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외 전기차 재편 가속”…폭스바겐 1위, 현대차그룹 3위→비용 전략이 승부처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가 620만8천대로 집계되며 전년 동기 대비 27.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전 세계 80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전기차 수요가 지역별 정책과 보조금 구조에 따라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제조사별 순위에서는 폭스바겐그룹이 64.4%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1위를 지켰고, 테슬라는 감소세 속 2위, 현대차그룹은 안정적인 성장세로 3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은 1월부터 10월까지 102만6천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중국 외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를 고수했다. 테슬라는 같은 기간 84만9천대를 인도해 7.3% 감소하며 성장 모멘텀이 다소 약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차그룹은 약 52만6천대를 판매해 15.7% 증가를 기록하며 3위에 올랐고, 안정적인 양적 확대와 더불어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편 성과를 병행하고 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특히 순수전기차 부문에서는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3가 판매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현대차 캐스퍼 인스터 EV와 기아 EV5 등 소형 및 전략형 모델이 새롭게 투입되며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확보해 가는 것으로 SNE리서치는 평가했다. 이러한 제품 구성은 한정된 구매력과 보조금 제도 변화에 취약한 소비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차급과 가격대를 갖춘 모델 비중을 높이는 전략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역별로는 유럽이 여전히 중국 외 전기차 수요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유럽 시장은 10개월 동안 335만7천대를 기록해 전년보다 32.9% 증가했으며, 글로벌 점유율은 54.1%로 2.1%포인트 확대됐다. 유럽연합의 탄소 배출 규제 강화와 각국의 친환경차 인센티브 정책, 그리고 기업용 차량 전동화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북미 시장은 같은 기간 155만대에 그치며 4.7% 성장에 머물렀고, 글로벌 점유율은 25%로 5.5%포인트 하락했다. SNE리서치는 9월 말 인플레이션 감축법 기반 소비자 세액공제 혜택이 조기 종료된 상황이 수요 확장세를 둔화시킨 직접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은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인도와 태국 등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전기차 판매는 97만3천대를 기록해 56%라는 높은 증가율을 달성했다. 점유율도 15.7%로 2.9%포인트 확대됐다. 인도 정부의 전동화 로드맵과 태국의 생산기지 육성 정책, 그리고 동남아 일부 국가의 조립 생산 인센티브가 결합되며 완성차와 배터리 기업의 투자 유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SNE리서치는 전기차 시장이 더 이상 단일한 성장 궤적을 따라가지 않고 지역별로 다른 속도와 구조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은 규제 중심의 탄소 감축 전략 아래 중고가 세그먼트 중심의 수요가 유지되고 있고, 북미에서는 정책 불확실성과 충전 인프라 이슈가 맞물려 성장세가 완만해지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반면 아시아는 보급형 전기차와 이륜차 등 다양한 형태의 전동화가 병행되면서, 상대적으로 저가형과 실용형 모델을 앞세운 제조사에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완성차 기업의 대응 전략도 보다 세분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NE리서치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기술 내재화와 현지 조달 비중 확대, 저가형 및 하이브리드, 리튬인산철 배터리 모델 확충 등 비용 효율 중심의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보조금 축소와 금리 환경 악화, 배터리 원자재 가격 변동성 등 복합적인 리스크 속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폭스바겐그룹의 판매 확대와 현대차그룹의 견조한 성장, 테슬라의 성장 정체가 동시에 관찰되는 현재의 구도는 각 기업의 원가 구조, 공급망 구성, 현지화 전략의 성패가 시장 점유율에 직접적으로 투영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중국을 제외한 전기차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정책 방향과 금리 수준, 소비 심리 변화에 따라 변동성을 동반한 조정 국면이 반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과 북미에서의 규제 강화, 아시아 신흥국의 내연기관 규제 예고와 친환경차 인센티브 정책이 맞물리며,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 확대는 구조적 흐름으로 굳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따라 완성차 기업에게는 배터리 기술 고도화와 함께 저가형 전기차, 하이브리드, 리튬인산철 기반 모델을 적절히 배합해 각 지역의 제도와 수요 특성에 정교하게 대응하는 전략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