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5% 급락…외국인 매도 공세에 42만원 선 위태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메르세데스벤츠 장기 공급 계약 호재에도 불구하고 16일 장중 5% 넘게 급락하며 42만원 선 붕괴 위기에 놓였다. 전기차 수요 정체 장기화와 대규모 설비 투자로 인한 재무 부담 우려가 겹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인 수급 불안이 2차전지 섹터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6일 오후 1시 32분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전 거래일보다 5.20퍼센트(2만3,000원) 하락한 41만9,500원에 거래 중이다. 시가 44만1,000원으로 출발했지만 장 초반부터 매물이 쏟아지며 장중 41만7,000원까지 밀렸다. 최근 1주일 동안 44만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며 지지선을 다지던 흐름이 이날 장대 음봉과 함께 120일 이동평균선 하향 이탈로 이어지며 기술적 불안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 8일 기록한 45만1,500원과 비교하면 불과 6거래일 만에 7퍼센트 이상 조정받은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373220] 최근 1주일 주가 추이 (출처: 네이버증권)](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6/1765860421905_274580469.jpg)
주가 급락 배경으로는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가 지목된다. 이날 매도 상위 창구에는 UBS 등 외국계 증권사가 올라 있으며, 장중 추산 기준 약 3만 주에 육박하는 순매도가 출회된 것으로 파악된다. 외국인은 지난 11일부터 매도 우위를 강화하며 사실상 엑시트 기조를 보이는 상황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키움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등을 통해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매도 물량을 온전히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기관도 최근 소폭 매수세를 보였으나 이날은 관망 내지 소극적 대응을 택하며 하방 압력을 키우는 양상이다.
업종 전반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점도 부담 요인이다. 같은 2차전지 셀 업체인 삼성SDI는 이날 2.15퍼센트 하락 중이며,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2차전지 소재주인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는 각각 7.35퍼센트, 7.54퍼센트 떨어지며 폭락 수준의 약세를 연출하고 있다. 코스피 시가총액 3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낙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지만, 트럼프 리스크 부각 이후 국내 2차전지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밸류에이션 디레이팅 압력이 이어지면서 섹터 전반을 짓누르는 수요 둔화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으로 해석된다.
실적 전망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소로 꼽힌다. 시장 컨센서스 기준 2025년 LG에너지솔루션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9퍼센트 감소한 23조2,756억 원, 영업이익은 1조4,304억 원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1,592억 원 수준의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와 북미·유럽 공장 가동률 조정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의미다.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등 이익 체력은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지만, 2024년 주당순이익이 마이너스 4,354원, 2025년 예상 주당순이익이 마이너스 680원으로 마이너스권에 머무는 만큼 밸류에이션 메리트를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중장기 성장 동력은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계열사와 2028년부터 10년간 총 50.5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거센 상황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대규모 장기 계약을 따내며 기술 경쟁력을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에너지저장장치 사업 비중을 확대해 전기차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도 긍정적 요인으로 거론된다.
다만 시장은 향후 실현될 수익보다 당장 눈앞의 재무 부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공격적인 글로벌 설비 투자로 차입금이 늘어난 가운데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이자 비용 증가가 수익성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에 선반영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2차전지 투자 사이클이 장기 성장 스토리를 가지는 만큼, 설비 투자와 재무 건전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전략이 중요해졌다고 평가한다.
단기 주가 흐름을 놓고 보면 41만원 선 방어 여부가 중요한 분수령으로 관측된다. 현재 주가는 볼린저밴드 하단 영역으로 향하며 기술적 과매도 구간 진입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반등 폭은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40만원 초반대에서 바닥 다지기 양상을 확인한 후 분할 매수로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중장기 관점에서는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 양산과 에너지저장장치 매출 가시화 시점이 추세 전환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앞으로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핵심 변수는 전방 산업인 전기차 수요 회복 속도다. 전기차 캐즘 구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공장 가동률 저하와 고정비 부담 확대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2025년 말 부채비율이 일부 개선될 여지는 있으나, 단기 유동성 지표인 당좌비율 흐름을 꾸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 추이와 미국 정책 변수, 금리 흐름 등이 향후 LG에너지솔루션 주가 방향을 좌우할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