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로 민심 탐색전”…강기정·민형배·문인, 광주시장 레이스 점화
내년 지방선거를 둘러싼 경쟁 구도가 광주에서 먼저 달아오르고 있다. 여권 유력 주자들이 잇따라 출판기념회를 열고, 사퇴와 출마선언 시점을 저울질하면서 광주시장 선거전이 서서히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9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강기정 광주시장은 재선을 향한 행보의 첫 관문으로 출판기념회를 선택했다. 강 시장은 14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저서 ‘광주, 처음보다 더 극적인 두 번째 등장’을 선보이고, 민주도시에서 부강한 도시로 나아가는 미래 구상을 제시할 계획이다.

강 시장 측은 이 행사를 기점으로 선거 조직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 시장은 내부 조직을 재편해 대외협력, 시민참여정책, 정무특보 등 핵심 보좌진이 순차적으로 사퇴한 뒤 외곽조직과 캠프 구성에 참여하도록 해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한다는 구상이다. 현직 프리미엄을 유지하되, 조직력을 앞세워 일찌감치 판세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출판 일정을 조정하며 미묘한 기류를 노출했다. 광주 광산을을 지역구로 둔 민 의원은 원래 14일로 잡혀 있던 출판기념회를 내년 1월 18일로 연기하고, 조선대학교 해오름관에서 행사를 치르기로 했다.
민 의원의 저서 ‘길은 있다’에는 광주 청년 창업자들과의 인터뷰가 담겼다. 민 의원은 젊은이들이 떠나는 광주의 현실을 짚으면서 청년 일자리와 미래 먹거리 창출 방안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군공항 이전, 인공지능 산업 육성 등 지역 현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와 포럼에 잇따라 참석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지지 기반 확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당초 강 시장과 민 의원은 같은 날 출판기념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민 의원 측이 “강 시장과 경쟁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당 내 유력 주자 간에 불필요한 정면 대결 이미지는 피하되, 각자 세를 과시하려는 의도가 맞물리면서 긴장감도 감지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서는 문인 광주 북구청장이 선두에 섰다. 문 구청장은 21일 광주대학교에서 저서 ‘문인, 광주의 삶을 바꾸다’ 출판기념회를 연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국민주치의 시범사업 현판식을 마지막으로 주요 구정 일정을 마무리한 뒤, 12월 말이나 내년 1월 초 북구청장 직에서 물러나 광주시장 선거전에 뛰어들 계획이다. 현직 구청장 타이틀을 내려놓는 시점과 맞물려, 그의 출마 선언 방식이 선거판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호남발전특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이미 9월에 출판 일정을 마무리하며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당시 ‘지역이 강해야 대한민국이 산다’를 주제로 출판콘서트를 열어 지역균형 발전 구상을 부각했다. 그는 이달 중·하순 중 광주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할 계획으로, 책을 통해 쌓아온 인지도와 정책 이미지를 본격적인 선거 행보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출마 채비를 다지고 있다. 광주 북구갑을 지역구로 둔 정 의원은 내년 초 광주시장 도전을 선언한 뒤 설 연휴가 지난 2월께 출판기념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 의원은 호남고속도로, KTX 호남선 증편 등 교통 인프라 현안을 중심으로 의정 활동을 강화하며 지역 민심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반면 그동안 잠재적 광주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돼 온 이형석 전 의원은 불출마를 공식화했다. 이 전 의원의 이탈로 여권 내부 경쟁 구도는 다소 정리된 모습이지만, 출마를 준비하는 인사들이 잇따라 등판하면서 실제 경선 구도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연말과 연초에 집중된 출판기념회가 사실상 예비 경선 무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군이 연말·연초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본격적인 선거 채비에 나서고 있다”며 “연초에는 새로운 후보군 등장 여부가 가시화되면서 선거 국면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주시장 선거판이 출판기념회를 고리로 요동치기 시작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공천 일정과 야권 후보군 움직임에 따라 지역 정치 지형이 어떻게 재편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은 연초까지 이어질 출판·출마 러시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경선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