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타고 간 차중3호”…우주과학·바이오 실험 순항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4차 발사에 실려 우주로 향한 뒤, 탑재된 우주과학·바이오 실험장비들이 초기 운영에 성공하며 본격 임무 수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주환경을 정밀 관측하는 광시야 대기광 카메라와 전리권 플라즈마 관측 장비, 미세중력에서 줄기세포를 3차원 배양하는 바이오 3D 프린팅 장치가 모두 정상 동작을 확인받으면서, 한국의 우주과학과 우주 바이오 연구 경쟁력이 한 단계 높아질지 주목된다.
우주항공청은 11일 차세대중형위성 3호에 탑재된 주요 과학·기술 검증 탑재체들이 발사 후 약 2주 동안 진행된 초기 운영 기간 동안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고, 관측 임무 준비를 위한 기능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지난 11월 27일 누리호 4차 발사를 통해 태양동기궤도에 진입한 국산 관측 위성이다.

이번에 초기 운영 성공이 확인된 탑재체는 한국천문연구원의 우주용 광시야 대기광 관측기 로키츠, 한국과학기술원 인공위성연구소의 우주플라즈마-자기장 측정기 아이엠맵, 한림대학교가 개발한 바이오 3D 프린팅 기반 줄기세포 3차원 분화 배양검증기 바이오캐비넷 등 3종이다. 우주항공청은 세 장비 모두 초기 데이터 수신이 안정적으로 이뤄졌고, 핵심 기능이 계획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키츠는 지구 주변에서 발생하는 오로라를 고해상도로 촬영하는 광시야 카메라로, 우주에서 관측되는 대기광을 넓은 시야로 포착하는 역할을 맡는다. 초기 기능 점검 과정에서 로키츠는 첫 시험 영상 촬영에 성공하며 광학계와 전자계, 데이터 전송 계통 등 핵심 시스템의 신뢰성을 검증했다. 특히 목표로 설정된 약 700킬로미터 이상의 넓은 관측 폭을 확보하면서도 세밀한 지형과 대기 현상을 포착해, 광시야·고해상도라는 상반된 요구를 동시에 만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향후 로키츠는 지구 극지방 상공에서 발생하는 오로라를 집중 관측해, 태양에서 방출된 고에너지 입자와 지구 자기권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에너지 유입 패턴을 분석할 계획이다. 이러한 데이터는 인공위성 교란, 통신 장애, 전력망 이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우주 기상 변화를 예측하는 데 활용될 전망이다. 기존 지상 관측이나 저해상도 우주 영상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웠던 세부 구조를 파악할 수 있어, 우주환경 모델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한 아이엠맵은 전리권 영역의 플라즈마 밀도와 자기장 변화를 측정하는 장비다. 초기 운영 단계에서 시험 관측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현재는 위성이 낮 지역, 밤 지역, 극 지역을 통과할 때마다 달라지는 전리권 환경에 맞춰 최적의 관측 모드를 찾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리권은 태양활동과 지구 자기장 영향으로 전하를 띤 입자가 풍부한 영역으로, 이 영역의 플라즈마 특성과 자기장 변동은 위성항법 오차, 고주파 통신 품질 변화 등과 직결된다.
아이엠맵은 계절과 위도, 태양활동 주기에 따라 달라지는 전 지구적 플라즈마 및 자기장 지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지도는 항공·해운용 위성항법 보정, 장거리 통신 안정성 개선, 우주환경 변동성 분석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해외에서는 미국, 유럽, 일본 등이 유사 관측 위성을 운영해 전리권 연구를 선도해 왔으며, 한국의 아이엠맵 데이터가 국제 공동연구에 결합될 경우 아시아 지역 전리권 특성 규명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림대학교가 설계한 바이오캐비넷은 미세중력 환경에서 줄기세포와 역분화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하고, 이를 바이오 3D 프린팅 기술로 조직 형태로 구현하는 실험 장치다. 발사 직후 첫 교신에서 내부 온도, 가스 조성, 영양 공급 등 세포 생존을 위한 환경 유지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했고, 특히 역분화 줄기세포 iPSC의 생존 상태가 양호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바이오캐비넷에 탑재된 iPSC는 심장세포로 분화되도록 유도된 세포로, 향후 조직 재생과 질환 모델링 연구에 활용될 수 있는 기초 데이터를 제공할 전망이다.
이후 바이오캐비넷은 지상국과의 명령·응답 절차를 통해 첫 번째 바이오 3D 프린팅 임무를 수행했다. 우주 미세중력 환경에서의 3차원 프린팅은 지구 중력 하에서 발생하는 세포 침강, 구조 변형 등의 문제를 줄여 보다 균질한 세포 조직을 형성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목적을 갖는다. 초기 시험은 계획된 시나리오대로 진행돼, 세포 분배와 바이오잉크 토출, 구조 형성 과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주 바이오 3D 프린팅은 장기적으로 인공 장기 제작, 맞춤형 재생의학, 장기 체외 배양 기술 개발에 기초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국제우주정거장을 활용한 세포 배양과 조직 공학 실험이 진행 중이며, 한국이 독자 위성 플랫폼에서 바이오 3D 프린팅과 줄기세포 분화 실험을 수행한 것은 향후 우주 바이오산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발사 후 약 2개월간의 초기 운영 기간 동안 자세 제어, 전력·통신 시스템 안정화, 각 탑재체 기능 점검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초기 운영을 마친 뒤에는 약 1년 동안 태양동기궤도에서 하루에 약 15바퀴씩 지구를 공전하며, 우주환경 관측과 바이오 실험을 지속 수행할 계획이다. 태양동기궤도는 위성이 항상 비슷한 태양 고도에서 지구를 관측하도록 설계된 궤도로, 일정한 조도 조건에서 장기간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임무를 통해 확보되는 데이터는 국내 연구기관과 대학, 산업계로 순차 공유돼, 우주 기상 예측 모델 고도화, 위성 시스템 설계 기준 개선, 우주 바이오 소재 개발 등 다양한 후속 연구에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전리권 플라즈마·자기장 지도를 활용한 통신 오류 보정 기술, 태양폭발에 따른 우주폭풍 예측 알고리즘, 미세중력 기반 세포 분화 메커니즘 분석 등은 향후 위성 서비스 안정성과 바이오 신산업 창출에 직결될 수 있는 영역으로 꼽힌다.
강경인 우주항공청 우주과학탐사부문장은 차세대중형위성 3호의 초기 운영 결과에 대해 모든 탑재체가 초기 데이터 수신에 성공해 태양활동에 따른 로키츠의 고해상도 오로라 관측과 아이엠맵의 전리권 플라즈마-자기장 환경 관측으로 우주환경의 다양한 변화를 보다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산업계와 연구계는 이번 임무가 계획대로 장기간 수행될 경우, 한국이 우주과학과 우주 바이오 융합 연구에서 어느 수준까지 도약할지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