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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 소지 차단해야"…더불어민주당, 내란재판부설치법 수정 검토 기류 확산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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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법안 처리 방식을 놓고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국회 본회의 표결만 남겨둔 내란재판부설치법을 두고 헌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당 지도부가 사실상 수정 논의에 착수한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2월 8일 국회에서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내란재판부설치법을 집중 논의했다. 해당 법안은 이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상정만 남은 상태지만, 법조계뿐 아니라 당내에서도 위헌 우려가 잇따르자 처리 속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의총에서 다수 의원은 내란사건 전담재판부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재판부 구성 절차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헌법재판소, 법무부, 판사회의 추천으로 꾸려지는 추천위원회가 지명한 판사들로 재판부를 구성하도록 한 조항을 두고 헌법 위반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집중됐다.

 

한 의원은 의총에서 법사위 통과 과정의 법리 검토를 문제 삼으며 "위헌이 아니라는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주장은 소수설에 가깝고, 특정 사건을 재판하는 내란재판부 인사 추천 과정에 법무부가 들어가는 것은 재판권에 대한 관여라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법무부장관이 사실상 재판부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는 권력분립 원칙에 반할 수 있다는 취지다.

 

공개 발언에 나선 의원 다수는 위헌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이미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법안을 다시 손봐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향후 내란 관련 사건에서 해당 법률의 위헌 여부가 쟁점이 되면,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재판 지연 전략을 구사할 여지가 커진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법안 처리 시점을 둘러싼 이견도 표면화됐다. 당 지도부는 그동안 내란재판부설치법의 연내 처리를 목표로 해 왔지만, 내년 1월 예정된 관련 사건 1심 선고 이후로 미루자는 의견이 의총에서 제기됐다. 한 율사 출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귀연 재판부가 1심에서 이상한 판결을 하면 국민이 다 들고일어날 것"이라며 "그때 내란재판부를 설치해도 늦지 않은데 왜 지금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먼저 1심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제도 개편 수위를 정해도 된다는 시각이다.

 

이날 의총에서는 내란재판부설치법뿐 아니라 내란 사건 수사와 재판을 둘러싼 논란과 맞물린 법왜곡죄 신설법 등 형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두 법안 모두 위헌 시비가 예상되는 만큼, 법제사법위원회가 충분한 당내 논의 없이 여론 파장이 큰 법안을 밀어붙였다는 비판도 나왔다. 법제사법위원회가 당내 총의를 수렴하지 않은 채 설익은 상태로 처리했다는 지적이다.

 

당 일각에서는 이 같은 문제 제기를 반영해 법무부장관의 추천권을 삭제하거나 축소하는 방향으로 내란재판부설치법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내란사건 전담재판부 설치라는 큰 틀은 유지하되, 행정부 개입 논란을 최소화해 위헌 논란의 빌미를 줄이자는 계산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법안 보완 필요성에 공감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정 대표는 의총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더 넓히고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보완하고 수정할 부분은 과감히 수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된 원안을 그대로 밀어붙이기보다는, 헌법적 논란을 고려해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향후 절차 역시 유동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안 처리에 앞서 헌법학자와 법조인 등 전문가 자문을 추가로 받고, 시민사회 등 각계 의견도 수렴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내란재판부설치법 논의가 내년 1심 재판 이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은 안 된다는 의원들이 다수였으니 지도부가 수정안을 내놓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란재판부 설치 방향에는 이견이 크지 않지만, 구체적 설계와 처리 시점을 둘러싼 당내 논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회는 내란재판부설치법과 법왜곡죄 신설법 등 쟁점 법안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수정안을 마련해 재상정할 경우, 헌법 논란을 둘러싼 법리 공방과 정치적 책임 공방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임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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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내란재판부설치법#윤석열전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