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취향도 데이터로 본다”…테이스트아틀라스, 세계 최악 음식 100선 발표 파장
글로벌 미식 평가 플랫폼이 대규모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집계한 순위 하나가 국가별 음식 인식까지 흔들고 있다. 이용자 평가를 통계 처리해 자동으로 순위를 산출하는 온라인 시스템이, 전 세계 음식의 이미지를 규정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작동하는 분위기다. 데이터 기반 평점은 직관적이지만, 문화적 편향과 알고리즘 구조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IT 기반 평점 서비스의 한계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음식 취향 영역에서도 플랫폼 알고리즘 해석력 확보가 국가 브랜드 전략의 변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미식 평가 플랫폼 테이스트아틀라스는 현지시각 1일 자사 서비스에 등록된 음식 가운데 사용자 유효 투표 약 45만 건을 분석해 최저 평점을 받은 음식 100가지를 공개했다. 플랫폼은 개별 이용자의 별점과 리뷰를 수집한 뒤, 자체 기준에 따라 신뢰도 낮은 표본을 걸러내는 방식으로 점수를 재계산해 순위를 매긴다. 이번 집계 결과 아이슬란드 전통 음식이 1위와 2위를 차지했고, 한국 음식 4종도 하위권 목록에 포함되면서 국내외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아이슬란드 음식 가운데 최하위에 오른 스비드는 양의 머리를 통째로 그슬긴 뒤 절반으로 나눠 굽는 조리법 탓에, 플랫폼 이용자들로부터 특히 강한 시각적 거부감을 유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2위 토라마투르는 발효·절임류를 한데 묶은 전통 음식 모음으로, 구성과 비주얼이 낮은 점수의 주된 이유로 지목됐다. 테이스트아틀라스는 개별 음식 설명에서 재료, 조리 과정, 풍미를 상세히 소개하면서도, 동시에 이용자 평균 평점을 노출해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용자들 사이의 인식 차이를 수치로 드러내고 있다.
한국 음식 가운데서는 발효 어패류인 홍어가 평점 2.4점을 기록해 51위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플랫폼은 홍어를 전라도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음식으로 소개하면서도, 자연 발효 과정에서 축적되는 암모니아로 인해 강한 냄새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외국인 이용자 평가를 인용해 공중화장실을 연상시키는 냄새, 식사 후에도 오래 남는 향 등을 언급하며 거부감을 수치화했다. 동시에 쫄깃한 식감과 독특한 풍미를 좋아하는 미식가에게는 별미로 소비된다는 점, 삶은 돼지고기와 김치, 술과 함께 즐기는 삼합 문화도 함께 서술해 상반된 평가가 공존함을 보여줬다.
홍어 외에도 엿, 콩나물밥, 두부전이 각각 68위, 81위, 84위에 포함됐다. 상대적으로 자극적이지 않은 콩나물밥과 두부전까지 낮은 순위에 오른 점은 한국 이용자들 사이에서 의외라는 반응을 낳았다. 플랫폼 구조상 특정 국가나 언어권 이용자의 참여 비율, 사진·설명에 노출되는 맥락이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런 요소가 단순 평균 점수로 수렴되면서 음식 본연의 특성과 다른 이미지가 형성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이스트아틀라스와 같은 글로벌 미식 플랫폼은 다국적 이용자가 남긴 평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음식 지도를 시각화하고, 국가별 대표 음식 순위를 제시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일종의 크라우드소싱 기반 데이터베이스로, 개별 사용자의 주관적 경험을 대량 수집해 통계적으로 처리한다는 점에서 IT 플랫폼 비즈니스의 전형적인 구조를 따른다. 평점 산출 과정에서 이상치 제거, 표본 가중치 조정, 국가·지역별 평가 분포 보정 같은 알고리즘 설계를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플랫폼 사업자는 알고리즘 세부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순위 결과를 둘러싼 투명성 논란도 반복된다. 특정 국가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릴 경우, 다수 이용자의 평균값이 소수의 강력한 호평을 압도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해외 소비자 접점을 찾는 K푸드 업계 입장에서는, 홍어처럼 발효 특성이 강한 음식은 물론 상대적으로 무난한 음식까지 낮은 점수를 받게 되면 온라인 검색과 추천 시스템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글로벌 미식 플랫폼 평점은 관광 수요와 식품 수출 전략에도 점차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여행 전 검색 과정에서 음식 평점을 참고하는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알고리즘이 제시한 점수가 새로운 정보 비대칭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정 국가 음식이 플랫폼에서 낮은 평가를 지속적으로 받을 경우, 실제 현지 경험을 해보지 않은 소비자의 선입견이 굳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대로 이슈가 된 음식을 찾아가 직접 경험해 보려는 호기심 수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문화적 맥락이 강하게 작용하는 영역일수록 데이터 알고리즘의 편향을 더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음식 평점은 객관적 품질 지표라기보다, 특정 시점과 사용자 집단이 가진 취향 스냅샷에 가깝다는 해석이다. 데이터 기반 플랫폼이 국가 이미지를 좌우하는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미식 산업과 관광 정책에서도 디지털 평판 관리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순위 발표가 실제 음식 소비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데이터 기반 미식 플랫폼이 향후 글로벌 식문화 지형을 어떻게 재편해 갈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