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PER 10배 진입 임박…SK하이닉스, 내년 영업익 42조 전망에 재평가 기대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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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주가가 단기 조정을 받는 가운데 내년 영업이익이 42조 원 수준까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제시되며 밸류에이션 재평가 기대가 커지고 있다. AI용 고대역폭메모리 HBM 수요와 미국 ADR 발행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중장기 성장 스토리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단기 신용융자 부담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수급과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향후 주가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 보고 있다.

 

한국거래소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12월 9일 오후 기준 SK하이닉스 주가는 56만6,00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1.91퍼센트 하락했다. 최근 한 달간 주가는 52주 신고가 돌파를 시도할 만큼 강한 상승세를 보인 뒤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20일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6개월 흐름으로는 저점을 높여가는 우상향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석] PER 10배는 너무 싸다… SK하이닉스, 내년 영업익 '42조' 퀀텀 점프로 재평가 시동
[분석] PER 10배는 너무 싸다… SK하이닉스, 내년 영업익 '42조' 퀀텀 점프로 재평가 시동

최근 주가를 이끄는 핵심 동력은 AI 메모리 수요 폭증과 미국 나스닥 ADR 상장 기대다. 동시에 신용융자 잔고가 급증하면서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된 점은 단기 수급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호재와 레버리지 수급이 맞부딪치며 장중 변동 폭이 커지는 양상이다.

 

수급을 보면 메이저 주체 간 손바뀜이 활발하다. 매수 상위 창구에는 골드만삭스가 29만 주 이상을 사들이며 이름을 올렸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기관의 이 같은 매수세를 이른바 스마트 머니 유입 신호로 해석한다. 반면 제이피모간, 비엔피 등 다른 외국계 창구는 매도 상위에 포진해 매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직전 거래일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대량 매수에 나선 점도 눈에 띈다. 증권가는 이를 수급의 질적 개선으로 보며, 향후 주가 조정 시 하방을 지지해 줄 안전판으로 평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상장주식수 약 7억2,800만 주, 시가총액 기준 코스피 2위인 초대형주다. 외국인 지분율은 53.23퍼센트로 삼성전자, 한미반도체 등 동종 반도체 업종 내에서도 상위권을 기록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AI 반도체 핵심 공급사로서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HBM 시장에서의 압도적인 점유율과 높은 영업이익률은 메모리 업체를 넘어 AI 인프라 핵심 기업으로의 재평가 근거로 거론된다.

 

실적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투자 매력도도 부각되고 있다. 증권가 컨센서스 기준 SK하이닉스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약 42조 원으로, 올해 대비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올해 기준 PER은 약 21.23배로 추정되지만, 내년 예상 실적을 반영하면 10.8배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이를 실적 퀀텀 점프에 따른 밸류에이션 부담 완화 신호로 본다. 예상 주당순이익(EPS)도 올해 2만7,000원대에서 내년 5만3,000원대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주주환원 여력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저에는 AI 반도체 시장의 구조적 성장 흐름이 자리한다. 엔비디아의 AI GPU용 핵심 메모리인 HBM3와 HBM3e 수요가 급증하면서 SK하이닉스의 4분기 및 내년 실적 전망치는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 글로벌 고성능 메모리 가격 협상에서도 공급자 우위가 이어지며 판가 인상 흐름이 유지되고 있어 이익 개선 기대가 크다.

 

정책 변수도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H200 칩의 중국 수출을 허용한 결정은 HBM 공급 과잉 우려를 완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중국향 수출 규제가 완화되면서 SK하이닉스의 수요 기반이 한층 공고해졌고, 매출 파이프라인 안정성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이는 글로벌 규제 이슈에 민감한 반도체 업종 내에서 상대적인 주가 방어 논리로 작용할 수 있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의 위상 제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에 ADR 형태로 상장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실제 발행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투자자 풀 확대와 함께 한국 기업에 적용돼 온 디스카운트 요인 일부가 해소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가는 이를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글로벌 톱티어 테크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이벤트가 될 수 있다며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촉매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단기 리스크도 존재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국내 증시에서 신용융자 잔고 기준 이른바 빚투 1위 종목으로 꼽힌다. 시가총액 2위 초대형주임에도 신용거래융자 잔고 급증으로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된 점은 개인 투자자의 레버리지 매수세가 과열됐다는 신호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가 조정 국면에서는 이 물량이 한꺼번에 출회되며 낙폭을 키울 수 있어 경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국민성장펀드와 관련한 지배구조 논란도 단기적 심리 불안 요인으로 언급된다.

 

동종 업종 내 포지셔닝을 보면 SK하이닉스는 HBM을 앞세운 높은 수익성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사업구조가 메모리에 상대적으로 편중돼 있다는 점은 구조적 약점으로 제기된다. 그럼에도 현재 시장이 범용 메모리보다 HBM 중심 슈퍼사이클 구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어서,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 우위는 경쟁사들이 당분간 따라오기 어려운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많다. 외국인 수급이 경쟁사보다 견조한 배경도 이 같은 수익성 차별화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증권가는 55만 원 선을 단기 중요 지지선으로 주목한다. 이 가격대에는 거래량이 집중된 매물대가 형성돼 있어 지지에 성공할 경우 다시 전고점 돌파를 시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해석이다. 내년 42조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 달성 가시성이 높아지는 시점부터는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 평균은 74만 원대 수준으로, 중장기 우상향 추세는 유효하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다만 단기 급등 이후 국면에서 신용 잔고가 높은 상황을 감안해 보수적 접근을 주문한다. 조정 시 레버리지 물량 출회 속도에 따라 하락 폭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분할 매수 전략이 유리하다는 조언이다. 아울러 환율과 글로벌 금리 정책 방향, AI 투자 사이클 변화 등이 외국인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해외 거시 지표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향후 미국 통화정책과 글로벌 AI 설비투자 계획이 SK하이닉스 주가의 중장기 흐름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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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엔비디아#hb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