획을 확정하면서 사업 추진이 본 궤도에 오른 셈이다.

 

현대제철은 총 투자비 58억달러 가운데 절반인 29억달러를 자기자본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29억달러는 외부 차입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자기자본 29억달러는 현대제철 50 퍼센트인 14억6천만달러, 포스코 20 퍼센트인 5억8천만달러, 현대자동차 15 퍼센트인 4억4천만달러, 기아 15 퍼센트인 4억4천만달러로 분할 출자된다.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는 단순 전기로 설비를 넘어 직접 환원철 생산설비와 전기로를 직결해 운영하는 일관 제철소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현대제철은 직접 환원철 생산설비와 전기로를 연계함으로써 원료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줄이고,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직접 환원철 투입 비중을 높여 자동차 강판 등 고급 판재류 생산 역량도 한층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제철은 미국 전기로 제철소가 미국 시장 내에서 자동차 강판에 특화된 생산 체계를 갖추고, 연간 270만t 규모의 열연·냉연 도금 판재류를 현지 완성차 공장에 안정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완성차 현지 생산 확대와 더불어 미국 내 조달 비중을 높여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고, 미 관세와 통상 장벽에 대응할 수 있는 거점으로 기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탄소 감축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직접 환원철과 철스크랩을 주원료로 사용하는 전기로 공정을 적용할 경우 기존 고로 공정과 비교해 탄소 배출량을 약 70 퍼센트 수준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탈탄소 철강재 사용을 늘려가고 있는 만큼, 북미 현지에서 탄소저감 철강재를 생산하는 능력은 향후 수주 경쟁에서도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무 구조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루이지애나 제철소 출자 구조와 관련해 현대제철의 출자금 약 2조원 수준은 대부분 투자가 완료되는 2028년까지의 현금 흐름을 감안할 때 내부 현금 창출로 충분히 대응 가능한 범위라고 설명했다. 북미 수요 확대에 따른 중장기 수익성 개선 여지도 투자 부담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포스코 역시 협업을 통한 북미 전기로 거점 확보에 의미를 두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대제철과 협력해 전기로 기반의 현지 생산거점을 마련함으로써 미 관세 장벽을 넘는 동시에, 북미 시장에 탄소를 줄인 철강재를 안정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친환경 전기로 기술과 고급 판재 생산 노하우를 공유하며 협력 범위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가 계획대로 2029년 상업 가동에 들어설 경우, 국내 철강사들의 북미 내 공급망 구조와 수익성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기차와 친환경차 중심으로 재편되는 미국 자동차 시장 흐름 속에서, 저탄소 고급 강판을 현지에서 직접 생산·공급할 수 있는 역량이 얼마나 빠르게 확보되는지가 향후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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