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고용 지표 놀라운 강세”…미국 증시, 연준 금리 인하 앞두고 혼조 속 숨 고르기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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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일(현지시각) 미국(USA) 뉴욕증시가 강한 고용 지표 속에서 장초반 혼조세를 보이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투자자들은 다음 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앞두고 지표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번 흐름은 글로벌 자금이 집중된 미국 증시와 원·달러 환율, 국채 금리 등 국제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변동성을 다시 키우고 있다.

 

현지시각 기준 4일 오전 10시 46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0.03% 하락한 47,869.67을 기록 중이다.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0.04% 내린 6,847.43,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종합지수는 0.13% 떨어진 23,424.21에 거래되고 있다. 나스닥 100 지수도 0.26% 내린 25,540.53,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는 0.18% 하락한 2,505.47로 약보합 흐름이다. 12월 4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5.7원 오른 1,472.7원을 기록해 한국 외환시장에도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

시장의 시선은 예상보다 강하게 나온 미국 노동 지표에 쏠렸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에 따르면 이번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9만 1,000건, 연속 청구 건수는 193만 9,000건으로 집계됐다. 신규 청구 건수는 2022년 9월 말 이후 최저이자, 팬데믹 이전 평균 수준인 21만 5,000건을 크게 밑돈다. 잭스 측은 이러한 수치를 두고 데이터 집계상의 불완전성 가능성과, 다른 경기 지표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의 고용 유지가 예상보다 견조하다는 해석이 공존한다고 분석했다.

 

고용 지표의 강세는 장초반 국채 금리 상승을 자극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10%, 2년물은 3.52%까지 올라 수익률 곡선 전반이 되돌림 압력을 받았다. 전통적으로 채권시장은 고용과 물가 지표를 통해 연준의 향후 행보를 가늠하는 만큼, 단기적으로는 연내 추가 완화 기대를 일부 제어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잭스는 이번 주간 지표가 다음 주 예정된 연준의 25bp(0.2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큰 변수를 주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장 전 선물시장은 완만한 상승세로 반응했다. 웰스파고에 따르면 전일 발표된 ADP 민간 고용 보고서에서 민간 비농업 부문 고용이 3만 2,000명 감소한 것과 달리, 이날 실업수당 지표는 노동시장의 탄탄함을 시사하며 시장에 혼재된 신호를 던졌다. 고용 데이터 간 괴리가 커지는 양상은 경기 피크아웃 논쟁과 연준의 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상품 시장에서도 민감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평화 협상 기대감이 희석되면서 배럴당 59.23달러, 전장 대비 0.5% 상승했다. 반면 금값은 달러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온스당 4,197.60달러로 0.1% 하락했다. 지정학적 긴장과 통화정책 전환 기대가 엇갈리는 가운데 안전자산 선호가 일방적으로 확대되지는 않는 모습이다.

 

변동성 지표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다. 찰스 슈왑에 따르면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는 전일보다 0.11포인트(0.68%) 오른 16.19를 기록하고 있으나, 여전히 16선을 밑돌며 비교적 차분한 구간에 머물러 있다. 단기 급락에 대한 공포가 크지 않다는 뜻이지만, 주요 이벤트를 앞둔 관망 심리가 짙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기업별로는 실적과 개별 이슈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개장 전 거래에서 상승세를 보인 반면, 스노우플레이크는 예상을 웃도는 실적에도 불구하고 차익 실현 심리가 부각되며 급락세로 돌아섰다. 호재성 뉴스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황에서 이른바 뉴스에 팔라 매매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대형 기술주의 주가 흐름도 엇갈렸다. 테슬라는 전일 대비 1.46% 오른 453.28달러에 거래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찰스 슈왑은 테슬라에 대해 차기 미국 행정부에서의 규제 완화 기대와 로봇 사업 추진 가속화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투자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 역시 1.39% 오른 182.07달러를 기록 중이다. 미국 경제매체 배런스는 미국 국방수권법안 논의 과정에서 엔비디아가 반대해 온 수출 규제 관련 조항이 최종 법안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을 전하며, 이 소식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반면 알파벳 A는 1.28%, 애플은 0.59%, 아마존닷컴은 1.2%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일부 빅테크는 생성형 인공지능 경쟁 격화와 광고·소비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차별적 압박을 받는 모습이다. 같은 시간 메타 플랫폼은 3.56% 급등하며 대형 기술주 가운데서도 두드러진 상승세를 연출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 집계에 따르면, 한국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 상위 종목 흐름은 이날 장중 주가와 흥미로운 대비를 보인다. 예탁결제원 데이터는 현지 결제일 기준으로 산출되며 실제 매매와 집계 사이에 약 2거래일(T+2)의 시차가 발생한다. 12월 2일 기준으로 테슬라 보관금액은 671억 원 감소했으나, 4일 장중 주가는 1.46% 상승 중이다. 이틀 전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된 뒤 다시 매수세가 유입됐거나, 최근 호재성 뉴스에 한국 투자자들의 심리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엔비디아의 경우 12월 2일 기준 보관금액이 2,565억 원 늘어나 강한 매수 우위를 보였고, 이 같은 매수세가 4일 1.39%의 상승으로 이어지며 서학개미들의 선제적 베팅이 맞아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팔란티어 테크 역시 같은 날 보관금액이 1,947억 원 증가해 공격적인 매수세가 유입됐고, 이날 주가도 0.11% 오르며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반대로 알파벳 A는 1,265억 원의 보관금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4일 주가가 1.28% 하락하고 있다. 인공지능 플랫폼 경쟁 심화와 규제 리스크에 대한 경계감이 단기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며 매수 시점과 수익률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 12월 2일 기준 서학개미들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 총액은 177조 5,611억 원으로 직전 집계일 대비 1조 1,828억 원 증가했다. 엔비디아, 팔란티어 테크,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 알파벳 A 등 성장주와 첨단 기술주에 자금이 집중된 양상이다.

 

2025년 12월 현재 기준으로 보면 한국 투자자의 미국 증시 보관금액은 약 237조 4,458억 원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2025년 10월 약 250조 원을 고점으로 다소 줄어들었지만, 11월과 12월 들어 237조 원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이뤄지는 가운데, 내년도 글로벌 경기와 미국 통화정책에 대해 신중한 시각이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로 향하고 있다. 찰스 슈왑은 보고서에서 “다음 주 연준의 금리 인하가 현재로선 우세한 전망이지만, 결정이 이미 굳어진 것은 아니며 일부 연준 위원들이 속도 조절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고용 지표의 강세와 개별 기술주의 호재·악재가 교차하면서 뉴욕증시는 방향성을 모색하는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 금융시장은 미국 고용과 물가, 연준의 결정이 만들어 낼 금리 경로에 따라 재차 요동칠 수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단기 등락에 휩쓸리기보다는 기업 펀더멘털과 거시 환경의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번 고용 지표와 연준 회의 결과가 내년 글로벌 자산 가격과 자본 흐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이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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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증시#테슬라#엔비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