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독립성 시험대 올랐다”…트럼프, 월러 이사 차기 의장 면접 추진에 월가 촉각
현지시각 기준 16일, 미국(USA) 워싱턴에서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차기 연준 의장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월러 이사를 의장 후보 자격으로 면접할 예정이라고 전하며, 연준 수장 교체를 둘러싼 정치·금융권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인선은 연준의 통화정책 독립성과 향후 금리 경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사안으로 평가된다.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연준 의장 인선을 속도감 있게 추진 중이지만, 최종 후보군을 두고 고심이 이어지고 있어 월러 이사와의 면접 일정이 연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유력 후보로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에 더해 월러 이사가 가세해 3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주 워시 전 이사를 직접 면접했으며, 워시 전 이사와 해싯 위원장이 후보군에서 최우선 순위에 올라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WSJ과의 인터뷰에서 “케빈과 케빈이 있다. 난 두 명의 케빈 모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두 인물에 대한 신뢰를 강조한 바 있다.
다만 WSJ은 월러 이사가 올해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해 가장 체계적이고 일관된 논리를 제시해 왔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월가에서는 차기 연준 의장으로 선호도가 가장 높은 인사로 꼽힌다고 전했다. 실제로 월러 이사는 지난 10월 WSJ이 경제학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차기 연준 의장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월러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 연준 이사로 임명된 인물이나, 해싯 위원장·워시 전 이사와 비교하면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유대는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미 대선을 앞둔 지난해 9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을 당시 월러 이사가 찬성표를 던진 점이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 사이에서 논란이 돼 왔다고 WSJ는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주변 인사들은 당시 월러 이사의 빅컷 찬성 입장을 “트럼프에 대한 불충”으로 받아들이며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인식 탓에 공화당 강경 지지층과 대통령 측근 그룹 내에서는 월러 이사가 인선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약세에 놓여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거리감이 오히려 연준 독립성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감지된다.
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 종료 예정으로, 수개월 내 차기 연준 수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 수장 교체 시점이 다가오면서 미국 국채부터 글로벌 주식시장에 이르기까지 주요 자산시장은 통화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특히 기준금리 인하 속도와 시점, 보유자산 축소 정책의 조정 여부가 향후 시장 변동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기간 동안 줄곧 기준금리 인하를 공개적으로 압박해 왔으며, 제롬 파월 의장을 직접 겨냥한 발언과 정치적 압력은 연준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을 낳았다. 이 같은 전력 때문에 차기 의장 인선 과정에서도 백악관과 연준 사이 거리 두기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헤지펀드 시타델의 켄 그리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영국(UK)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새 연준 의장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조치는 백악관과 연준 사이에 거리를 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FT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해싯 위원장이 유력 후보로 부각되자, 특히 채권 투자자를 중심으로 연준 독립성 약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금융시장은 차기 연준 의장이 누구냐에 따라 통화정책 경로뿐 아니라 달러 강세·약세, 신흥국 자본 흐름,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월러 이사처럼 시장과의 소통을 중시하고 일관된 금리 인하 논리를 제시해 온 인사가 선임될 경우 단기적으로 정책 예측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정치적 압력이 강화될 경우 오히려 정책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제기된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1월 초 차기 연준 의장을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혀 인선 일정의 대략적인 윤곽을 제시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매체들도 이번 인선이 “연준의 향후 4년을 좌우할 분수령”이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사회와 글로벌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이 미국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성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고, 연준의 독립성이 다음 의장 체제에서 어떻게 시험대에 오를지에 관심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