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절T세포 변화를 혈액으로”…분당서울대병원, 삼중음성유방암 맞춤 면역항암 신호탄
면역세포의 혈중 변화를 포착하는 기술이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맞춤 치료 전략을 앞당기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과 KAIST 연구진이 공동 주도한 임상 연구에서, 진행성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혈액 검사를 통해 면역항암제 효과를 조기에 확인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발굴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난치성 유방암 치료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서경진·김지현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전승혁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신의철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가 이끈 대규모 임상에서 도출됐다. 연구팀은 1차 혹은 전이된 진행성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65명을 대상으로 PD-1 계열 면역항암제(니볼루맙)와 화학요법제(에리불린) 병용 치료 초기 혈액에서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 면역 억제 T세포) 증식 변화를 정밀 분석했다. 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면역항암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환자군은 투여 1주차부터 조절 T세포가 급격히 증가했으며, 특히 종양특이 조절 T세포의 이상 증식 현상이 삼중음성유방암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조절 T세포는 면역 반응을 조절해 암세포 공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며, 암환자에서 비정상 증식 시 면역항암제의 항암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연구팀은 치료 초기 조절 T세포 증식 양상을 혈액 검사로 파악하면, 수개월 기다리지 않고도 항암제 효능 저하가 예상되는 환자를 조기 선별해 신속히 치료 전략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실제로 1주차에 조절 T세포 증가가 두드러지지 않은 환자는 이후 암이 줄어드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관찰됐다.
삼중음성유방암은 호르몬수용체(HER2/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모두 음성인 특이 아형으로, 전체 유방암의 약 15%를 차지한다. 진행이 빠르고 표적치료 옵션이 미약해, 환자는 일반적인 유방암(생존율 95%)에 비해 생존율이 70% 수준으로 크게 낮다. 표적 치료가 부재한 까닭에 독성 강한 항암제에 의존해야 하고, 면역항암제 반응률도 30% 내외로 개인차가 크다.
해외에서도 혈액 기반 면역 바이오마커를 통한 조기 예측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유럽은 단백질, 유전자, 면역세포 등을 활용해 치료 반응과 부작용을 예측하려는 임상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번 연구는 한국이 체계적 대규모 임상 네트워크를 구축해 글로벌 성과 대열에 합류했음을 보여줬다.
이번 성과는 분당서울대병원이 주도하고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 분과가 전국 20여 개 기관과 협력한 ‘KORNELIA(코넬리아) 임상’의 일환으로, 연구 결과는 미국 암학회 공식 학술지 ‘클리니컬 캔서 리서치’에 6월 게재됐다. 한국 생물학연구정보센터는 이 논문을 ‘한국을 빛낸 사람들’ 우수 논문으로 선정했다. 전문가들은 “비침습적 혈액 기반 진단으로 치료 반응 예측 정확도와 환자 삶의 질이 동반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적용을 위해서는 식약처 임상 적합성 인정, 보험 제도화, 암 치료 가이드라인 반영 등 단계별 규제 통과와 임상 데이터 축적이 필수다. 업계는 이번 혈액 바이오마커 기술이 실제 진료에 도입될지를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