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골목 따라, 폭포 소리 따라”…삼척에서 만나는 계절의 온기와 쉼
여행지를 고르는 기준이 달라졌다. 이제는 명소 하나가 아니라, 도시의 일상과 계절의 결을 담는 곳이어야 한다. 소박한 시장 구석에서, 햇살에 빛나는 루프탑에서, 흐르는 폭포의 소리 곁에서 우리는 한적함과 풍요로움을 함께 경험한다.
요즘 삼척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한때는 ‘바다 도시’라는 이미지가 더 짙었지만, 지금의 삼척은 삶의 여러 결을 담는 다채로운 여정이 펼쳐지는 곳이 됐다. 삼척번개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풍경보다 소리가 마음을 두드린다. 상인과 방문객의 대화, 산더미처럼 쌓인 제철 식재료, 갓 튀긴 음식 냄새가 뒤섞여 하루의 활기를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시장만의 온기가 좋아 오랜만에 가족과 들렀어요”라는 말처럼, 주민과 여행객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정겨운 장면이 연출된다.

이런 변화는 여행 트렌드에도 확실히 드러난다. 지역관광 전문가들 역시 “삼척은 관광지와 삶의 경계가 옅어진 공간이에요. 여행객들이 시장이나 공원 등 지역의 일상에 스며드는 경험을 더 선호하게 됐죠”라고 분석했다. 실제 SNS에는 번개시장의 명물 음식 인증, 미인폭포 산책 사진, 클리어비치 테라스에 앉아 찍은 바다 인증샷이 연달아 등장한다.
삼척 도계읍의 미인폭포는 절제된 아름다움 속에 계절의 색을 담는다. 층층이 쏟아지는 폭포수와 깨끗한 물은 철마다 다른 표정을 품고, 폭포를 따라 걸으며 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바쁨과 피로가 잠시 잊히는 듯하다. 한 여행객은 “물보라가 부서지는 순간, 자연과 내가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표현했다.
클리어비치에서는 커다란 유리 너머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멍을 때릴 수 있다. 루프탑에 앉아 커피 한 잔에 바다를 식히고, 삼척장미공원의 산책로에서는 꽃향기와 바람을 나란히 걷는다. “그냥 걷는 것만으로도 리셋되는 기분”이라는 후기가 공감을 얻는다. 장미가 만개하지 않은 계절에도, 정갈하게 관리된 공원의 평온한 분위기는 계절을 구분하지 않고 이곳을 찾게 만든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가족이랑 주말 마켓 투어하러 갔다 오니 어쩐지 삶에 온기가 돈다’, ‘장미공원은 엄마랑 함께 걸었는데 대화가 길어졌다’는 식의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SNS를 중심으로 삼척의 여러 얼굴을 소개하는 흐름도 더욱 활발해졌다.
삼척의 구석구석을 걷다 보면, 그저 스쳐가는 풍경에도 자신만의 속도가 스며든다. 삼척은 단지 한 번 스쳐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계절의 무늬와 생활의 숨결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도시로 삶의 리듬을 바꾸는 기호가 되고 있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