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아래 순천만”…고요함과 맛이 공존하는 순천의 매력
여행의 기준이 달라졌다. 이제는 유명 관광지보다 덜 알려진 고요한 풍경이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식당과 사찰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순천은 바로 그런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도심과 자연, 이국적 미식과 유구한 역사가 한 데 어우러진 순천에서 여행자는 자신의 일상에 잠시 쉼표를 찍는다.
순천만습지에 내려앉은 저녁 노을과 천문대 위로 쏟아지는 별빛, 그리고 이른 아침 고즈넉한 산사에서 들려오는 풍경 소리. 요즘 SNS에는 “순천에서 진짜 쉬었다”는 인증 사진과 짧은 시평이 가득하다. 특별한 무언가보다 일상의 평온이 더 소중하게 다가오는 시절, 순천의 공간들은 그 욕구를 조용히 받아준다.

먼저, 순천시 영동의 ‘히요리’는 담백한 일본식 덮밥으로 여행자의 속을 달랜다. 직접 볶아 캐러멜라이즈한 양파로 만든 카레 한 숟갈, 감각적 인테리어에 담긴 정성과 신선한 재료가 만드는 깊은 맛. 푸짐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한 끼가 지친 여정의 묵직한 위로가 된다. ‘카페처럼 머물다 온다’는 후기처럼, 메뉴 이상의 시간과 감각이 손님을 머물게 한다.
역사와 명상의 공간도 있다. 금전산 기슭의 ‘금둔사’는 오래된 삼층석탑과 석불비상이 고요하게 빛나는 한국불교태고종 사찰이다. 문화재를 따라 걷다 보면, 십우도를 그린 대웅전 외벽 앞에서 오래 머물게 된다. 순천시 승주읍의 ‘선암사’는 한적한 산중에 자리해있다. 이곳은 자연과 완전히 연결된 공간. 산사를 천천히 돌며 나무 내음과 바람 소리를 온몸으로 받는 순간, 소음으로 가득했던 일상이 한층 멀어진다.
자연이 주는 감동도 다양하다. 순천만습지천문대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철새와 별을 모두 만나는 곳. 8종의 천체 망원경, 10m 규모의 천체투영실 등 각종 시설에서 밤하늘을 오롯이 품는다. 가을부터 겨울까지는 흑두루미와 노랑부리저어새 등 희귀 철새들이 찾아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발견의 기쁨을 선물한다.
변화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자연·체험형 소도시 여행 선호도는 꾸준히 올라가는 중. 전문가들은 “많이 보고 많이 소비하는 패턴보다, 한 장소에 오래 머무는 심리적 리셋이 새로운 여행의 본질로 떠올랐다”고 짚는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멍때리는 데 최고”, “순천은 맛집, 식당, 사찰, 자연 다 갖춘 곳”처럼 반복되는 감상들. 직접 다녀온 여행자들은 “순천의 하루 이틀은 내가 달라지는 시간”이라고 고백한다.
지금 이 변화는 누구나 겪고 있는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순천의 작고 평범한 장소들에서 우리는 빠르게 흘러가는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춘다. 여행은 끝나도, 그때의 느린 호흡과 여운은 돌아와서도 나를 지켜준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