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윤석열·김건희 직권남용 피의자 적시”…김건희특검, 대검·중앙지검 압수수색 강행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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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핵심을 둘러싼 수사 무마 의혹을 두고 특검과 검찰이 정면 충돌했다. 김건희 여사의 이른바 셀프 수사 무마 의혹을 맡은 김건희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적시하고, 검찰 핵심 부서를 상대로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라인의 인사 교체와 통화 내역이 맞물리면서 정치권과 사법기관 전체가 격랑에 휩싸이는 형국이다.

 

김건희특검을 맡은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2일 오전 10시 2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내 조은석 내란특검팀 사무실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검찰청 등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특검팀은 각 기관에서 영장을 제시한 뒤 관련 자료를 임의 제출받는 방식으로 수사에 필요한 물증 확보에 나섰다.

김건희특검팀은 내란특검팀이 이미 확보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가운데 김건희 여사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역을 넘겨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내란특검팀은 앞서 박 전 장관의 휴대전화 분석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연락 정황, 명태균씨 관련 수사보고서 전달 내역 등을 추적해 왔다.

 

이번 압수수색 영장에는 김건희 여사, 윤석열 전 대통령, 박성재 전 장관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로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명태균씨 관련 초기 수사를 지휘했던 정유미 전 창원지방검찰청 검사장(현 법무연수원 검사)도 피의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서울중앙지검 압수수색 관련 영장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 박 전 장관의 이름이 등장하지만, 구체 피의자 표기는 성명불상자로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에서는 2024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서 김 여사 관련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이 사용한 컴퓨터에 대해 특검팀이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당시 수사기록과 전자문서, 내부 보고라인을 비교 분석해 수사 방향이 어디에서, 어떻게 조정됐는지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특검의 핵심 타깃은 2024년 5월 전후 대통령실과 법무부, 검찰 간 교신 내용이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는 2024년 5월 박 전 장관에게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 자신의 수사 상황과 여타 권력층 수사 진행 여부를 직접 문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박 전 장관에게 내 수사는 어떻게 되고 있느냐, 김혜경·김정숙 여사의 수사는 왜 진행이 잘 안되나, 김명수 대법원장 사건이 2년이 넘었는데 방치된 이유가 뭐냐는 취지로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는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던 시기였다. 특검팀은 김 여사의 문의가 단순 현황 파악을 넘어서 수사 방향에 영향을 주려 한 것인지, 이후 검찰 인사 및 수사 방식 변화와 연결되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김 여사의 메시지 전후로 윤 전 대통령과 박 전 장관 사이 통화도 잇따랐다.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5월 2일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한 전담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직후인 5월 4일, 박 전 장관과 약 1시간 15분간 통화했다. 같은 달 12일에도 박 전 장관과 네 차례 통화해 총 42분가량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 직후 검찰 지휘부 인사는 급변했다. 5월 13일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장과 1∼4차장검사를 전원 교체했고, 이원석 전 총장의 대검찰청 참모진도 대거 교체했다. 특검은 이 인사 시점이 김 여사 관련 전담수사팀 지시 이후 불과 열흘 안팎에 집중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5월 15일에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박 전 장관에게 검찰 수사팀 인사와 관련한 소문 문건, 이른바 지라시를 전달한 정황도 드러났다. 문건에는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은 이 전 총장이 항의 차원에서 김 여사에 대한 신속 수사를 지시했고, 그 여파로 수사 지휘부가 교체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지라시를 받은 박 전 장관은 같은 날 윤 전 대통령과 약 10분간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새로 꾸려진 수사팀은 김 여사에 대해 검찰청이 아닌 대통령경호처 부속청사에서 방문 조사하는 방식을 택했고, 결국 디올백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모두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했다. 특검은 이 일련의 과정이 단일한 정치권력 의지에 따른 직권남용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관련 자료 확보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조은석 특별검사가 이끄는 내란특검팀은 별도의 수사에서 박 전 장관이 김 여사를 김안방으로 저장하고, 명태균씨 공천 개입 의혹 수사보고서 등을 김 여사에게 전달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안방은 안방마님을 줄여 부른 표현으로 추정되고, 특검은 이 호칭을 두 사람이 매우 가까운 관계였음을 보여주는 단서로 보고 있다. 내란특검팀은 이런 정황을 근거로 박 전 장관이 김 여사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을 받은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수사해 왔다.

 

김건희특검팀은 내란특검팀과 수사 정보를 공유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 박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하기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명태균씨 관련 초기 수사를 지휘한 정유미 전 창원지검장도 직권남용 공모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피의자로 입건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사건은 아직 김건희특검으로 이첩되지 않았다. 이 사건의 핵심은 김 여사가 2023년 6∼9월 최재영 목사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대가로 디올백 등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는 2023년 11월 김 여사가 최 목사로부터 디올백을 건네받는 장면이 담긴 몰래카메라 영상을 공개한 뒤, 같은 해 12월 윤 전 대통령 부부를 검찰에 고발했다.

 

현재 김건희특검팀은 이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해 검찰이 내린 무혐의 처분 과정 전반을 들여다보며 부실수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디올백 수수 행위 그 자체는 아직 특검의 정식 수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고발인 측의 항고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해당 사건을 대검에서 이첩받도록 요청하지 않았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특검의 강제 수사 확대를 두고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임기 종료 이후 전직 대통령과 가족을 겨냥한 수사가 정치보복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야권에서는 최고 권력층을 둘러싼 수사 무마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지 못하면 검찰과 법무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회복되기 어렵다며 특검 수사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건희특검팀은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와 통신 기록, 수사보고서를 분석한 뒤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박 전 장관, 정유미 전 지검장 등에 대한 소환 조사 일정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회와 정치권은 특검 수사 진척 상황에 따라 추가 청문회나 법·제도 개선 논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배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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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특검#윤석열전대통령#박성재전법무부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