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 센터 투자 차질”…미국 뉴욕증시, 오라클 쇼크에 기술주 급락과 ‘가치주 회피 이동’
현지시각 기준 17일, 미국(USA)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오라클의 대규모 AI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 자금 조달 난항 소식이 전해지며 뉴욕증시가 기술주 중심으로 크게 흔들렸다. 조용한 경제 지표 흐름 속에서도 투자자들은 다음 날 발표될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앞두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겹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급속히 위축된 모습이다. 이번 충격은 그간 글로벌 증시를 이끌어온 거대 기술주 의존 구조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에드워드 존스의 애프터마켓 보고서와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지시각 17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78.75포인트(-1.16%) 하락한 6,721.51에 마감했다.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종합지수는 418.14포인트(-1.81%) 급락한 22,693.32를 기록했고,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지수도 228.1포인트(-0.47%) 내린 47,886.16으로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100 지수는 485.33포인트(-1.93%) 떨어진 24,647.61에 그쳤으며,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1.14포인트(6.92%) 오른 17.62를 기록해 투자자 불안 심리를 반영했다.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 역시 28.29포인트(-1.12%) 하락한 2,491.01로 마감했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톱스타뉴스)](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20251218/1766011132914_40634620.jpg)
시장을 뒤흔든 직접적인 계기는 오라클이 미국(USA) 미시간주에서 추진 중인 1기가와트(GW) 규모 AI 데이터 센터 프로젝트가 자금 조달 문제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이었다. 핵심 투자자인 블루아울캐피털이 이탈한 데 더해 대출 기관들이 AI 설비투자의 장기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엄격한 부채 조건을 요구하자 거래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에 오라클 주가는 5.40% 급락해 9월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오라클 경영진은 “건설 자체에는 차질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확산된 AI 거품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라클 쇼크 여파는 반도체와 성장 기술주 전반으로 번지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3% 이상 끌어내렸다. 11월 19일 186.52달러였던 엔비디아 주가는 등락을 거듭한 끝에 이날 170.92달러까지 밀리며 3.83% 하락했다. 테슬라 역시 12월 16일 489.88달러까지 오르며 재차 고점을 시도하는 듯했으나, 이날 4.62% 급락한 467.26달러에 마감했다. 애플은 상대적으로 선방해 271.84달러를 기록했지만, 나스닥 전반의 하락 압력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다. 오라클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150bp까지 치솟아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근접한 점도 AI·클라우드 인프라 투자에 대한 시장의 불안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동시에 지정학적 변수도 섹터별 희비를 갈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겨냥해 유조선 봉쇄를 포함한 제재 강화를 발표하자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이 소식에 에너지 섹터는 2%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홀로 강세를 보였다. 셰브런 등 주요 에너지 기업 주가가 오르며, 기술주에서 빠져나간 일부 자금이 원유 수혜 업종과 방어적 가치주로 이동했다. 홈디포, 맥도널드 같은 소비·필수소비재 대표 종목에는 상대적으로 매수세가 유입돼, 시장 전체가 붕괴하기보다는 섹터 간 회전이 진행되는 양상으로 평가된다.
이번 조정은 최근 수년간 미국 증시를 지배해온 거대 기술주 편중 현상에 대한 시험대로도 해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S&P 500 지수는 배당을 포함해 15% 이상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기술 및 통신 서비스 부문은 각각 20%가 넘는 상승률로 시장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2026년을 기점으로 주도 섹터가 정보기술에서 산업재, 소재 등 가치주 중심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 필요성이 부각됐다. 채권 시장에서는 2022년 기록적인 가격 조정 이후 3년 연속 플러스 수익률이 이어지고 있고,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4.15% 수준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내년 1월 기준금리 동결 확률을 75.6% 수준으로 반영하고 있어, 유동성 완화보다 기업의 실질 이익 창출 능력이 주가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번 하락 국면 속에서 한국(Korea) 개인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12월 17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3.5원 상승한 1,478원을 기록해 환차손 부담이 커졌지만, 국내 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12월 15일 기준 해외 주식 보관금액 상위 50개 종목 총액은 184조 7,110억원으로 이전 집계일보다 3조 2,796억원 늘었다. 특히 서학개미들의 대표 애호 종목인 테슬라의 보관금액은 44조 9,569억원으로 1조 2,859억원 증가했다. 테슬라 주가가 17일 4.62% 급락해 467.26달러(한화 약 69만610원)로 내려앉기 전, 한국 투자자들이 대거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엔비디아 역시 12월 15일 기준 보관금액이 25조 1,357억원으로 2,778억원 늘었으나, 17일 주가는 3.83% 하락한 170.92달러(약 25만2,620원)에 마감했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는 보관금액이 10조 2,277억원으로 2,263억원 증가하는 동안 17일 주가는 5.57% 떨어졌고, 양자컴퓨팅 관련주로 분류되는 아이온큐도 보관금액이 5조 6,118억원으로 4,129억원 늘었음에도 주가가 7.67% 급락했다. 레버리지 상품인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강세 1.5배 ETF와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에도 각각 1,601억원, 3,316억원이 유입됐으나, 기초 자산 급락으로 단기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반면 알파벳 A의 보관금액은 372억원 감소한 9조 1,897억원을 기록하며 차익 실현 움직임이 포착됐고, 애플의 보관금액은 54억원 늘어난 6조 8,382억원으로 비교적 완만한 증가세에 그쳤다. 12월 15일 보관금액 통계와 17일 장 마감 사이 시차 탓에, 서학개미들의 공격적 매수가 단기 조정과 맞물리며 수익률 측면에서는 다소 불리한 결과로 돌아온 셈이다. 그럼에도 2025년 12월 현재 해외 주식 전체 보관금액은 243조 8,588억원에 달해, 연초 168조 500억원 수준에서 크게 불어났다. 지난 10월 기록한 역대 최고치 251조 2,867억원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전반적인 우상향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월가 주요 하우스와 시장 전문가들은 오라클 프로젝트 차질과 기술주 조정을 AI 산업에 대한 구조적 불신이라기보다, 과열된 밸류에이션과 자금 조달 여건 악화를 정면으로 반영한 사건으로 진단하고 있다. 다만 오라클의 CDS 프리미엄이 금융위기 수준에 근접하며 위험 자산에 대한 리프라이싱이 진행되는 만큼, 향후 AI 인프라와 관련한 대형 프로젝트에서 금융기관이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동시에 에너지, 필수소비재, 산업재 등 가치주와 방어주로의 자금 이동이 뚜렷해지면서, 성장주 일변도였던 글로벌 자산 배분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평가다.
국제 금융시장은 이제 통화 완화 기대보다 기업의 현금창출력과 사업 모델의 지속 가능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뉴욕증시 조정이 거대 기술주 중심의 랠리를 시험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AI와 전기차, 반도체 등 성장 스토리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지만, 재무 구조와 수익성에 대한 검증이 더욱 엄격해지는 국면에서 투자자 심리는 작은 악재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국제사회와 글로벌 자본시장은 오라클 쇼크 이후 기술주와 가치주 간 주도권 싸움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그리고 차기 CPI와 연방준비제도 통화정책이 여기에 어떤 신호를 보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