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NA간섭 탈모치료제 임상가속…올릭스, 호주 1b·2a 돌입
RNA 간섭 기반 탈모치료제가 안드로겐성 탈모 시장의 판도를 바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RNA 간섭 신약 개발 기업 올릭스가 호주에서 진행 중인 OLX104C의 초기 임상에서 첫 환자 투여를 마치며, 다회 투여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 단계에 본격 진입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경구 DHT 억제제 중심 치료 패턴을 바꿀지, RNA 간섭 기술의 피부과 영역 확장성까지 시험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올릭스는 안드로겐성 탈모 치료제 후보 OLX104C에 대한 호주 1b·2a상 임상시험에서 첫 환자 투여를 완료했다고 19일 밝혔다. OLX104C의 물질명은 OLX72021로, 올릭스가 자체 개발한 RNA 간섭 플랫폼을 적용한 주사제형 신약 후보다.

회사 측은 앞서 호주에서 진행한 1a상 임상시험을 통해 단회 투여 시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인하고 초기 임상을 마무리했다. 이를 토대로 호주 벨베리 지역 인체연구윤리위원회인 벨베리 HREC로부터 1b·2a상 시험 계획 승인을 받은 뒤, 이번에 다회 투여 첫 환자 투약에 들어갔다.
현재 진행 중인 1b·2a상은 호주 내 10여 개 임상시험 기관에서 안드로겐성 탈모, 이른바 남성형 탈모 환자를 대상으로 수행된다. 1b상은 안전성 평가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다중용량상승 설계를 적용해 두 개 용량군에서 반복 투여 시 안전성과 내약성 변화를 세밀히 추적한다. 이어지는 2a상에서는 유효성 평가에 초점을 맞춰 세 개의 용량군과 위약군을 비교함으로써 용량별 탈모 개선 효과를 정량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OLX104C의 핵심 차별점은 안드로겐성 탈모의 기전에서 상위 단계에 위치한 안드로겐 수용체를 직접 조절한다는 점이다. 안드로겐성 탈모는 테스토스테론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 DHT로 전환된 뒤 모낭의 안드로겐 수용체와 결합해 모낭 축소와 휴지기 연장을 유도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진행된다. 기존 치료제들은 주로 테스토스테론을 DHT로 바꾸는 효소를 억제하거나 국소 혈류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기전을 우회해 왔다.
OLX104C는 RNA 간섭 기술을 이용해 안드로겐 수용체의 발현 자체를 낮추는 전략을 택했다. RNA 간섭은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선택적으로 줄이는 기술로, 안드로겐 수용체를 만드는 설계도에 해당하는 mRNA를 분해해 수용체 단백질이 덜 만들어지도록 유도한다. 올릭스는 이 메커니즘을 통해 탈모를 유발하는 호르몬 신호가 모낭에 도달해도 반응 강도를 떨어뜨리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기술은 기존 경구 DHT 억제제에서 문제가 돼 온 성기능 저하와 우울감 등 전신적 부작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된다. 경구 약물은 전신 순환을 거치며 호르몬 균형 전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지만, OLX104C는 안드로겐 수용체 발현을 표적 조직 위주로 낮추는 접근을 택해 호르몬 교란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설계를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잦은 투여나 매일 복용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난 장기지속형 탈모치료제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탈모 시장은 장기간 복용과 미용적 효과에 대한 기대가 맞물린 영역인 만큼, 환자 입장에서는 효과와 더불어 복약 순응도와 부작용 프로파일이 선택 기준이 된다. 주사 기반 RNA 간섭 치료제가 일정 기간 간격으로만 투여해도 모낭 내 안드로겐 수용체를 안정적으로 낮출 수 있다면, 일일 복용과 부작용 우려를 동반한 기존 경구 요법에 비해 차별화된 선택지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적으로는 탈모 영역에서 저분자 경구제, 국소 도포제, 모발이식 수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유전자나 RNA를 직접 조절하는 정밀 타깃형 접근법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세포치료나 성장인자 주입 등 다양한 시도가 진행 중이지만, RNA 간섭 기반 안드로겐 수용체 표적 치료제는 상용화 사례가 없는 상황이다. 올릭스가 임상 개발에 속도를 낼 경우, 새로운 작용기전 클래스의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지점이다.
다만 유전자 발현을 직접 조정하는 치료 특성상 규제와 장기 안전성 검증의 문턱은 높다. 각국 규제 당국은 RNA 간섭 기반 치료제에 대해 면역 반응 유발 여부, 전신 노출 패턴, 표적 이외 조직에 미치는 영향 등 다층적인 안전성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다. 올릭스는 1a상에서 단회 투여 안전성과 내약성을 확보한 만큼, 1b·2a상 결과를 토대로 용량 선정과 투여 간격을 정교하게 다듬어 후속 후기 임상 설계를 준비할 계획이다.
이동기 올릭스 대표이사는 OLX104C 1b상을 2026년, 2a상을 2027년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이번 임상에서 확보하는 안전성과 유효성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글로벌 상업화 전략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탈모처럼 환자 기반이 넓고 미용·삶의 질과 직결되는 질환에서 RNA 간섭 치료제가 입증될 경우, 피부과와 미용의학 전반으로 플랫폼 확장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고가 첨단 치료제와 대중 질환이라는 조합이 보험 적용, 가격 책정, 접근성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설계도 함께 요구되는 국면이다. 산업계는 OLX104C가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RNA 간섭 기술이 탈모 치료 패러다임을 어디까지 바꿀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