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매달 10억 개 풀리지만 가격 방어는 미지수”…리플XRP 에스크로 구조, 시장 인플레이션 압박 전망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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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29일, 글로벌 암호화폐 전문 매체들이 리플 XRP(XRP)의 에스크로(조건부 예치) 시스템과 공급 구조가 중장기 시장 가격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집중 조명했다. 매달 대규모 물량이 기계적으로 해제되는 구조가 투자자 심리와 유통 인플레이션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논의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코인의 공급 메커니즘과의 차별성 속에서 리플 생태계의 장단점을 가늠해보려는 시도로 읽힌다.

 

보도에 따르면 리플 XRP는 채굴이나 스테이킹 보상이 아닌, 사전에 발행된 고정 물량을 기반으로 한다. 현재 코인게코 집계 기준 리플 XRP의 유통량은 약 602억 5000만 개이며, 최대 공급량은 1000억 개로 한정돼 있다. 리플랩스(Ripple Labs)는 초기 발행된 1000억 개 가운데 80%를 할당받았고, 2017년 이 중 550억 개를 에스크로에 예치해 매달 10억 개씩 풀리도록 스마트계약을 설정했다. 현 시스템에 따라 매달 10억 개가 해제되지만 이 물량이 그대로 시장에 유통되는 구조는 아니다.

리플 XRP 에스크로 물량 해제와 공급 구조에 따른 시장 영향
리플 XRP 에스크로 물량 해제와 공급 구조에 따른 시장 영향

크립토폴리탄 등 외신은 리플랩스가 해제된 물량 중 일부만 운영 비용과 기관 대상 ODL(On-Demand Liquidity) 유동성 공급에 활용하고, 나머지 약 70~80%를 다시 새로운 에스크로 계약에 묶어 동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9월 기준으로 리플랩스는 약 45억 개의 XRP를 지갑에 직접 보유하고 있으며, 347억 개는 여전히 에스크로에 예치된 상태로 추산된다. 이 같은 회전 구조 속에서 실제로 매달 시장에 남는 순유입 물량은 약 2억~3억 개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구조에 따라 리플 XRP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3.9%에서 5.9% 구간으로 계산된다. 이는 비트코인(Bitcoin)의 약 1.8%, 이더리움(Ethereum)의 0.5~0.8% 수준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로 평가된다. 외신들은 에스크로 해제 스케줄이 프로그래밍돼 있어 공급이 예측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급격한 비정상적 물량 출회가 제한돼 극단적 패닉 셀링 빈도가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월 수억 개 수준의 순공급이 누적되면 상승장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경계도 함께 제기된다.

 

다만 공급의 예측 가능성이 곧 가격 방어를 의미한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뚜렷하다. 국제 시장 분석가들은 글로벌 금리 수준, 유동성 축소, 규제 리스크가 겹치는 환경에서는 설령 사전에 알려진 매도 물량이라도 수요가 위축될 경우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리플랩스가 직접 보유하거나 에스크로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량이 전체 공급량의 약 39%에 이른다는 점은 중앙화된 거버넌스 리스크의 원천으로 꼽힌다.

 

리플 옹호론자들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리플랩스 측과 지지자들은 온체인 데이터를 통해 에스크로 해제와 재동결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으며, ODL 기반의 크로스보더 결제 등 기관 수요가 실제로 유통 물량을 흡수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XRP가 국제 송금과 기관용 결제 네트워크에 깊이 통합될수록 에스크로 구조는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제공하는 장점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비판론자들은 리플랩스가 사실상 중앙은행처럼 통화량을 조절하는 위치에 서게 됐다고 평가한다. 비트코인처럼 프로토콜 수준에서 완전히 분산된 발행 메커니즘과 달리, XRP는 기업이 전략적 판단에 따라 해제 물량의 실제 유통 속도와 재동결 비율을 조정할 수 있는 구조를 갖는다. 이 점이 탈중앙화라는 암호화폐의 이념과 상충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 잠재력을 제약하는 구조적 한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외신 보도는 또 리플랩스가 ODL 이외에도 실물자산(RWA) 토큰화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다만 이러한 사업이 실제로 대규모 토큰 소각이나 지속적인 수요 확대로 이어져야만 구조적 오버행, 즉 잠재적 매도 물량에 대한 우려가 완화될 수 있다는 조건이 붙는다.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소각 정책이나 대규모 신규 수요 창출의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시장의 평가는 보수적으로 머물러 있다.

 

해외 주요 매체들은 리플 XRP의 사례를 다른 메이저 코인과 대비하며 기술·토큰 구조의 차이가 자산별 리스크 프로파일을 어떻게 갈라놓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 경제지는 XRP의 인플레이션율과 중앙화 논란을 언급하며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이더리움이 디파이 인프라 자산으로 자리잡는 것과는 또 다른 포지셔닝이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매체들은 예측 가능한 공급 모델이 전통 금융권과 규제 당국에 오히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기관 채택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리플 XRP의 가치는 단순 발행량이나 인플레이션율을 넘어, 기관용 디파이와 국제 결제 인프라에서의 실제 사용 비중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리플랩스가 보유 물량을 어떤 속도로 시장에 공급하고, 동시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생태계를 확장해 인플레이션을 상쇄할 신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지가 핵심 변수로 거론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달 초 에스크로 해제 시점 전후의 가격 변동성과 리플랩스의 재동결 비율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국제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리플 XRP의 에스크로 및 공급 구조가 향후 규제 환경 변화, 글로벌 유동성 사이클, 기관 채택 속도와 맞물려 어떤 결과를 낳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XRP가 중앙화 논란과 인플레이션 압박을 넘어 실사용 기반을 확대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에스크로 시스템이 신뢰 자산이 될지 리스크 요인이 될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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