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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행정 고도화 나선다…정부·아마존, 공공클라우드 협력 논의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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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클라우드가 행정 서비스의 작동 방식을 바꾸는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정부가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의 투자 확대를 계기로 공공 부문의 AI 활용과 디지털 인프라 재편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행정 전 영역에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자동화를 도입해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업계에서는 공공 클라우드 및 AI 거버넌스 구축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아마존 본사의 데이비드 자폴스키 글로벌 대외정책 및 법무 총괄 수석 부회장을 만나 공공 분야 AI와 클라우드 활용 전략을 논의했다. 이번 접견은 지난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CEO 서밋에서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 최고경영자가 한국 내 데이터센터 확충에 5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이후 이어진 후속 고위급 협의다.

양측은 공공 부문에서의 인공지능 활용 촉진,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행정 서비스의 안정성 강화, 대규모 재난 발생 시 재해복구 역량 제고를 핵심 의제로 올렸다. 특히 기존 온프레미스 방식의 자체 전산센터 운영이 가진 확장성 한계와 장애 대응 속도 문제를 넘어, 분산된 클라우드 인프라와 AI를 결합해 연속적인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 측은 해외 주요 공공 기관들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구축한 사례를 공유했다. 예를 들어 행정 문서 자동 분류와 질의 응답 시스템, 민원 패턴 분석을 통한 정책 수립 지원, 공공 데이터 포털의 검색 고도화 등 구체적인 활용 사례를 제시해, AI가 공무원의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고 고위험 재난 예측과 자원 배분을 정교화하는 데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설명했다는 후문이다.

 

또한 글로벌 리전과 가용 영역을 활용한 이중화 설계, 데이터 백업 및 신속 복구 체계, 사이버 공격이나 자연재해에도 서비스 중단 시간을 최소화하는 운영 기준 등을 소개하며, 재해복구를 위한 기술적 아키텍처와 실제 운영 경험을 공유했다. 행정 데이터의 특성상 보안과 가용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만큼, 이런 클라우드 기반 설계가 기존 전산센터 대비 중단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윤호중 장관은 국내 투자 계획에 대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공공 부문에 AI를 폭넓게 접목해 AI 민주정부 구현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AI 민주정부는 대규모 행정 데이터를 분석해 정책 결정의 근거를 명확히 하고, 민원 처리와 복지 지원 등 대국민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디지털 행정 모델을 지향하는 개념으로 풀이된다. 윤 장관은 특히 서비스 안정성 강화를 AI 민주정부의 핵심 인프라 과제로 제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 대한민국 디지털 정부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해외 선진 기업과 정부의 AI 및 클라우드 운영 경험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해 국내 행정 서비스 개선에 반영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이는 공공 데이터센터와 민간 클라우드를 병행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구조를 발전시키면서, 정책 결정과 서비스 설계 과정에 생성형 AI와 예측 분석을 통합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공공 부문 AI와 클라우드 도입 경쟁이 본격화된 상태다. 미국과 유럽은 공공 서비스에 상용 클라우드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챗봇 기반 민원 응대나 예산 집행 모니터링, 디지털 신원 시스템 등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례가 확산 중이다. 동시에 데이터 주권과 보안 이슈 대응을 위해 특정 지역 내 데이터 저장을 의무화하고, 민감 정보 처리에 대한 별도 인증 제도를 운영하는 추세다.

 

한국 역시 이러한 글로벌 흐름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공공 클라우드 전환 로드맵과 AI 행정 서비스 도입 기준을 세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행정 데이터의 국외 이전 제한, 민간 사업자에 대한 보안 책임 기준, 알고리즘 의사결정의 설명 가능성 등 규제와 윤리 기준을 정교하게 설계하지 못하면,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실제 도입 속도는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정부와 아마존 간 협의가 향후 공공부문 클라우드 사업 구조와 AI 행정 서비스 시장 판도에 영향을 줄 트리거로 보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AI 민주정부 전략이 본격화되면,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자체와 공공기관으로까지 AI 기반 민원 처리, 재난 대응, 도시 관리 시스템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동시에 기술 의존도와 데이터 통제권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향후 정책 논의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전환이 행정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국면에서, 산업계와 공공 부문은 기술 도입 속도와 제도 정비 수준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AI와 클라우드의 결합이 행정 서비스 품질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되는 동시에, 데이터 보안과 책임성 논의를 가속하는 변수가 되고 있는 만큼, 산업계는 이번 행보가 실제 시장에 어떤 형태로 안착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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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아마존웹서비스#aidemocra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