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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매트 전자파 걱정 줄었다”…정부, 생활제품 전수 점검 결과 공개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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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마다 사용량이 급증하는 전기매트와 전기 히터 등 생활가전의 전자파 수준이 인체보호 기준의 몇 퍼센트에 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와 병원, 공공기관, 데이터센터 인근 등 전파 인프라와 전기가 집중된 생활공간도 국제 권고를 반영한 국내 기준 대비 한 자릿수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019년부터 매년 시행 중인 생활 속 전자파 정밀 측정 결과가 축적되면서, 생활가전과 통신 인프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점차 쌓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스마트공장, 사물인터넷 인프라 등 미래형 시설이 늘어나는 만큼, 규제 기준과 모니터링 체계를 장기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병행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생활제품 32종 38개 제품과 교육·주거·공공시설 등 생활환경 7223곳을 대상으로 전자파 노출량을 측정한 결과, 전 항목이 인체보호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측정은 국제 비전리복사 보호위원회 권고치를 반영한 국내 전자파 인체보호 기준에 따라 진행됐다.

생활제품의 경우 과기정통부가 운영하는 생활 속 전자파 위원회를 통해 올해 하반기 측정 대상 32종 38개 제품을 먼저 선정했다. 이후 국립전파연구원이 전자파 강도 측정 기준에 따라 10월 16일부터 11월 27일까지 약 한 달 반 동안 정밀 측정과 분석을 수행했다. 제품별 사용 환경을 실제에 가깝게 설정하고, 최대 출력 조건에서의 전자파 세기를 계측해 기준과 비교하는 방식이다.

 

겨울철에 많이 쓰이는 난방 제품들의 수치는 기준치와 비교해 특히 낮게 나타났다. 전기매트의 전자파는 인체보호 기준 대비 0.62퍼센트 이하, 전기 히터는 0.20에서 0.43퍼센트 이하로 측정됐다. 같은 난방 계열인 라디에이터는 0.22퍼센트 이하, 전기담요와 휴대용 손난로는 각각 0.18퍼센트 이하 수준으로 나타났다. 인체보호 기준과 비교할 때 1퍼센트 안팎이거나 그보다 낮은 수치로, 전열선 구조나 회로 설계에서 인체 노출 최소화를 위한 차폐와 설계가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동칫솔, 무선충전기, 전기면도기, 주방용 블렌더, 에어프라이어, 전기 주전자, 헤어 고데기, 블루투스 이어폰 등 일상 생활가전과 IT기기들도 전자파 인체보호 기준 대비 3.99퍼센트 이했다. 무선충전기와 블루투스 이어폰처럼 인체와 밀착해 사용하는 기기는 주파수 대역과 출력 특성상 전자파 노출에 대한 우려가 반복 제기됐던 품목이다. 이번 측정 결과는 일정 출력 이하로 제한된 송수신 설계, 간헐적 사용 패턴 등을 종합할 때 인체보호 기준 범위 안에 머무른다는 점을 수치로 다시 확인한 셈이다.

 

생활환경에 대한 측정은 범위가 더 넓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국민 신청을 통해 선정된 어린이집과 병원, 공공시설 등 생활시설 6705곳과 사물인터넷 및 5세대 이동통신 기반 융복합 시설 518곳을 대상으로 전자파 노출량을 조사했다. 측정 대상 전파원에는 4세대와 5세대 이동통신 기지국, 와이파이, 지상파 방송 등 일상적으로 접하는 다양한 전파 신호가 포함된다.

 

결과적으로 학교, 병원, 관공서 등 생활시설의 전자파는 인체보호 기준 대비 3.31퍼센트 이했다. 기지국과 와이파이 공유기, 내부 중계기가 복합적으로 설치된 환경에서도 누적 전자파 세기가 기준의 10분의 1 이하에 머문 셈이다. 이음 5세대 이동통신과 사물인터넷 기술이 적용된 지능형 공장, 스마트 캠퍼스 등 융복합 시설의 전자파 노출량도 인체보호 기준의 6.93퍼센트 이했다. 설비 밀도가 높고 장비가 24시간 가동되는 특성에도 불구하고, 설계 단계부터 전자파 기준을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데이터센터와 고압 전력설비 인근에 대한 점검도 병행됐다. 과기정통부는 대형 서버가 밀집한 데이터센터 6곳과 154킬로볼트, 22.9킬로볼트 등 고압전선이 설치된 다중이용시설 4곳, 그리고 그 주변 어린이집과 학교를 대상으로 전자파 세기를 측정했다. 결과는 해당 시설 모두 인체보호 기준 대비 약 1퍼센트 내외의 낮은 수준이었다. 고압전선 주변의 자기장 노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꾸준했던 만큼, 실제 측정값을 기반으로 한 정보 제공은 지역 주민과 학부모의 불안 완화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측정 결과를 단발성 발표가 아닌 상시 모니터링 체계의 일부로 보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2019년부터 매년 국내에서 유통되는 생활제품과 국민적·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주요 시설을 중심으로 전자파 측정을 확대해 왔다. 인체보호 기준을 넘는 사례가 발견될 경우, 해당 제품이나 시설에 대한 보완 권고나 후속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시장과 사업자들에게 일정 수준의 압력으로 작용한다.

 

해외에서도 5세대 이동통신 인프라 확대, 데이터센터 증설, 사물인터넷 기기 급증에 따른 전자파 노출 논쟁이 반복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은 국제 기준을 따르되, 어린이와 임산부 등 취약계층 중심의 장기 노출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통신망 밀도와 IT 인프라 집적도가 높은 만큼, 정기 측정과 더불어 장기 역학 연구, 주파수 대역별 특성 분석 등 기초 데이터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뒤따른다.

 

전문가들은 전자파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과도한 불안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체보호 기준은 상당한 안전 여유를 두고 설정돼 있으며, 이번 조사에서 나온 1퍼센트에서 7퍼센트 수준의 노출량은 이 여유 범위 안에서도 낮은 편에 속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사물인터넷, 스마트홈,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인체 밀착형 디지털 기기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축적 노출에 대한 장기 모니터링과 취약계층 보호 기준을 따로 설정하는 방안도 논의될 수 있다.

 

과기정통부는 내년에도 국민 신청을 통해 선정된 제품과 계절별 사용이 늘어나는 제품, 그리고 일상생활 공간 중 전자파 우려가 제기되는 주요 시설을 대상으로 전자파 노출량을 계속 측정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계획이다. 산업계와 시민사회는 생활 속 전자파 관리가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소통과 규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전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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