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데이터로 본 대방어 가격 급등…해양산업 리스크 부각
겨울철 대표 수산물인 대방어 가격이 기후변화 영향으로 급등하면서 전통 수산업이 기후데이터 기반 산업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온 상승과 적조 같은 해양 환경 변화가 실제 어획량과 도매 시세를 뒤흔들면서, 방어뿐 아니라 주요 어종 전반의 어획 구조와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황을 해양 기후리스크 관리와 데이터 기반 수산 예측 기술 도입의 분기점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서울 노량진수산물도매장 경락시세 정보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동해산 방어의 1㎏당 도매 가격은 3만51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날 가격과 비교해 156퍼센트 오른 수치다. 통상 소매점 가격이 도매의 1점5배에서 2배 수준에서 형성되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부담은 더 크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배달 플랫폼에서도 기본 세트 가격이 5만원을 넘는 사례가 늘며,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방어가 참치보다 비싸게 느껴진다는 반응이 공유되고 있다.

수산업계는 이번 시세 급등의 핵심 요인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 환경 교란을 지목한다. 올여름 남해안을 중심으로 장기간 고수온과 적조가 발생하면서 방어를 비롯한 양식 어류 피해가 이어졌고, 이로 인해 생산 기반이 약화됐다. 여기에 겨울철에도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통상 연안으로 몰려와야 할 대방어 어군이 충분히 접근하지 않는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통상 방어는 수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 연안 어획량이 늘어나는 대표적인 계절성 어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계절별 수온 곡선 자체가 흔들리면서 기존 어장 형성과 조업 시기 예측이 어려워졌다. 과거에는 경험 기반으로 어군 이동 시기와 어획량을 추정할 수 있었지만, 기후 패턴의 불규칙성이 커지면서 기존 방식이 한계에 직면한 셈이다. 특히 이번 겨울처럼 수온 하강이 지연되는 경우 연안 중심의 소규모 어업 종사자들이 직격탄을 맞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국내산 공급이 줄자 수입산 의존도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다. 다만 주요 수입처인 일본 역시 현지 조업 부진과 기후 요인으로 방어 가격이 상승한 상황이라, 수입 물량 확대가 곧바로 국내 소비자가격 안정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결국 특정 어종이나 특정 국가에 편중된 수급 구조가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방어 가격 급등을 해양 기후리스크 관리와 수산 데이터 인프라의 중요성을 드러낸 사례로 본다. 해수면 온도, 염분, 해류, 적조 발생 이력 등 해양 환경 데이터를 위성 관측과 부이 센서, 어선 운항 정보와 결합해 분석하면, 어군 이동과 어획 가능 시기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미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런 해양 빅데이터와 예측 모델을 활용해 어업 조정, 자원 관리, 가격 안정화 정책을 병행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국내에서도 기상청과 해양 관련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해양 예측 모델 고도화와 인공지능 기반 어장 예측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실제 수산물 유통과 가격 안정 대책에 적극적으로 연계되는 사례는 아직 제한적인 편이다. 어업 현장의 데이터 수집 체계가 표준화돼 있지 않고, 어민과 유통업체가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는 디지털 도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수산업계 관계자들은 해수면 온도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방어를 포함한 주요 어종의 어장 분포와 회유 경로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정 해역에 의존하던 기존 조업 구조가 유지되기 어려워질 수 있고, 그 여파가 도매 시세와 소매 가격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개연성도 크다. 전문가들은 기후 시나리오를 반영한 장기 수산 전략과 함께, 해양 환경과 어획량을 연동해 예측하는 디지털 수산 플랫폼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수산업과 IT·바이오 기술의 접점에서는 해양 생태계 모니터링, 어종별 생리·회유 특성 분석, 유전체 기반 개량 양식 연구 등도 향후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가격 급등이 반복되는 어종을 대상으로, 기후 변화에 상대적으로 강한 품종 발굴과 양식 시스템 개선을 병행하는 전략이 요구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계는 대방어 가격 급등을 계기로, 기후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수산업 전환이 실제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