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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DX 일본이 뜬다”…코트라, 규제 해설로 수출 속도전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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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의료 분야 디지털 전환이 가속되면서 국내 의료기기 업체에 새로운 수출 기회가 열리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과 의료 인력 부족, 노후 인프라가 겹친 일본이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반 의료기기를 대거 수용하는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약기법으로 대표되는 엄격한 인허가와 복잡한 유통 구조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현지 규제와 제도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코트라는 5일 일본 의료기기 시장진출 온라인 세미나를 열고, 디지털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일본 수출에 필요한 인허가와 통관, 유통 구조 등 실무 정보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고 8일 밝혔다. 세미나는 일본 의료 디지털 전환 정책 흐름과 디지털 의료기기 시장 확장 양상을 짚고, 국내 기업이 준비해야 할 규제 대응 전략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일본 정부는 의료 인력 부족과 시설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의료 분야 디지털 전환, 이른바 DX를 추진 중이다. 전자의무기록 표준화, 원격 모니터링, 인공지능 진단 보조 등 디지털 도입이 병원 전반에 확산되는 구조다. 2020년 이후 디지털 의료기기 신규 승인과 건강보험 적용 사례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규제 체계 안에서 디지털 제품을 제도권 의료 서비스로 편입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시장 규모 역시 확대 추세다. 일본 의료기기 시장은 2019년 3조9천억 엔 수준에서 2023년 4조5천억 엔까지 커졌고, 연평균 성장률은 약 4퍼센트로 집계됐다. 단순 진단·치료기기뿐 아니라 병원 운영 효율화, 환자 원격 관리, 데이터 분석을 포함한 통합 솔루션 수요가 늘고 있어, 디지털 기반 제품을 가진 기업에 기회가 생기는 상황이다.

 

특히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5세대 이동통신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메드텍 분야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AI·VR·5G 융합 의료기기 및 관련 솔루션 시장은 2022년부터 2028년까지 약 8배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된다. 진단 영상 판독 지원, 수술 시뮬레이션과 원격 협진, 고령자 재활 훈련 등 다양한 영역에서 디지털 전환 수요가 나오고 있어, 기술 경쟁력을 갖춘 국내 업체에 유리한 구간으로 평가된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은 이미지 진단 소프트웨어, AI 판독 보조, 디지털 치료제와 원격 모니터링 기기 등에서 강점을 확보해 왔다. 일본 내 디지털·AI 접목 이른바 DX·AX가 확산되는 흐름과 맞물려, 한국 기업의 일본 진출 문의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코트라는 설명한다. 일본 병원과 지방 공공의료기관이 비용·인력 제약을 감안해 검증된 해외 솔루션 도입에 적극적인 것도 수출 확대에 우호적인 요인이다.

 

다만 일본 의료기기 시장은 높은 성장 잠재력과 별개로 진입 장벽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자국 약기법을 근거로 매우 엄격한 의료기기 인허가 제도를 운용하고 있으며, 제품 위험도 등급에 따라 제출 자료와 심사 절차가 세분화돼 있어 준비 부족 시 승인 지연 가능성이 크다. 소프트웨어 중심 디지털 의료기기의 경우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분류와 사이버 보안 요건, 데이터 처리 방식 등 추가 검토 항목도 등장하는 추세다.

 

수입·통관 규제 역시 제품 유형별로 적용 법규가 달라 기업 혼선을 부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일한 기능을 가진 제품이라도 의료기기로 분류되는지, 웰니스 기기로 간주되는지에 따라 요구 승인, 표시 의무, 유통 채널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다. 여기에 일본 특유의 다단계 도매 유통, 지역별 유통망 차이까지 겹치면서, 현지 파트너 선정과 계약 구조 설계가 사업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꼽힌다.

 

이번 코트라 세미나는 이런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 시장 기회요인과 함께 약기법에 따른 인허가 절차, 수출통관 요건, 의료기기 유통 관련 법규와 주요 채널 구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소개했다. 제품 기획 단계부터 목표 등급과 허가 전략을 설정하고, 임상·비임상 데이터 패키지를 일본 기준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보험 등재를 통한 수익 모델 확보 전략과, 초기에는 비급여 영역에서 파일럿 사업을 추진해 실사용 데이터를 축적하는 방식도 주요 논의 주제로 다뤄졌다.

 

연사로 참여한 윤상진 메디컬브릿지 대표는 일본 의료기기 시장의 구조적 특성을 언급하며 한국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표는 일본 의료기기 시장은 전반적으로 수입 의존도가 높고, 특히 첨단 기술이 적용된 분야에서 해외 기술 도입에 적극적이라며, 한국 기업에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동시에 인허가, 통관, 유통 구조에 대한 사전 이해 없이 진출할 경우 비용과 시간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며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디지털 전환 정책이 지속되고 보험 제도 안에서 디지털 의료기기 활용 폭이 넓어질수록, 규제를 정확히 이해한 기업에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본다. 일본을 교두보로 삼아 아시아 의료 디지털 전환 수요를 선점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산업계는 코트라와 같은 유관 기관의 현지 규제 정보 제공과 네트워크 지원이 확대될 경우, 국내 디지털 의료기기 기업의 일본 시장 안착 속도가 한층 빨라질지 주시하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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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라#일본의료기기시장#디지털의료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