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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허가 받은 세노바메이트"…SK바이오팜, CNS 포트폴리오 확장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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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과 수면장애를 겨냥한 국산 중추신경계 혁신 신약이 중국 규제 장벽을 넘으면서 글로벌 상업화 속도가 붙고 있다.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세노바메이트와 솔리암페톨이 중국 국가의약품감독관리국 NMPA로부터 신약허가 승인을 획득해, 세계 최대 수준의 뇌전증과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잠재 수요 시장에 동시 진입하게 됐다. 업계는 이번 허가를 국산 CNS 신약의 중국 상업화 분기점이자, SK바이오팜의 파이프라인 가치 재평가 계기로 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합작법인 이그니스 테라퓨틱스를 통해 세노바메이트와 솔리암페톨의 중국 내 신약허가를 획득했다고 9일 밝혔다. 허가 신청은 이그니스가 2023년 12월 NMPA에 제출했으며, 약 1년 만에 별도 보완 요구 없이 심사가 마무리됐다. 중국 신약허가 과정에서 반복적인 자료 보완이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으로 빠른 처리로, 회사는 글로벌 기준의 임상 데이터와 품질 시스템이 검증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성인 발작을 적응증으로 한 뇌전증 치료제로, 뇌 신경세포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해 발작 빈도를 낮추는 기전을 가진 약물이다. 기존 항경련제 대비 발작 완전 소실률을 높인 점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으며, 해외에서는 성인 부분발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유의한 발작 감소 효과를 입증해 상업화에 성공한 바 있다. 솔리암페톨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각성도를 높이는 수면장애 치료제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를 억제하는 이중 작용 기전을 통해 과도한 주간 졸림을 개선하도록 설계된 의약품이다.

 

중국 NMPA는 임상 근거, 품질 관리 수준, 제조시설 검증 결과를 통합적으로 평가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SK바이오팜과 이그니스는 허가 전략 수립 단계부터 NMPA 산하 의약품심사위원회 CDE와의 사전 소통을 강화해, 중국 로컬 가이드라인과 글로벌 임상 설계 원칙을 모두 반영한 데이터 패키지를 구성했다. 특히 글로벌 임상 데이터를 중국 환자군에 어떻게 외삽할지, 품질 기준과 제조 밸리데이션 자료를 어느 수준까지 맞출지에 대해 세부 전략을 적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내 개발과 상업화는 SK바이오팜과 글로벌 투자사 6디멘션 캐피탈이 설립한 합작법인 이그니스 테라퓨틱스가 전담한다. SK바이오팜은 2021년 이그니스와 세노바메이트, 솔리암페톨을 포함한 주요 CNS 파이프라인의 중국 내 권리 및 허가 절차 전반을 포괄하는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지분 약 41퍼센트를 보유한 전략적 주주로 참여해 왔다. 이그니스는 허가 확정 전부터 마케팅, 영업망 구축, 환자·의료진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해 온 만큼, 제품 출시 후 초기 시장 안착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시장성 측면에서 중국은 SK바이오팜의 글로벌 전략에서 핵심 축으로 꼽힌다. 중국 내 뇌전증 환자는 11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2023년 기준 시장 규모는 11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된다. 희귀난치성 발작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가 적지 않은 만큼, 차별화된 발작 억제 성능을 앞세운 세노바메이트의 처방 확대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도 1억70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돼, 솔리암페톨은 수면클리닉과 호흡기·신경과 영역에서 잠재 수요를 공략할 수 있는 구조다.

 

중국 CNS 의약품 시장은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크다는 점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텍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추세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다수의 항경련제와 수면무호흡증 치료제가 시판 중이나, 중국에서는 허가 포트폴리오와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어서 SK바이오팜과 이그니스가 조기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반면 미국, 유럽 빅파마들이 중국 내 로컬 파트너와의 제휴를 강화하고 있어, 향후 약가와 보험 등재, 처방 가이드라인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규제 측면에서 중국 NMPA는 최근 몇 년간 혁신 신약의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해외 임상 데이터를 조건부로 인정하는 등 제도 개편을 진행해 왔다. SK바이오팜과 이그니스는 이러한 정책 변화에 맞춰 제출 전략을 조정해, 현지 임상 요구 수준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전성과 유효성 판단에 필요한 근거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두 회사는 향후 보험 등재와 약가 협상 과정에서도 중국 보건당국과 협의를 이어가,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가격 정책과 리얼월드데이터 수집 계획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일린 롱 이그니스 테라퓨틱스 대표는 세노바메이트와 솔리암페톨이 중국 중추신경계 질환 환자들에게 의미 있는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SK바이오팜과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제품 출시 준비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이번 중국 승인을 세노바메이트와 솔리암페톨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하며, 중국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 기회를 빠르게 경험할 수 있도록 양사가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두 신약의 동시 승인은 이그니스 기업가치 상승 요인으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은 41퍼센트 지분을 통해 향후 중국 매출 성장과 파이프라인 확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허가가 국산 CNS 신약이 중국에서 본격 상업화 단계로 진입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향후 추가 적응증 확대와 후속 파이프라인의 중국 진입 전략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SK바이오팜과 이그니스가 중국 시장에서 어느 수준의 실매출과 처방 점유율을 확보할지 주시하고 있으며, 글로벌 CNS 의약품 경쟁 구도 속에서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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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세노바메이트#솔리암페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