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세대교체 가속”…현대차·기아, 양대 개발 조직 인사→미래차 전략 재정비
현대차·기아가 연구개발 조직의 양대 축으로 불리는 R&D 본부와 AVP 본부의 수장을 연이어 교체하며 미래차 경쟁 구도 속에서 조직 체질을 재편하는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현대차·기아 R&D본부에 따르면 양희원 현대차·기아 R&D본부장 사장은 올해 사장단 인사를 기점으로 퇴임 수순에 들어갔고, 앞서 송창현 전 AVP 본부장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과 맞물려 그룹 연구개발의 상징적 세대 전환 흐름이 뚜렷해졌다고 전해졌다.
양희원 본부장은 2024년 1월부터 현대차·기아 R&D 본부를 이끌며 내연기관부터 전동화, 플랫폼 고도화에 이르는 신차 및 양산 차 개발 전반을 총괄해 왔다. 현대차·기아의 연구개발 체계는 미래차 기술과 소프트웨어 중심의 첨단차플랫폼을 담당하는 AVP 본부와, 차량 기본 구조·성능·양산 개발을 맡는 R&D 본부로 이원화돼 있으며, 두 조직은 전동화 아키텍처, 차세대 플랫폼, 자율주행 및 운전자 보조 기능 개발에서 상호 긴밀히 연결된 축으로 평가돼 왔다. 그런 만큼 두 수장의 동시 퇴진은 단순 인사 이동을 넘어 전체 R&D 포트폴리오와 리더십 구조를 다시 짜는 신호로 해석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감독형 FSD를 글로벌 주요 시장에 확산 적용하며 완성차와 빅테크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과 데이터 기반 주행 알고리즘 경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계에도 더 빠른 결단과 전략 수정이 요구되는 상황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R&D의 두 축이라 할 조직의 수장이 같은 시기에 물러나는 구도를 두고 현대차그룹이 기술 개발 방향성과 조직 문화를 폭넓게 재정렬하며 미래 모빌리티 경쟁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임 인선을 둘러싸고는 유럽 프리미엄 스포츠카 출신 인재인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 차량개발담당 부사장이 차기 R&D 본부장 후보군으로 부상해 있다.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은 포르쉐 등에서 축적한 고성능 차체 및 주행 성능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전동화 시대로 접어든 현대차·기아의 주행 감각과 완성도 향상을 이끌 적임자로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달 중순 송창현 전 AVP 본부장과 양희원 본부장의 후임 인선을 마무리하고 모빌리티 기술 인재 풀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부적으로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장단 인사는 18일 전후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그룹 전반에서는 부사장급 이상 임원 교체 폭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연구개발 분야에서의 세대교체 기조가 다른 사업 부문으로 확산될 여지가 크고, 신규 임원 정원 역시 효율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이 R&D와 AVP 수장 교체를 계기로 하드웨어 중심 제조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 서비스가 결합된 모빌리티 기술 기업으로의 전환 속도를 높일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으며, 후임 인사 구성과 권한 배분 방식이 향후 10년간 그룹의 기술 콘셉트와 투자 우선순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