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ETF가 XRP 유동성 흡수할 수 있다”…리플스 분석에 암호화폐 시장 촉각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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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30일, 블록체인 및 디지털 자산 연구기관 리플스(Ripples)가 인공지능 그록(Grok)의 분석을 토대로 리플 XRP(XRP)의 공급·수요 구조를 재조명했다. 특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본격 유입될 경우 제한적인 유통 물량이 빠르게 흡수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의 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다. XRP 가격 형성이 단순 수급을 넘어 규제·거시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만큼, 이번 분석이 실제 시장에 어떤 함의를 갖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타임스 타블로이드(Times Tabloid)에 따르면, 리플스는 그록의 데이터 모델을 인용해 XRP 유통 구조와 ETF 매입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분석에 따르면 전체 약 560억 개로 추산되는 리플 XRP 중 유동성으로 분류되는 물량 가운데 실제로 활발히 거래되며 시장에서 즉시 매수 가능한 비중은 약 9.00∼11.00%에 그친다. 그록은 현 수준의 ETF 매입 속도가 이어질 경우 이 유동성 구간이 얼마나 빠르게 소진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리플 XRP, ETF 수요 증가에 유동성 급감 가능성 분석
리플 XRP, ETF 수요 증가에 유동성 급감 가능성 분석

그록이 제시한 첫 번째 시나리오는 ‘현재 속도 유지’다. 이 경우 ETF가 유동성 XRP의 9.00∼11.00%를 흡수하는 데 약 17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두 번째 ‘공격적 축적’ 시나리오에서는 같은 양을 확보하는 데 약 14개월이 걸릴 것으로 추산했다. 세 번째 ‘매우 공격적 매입’ 시나리오에서는 기간이 8개월까지 단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매체는 이러한 수치가 현 시점 ETF 매입세를 기반으로 한 추정치라며, 유동성 공급이 얼마나 빠르게 줄어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개략적 틀이라고 전했다.

 

리플스는 이 분석이 잠재적으로 최대 16개까지 확대될 수 있는 추가 ETF 발행사의 시장 진입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ETF 공급사가 순차적으로 등장할 경우 기관 수요가 그록이 가정한 범위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그록 역시 탈중앙화 금융(DeFi)과 기타 신흥 분야 수요를 추가적인 유동성 흡수 요인으로 제시하며, “현재 가용 유통 물량의 상당 부분이 향후 1년 안에 시장에서 제거될 수 있다”는 점을 분석의 핵심 결론 중 하나로 제시했다.

 

분석은 셰인 엘리스가 주장해온 ‘공급 충격 이론’도 언급했다. 엘리스 이론은 유동성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 가격이 비선형적으로 급등할 수 있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그록과 리플스는 XRP 유통 유동성이 예측대로 축소될 경우 가격 역학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할 여지가 있으나, 실제 시장 반응은 거래소별 유동성 제공자, 시장조성자(MM), 파생상품 시장 구조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가용 공급이 의미 있게 줄어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국제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전망에 대해 신중론도 제기된다. 외신 보도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평가에 따르면, 그록의 분석은 ETF 수요 증가와 이에 따른 유동성 감소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으나, 암호화폐 가격을 좌우하는 다른 핵심 변수는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 미국(USA)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불확실성, 글로벌 유동성 환경, 주요국 금리 수준, 그리고 비트코인(Bitcoin)을 중심으로 한 전체 시가총액 흐름 등 매크로 요인들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XRP를 포함한 주요 코인의 가격은 역사적으로 ETF 수급보다 비트코인의 방향성과 규제 뉴스에 더 민감하게 움직여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XRP는 미국(USA) 당국과의 법적·규제 이슈가 잦았던 자산으로, 향후 SEC의 정책 변화와 소송·규제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경우 ETF 기반 수요 시나리오는 크게 수정될 수 있다. 글로벌 유동성 긴축, 위험자산 선호 둔화, 규제 강화와 같은 외생 변수는 그록이 제시한 시간표를 지연시키거나 공급 충격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는 잠재 요인으로 거론된다. 반대로 규제 환경이 우호적으로 정리되고, ETF와 DeFi를 통한 기관·개인 수요가 동시 확대될 경우에는 그록의 분석처럼 유통 유동성이 다음 12개월 안에 가파르게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해외 전문 매체들은 이번 분석을 XRP 시장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유용한 참조 모델로 보면서도, “수요 증가라는 단일 변수에 기초한 조건부 시나리오”라는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ETF와 DeFi 수요가 예측대로만 늘어난다는 전제 아래서만 공급 충격 가설이 설득력을 가진다”며 “규제, 매크로 환경, 투자심리 등을 포함한 다변량 모델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매체는 그록과 같은 인공지능 기반 분석 도구가 암호화폐 시장에서 점차 영향력을 키우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사람 전문가의 정성적 판단과 병행돼야 한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XRP ETF가 본격 출범하고 추가 발행사가 합류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ETF 매입이 실제 현물 시장에서 어느 정도 규모로 이뤄지는지, 발행사가 어떤 방식으로 유동성을 관리하는지에 따라 가격 경로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동시에 기관 참여 확대는 장기적으로 XRP 시장의 투명성과 제도권 편입을 촉진할 수 있다는 기대도 함께 제기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과거 암호화폐 ETF 도입 직후 과열과 조정이 반복된 전례가 적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단기 가격 급등 가능성 못지않게 조정 국면에 대한 경계도 주문하고 있다.

 

리플스와 그록의 이번 보고서는 XRP를 둘러싼 공급 구조와 잠재적 수요 확대 경로를 구조적으로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 추세가 이어지고 새로운 수요원이 계획대로 등장할 경우, XRP 유통 유동성이 향후 12개월 이내에 유의미하게 수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급 주도 시장 변화 가능성을 제기한 셈이다. 다만 규제 방향, 글로벌 유동성 환경, 투자심리 같은 외부 변수가 향후 경로를 크게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와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분석이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검증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전망이 XRP와 더 넓은 암호화폐 시장의 구조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장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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