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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관세 15% 소급 인하”…한국車, 대미 수출 재정비→경쟁 구도 재편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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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25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인하하고, 그 효력을 11월 1일로 소급 적용하기로 확정하면서 한동안 짙게 드리웠던 대미 수출 불확실성이 한층 옅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는 관세 인하가 자동차·부품뿐 아니라 항공기·부품, 목재 등 주요 수출 품목 전반에 적용되는 만큼 수출 환경이 구조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분기점으로 보고 있으며, 국내 자동차 업계와 경제단체들은 관세 부담 완화를 환영하면서도 향후 추가 인하와 제도적 보완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미국 정부가 연방 관보를 통해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하를 확정한 직후 논평을 내고, 우리나라의 대미 최대 수출 품목 가운데 하나인 자동차와 부품을 중심으로 항공기·부품, 목재 제품 등 주요 품목의 관세 인하가 확정되면서 수출 기업들이 그동안 겪어온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제거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통관 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를 줄이기 위해 관세 대응 컨설팅과 관세 바우처 제도 등을 활용해 기업 현장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겠다고 강조하며, 행정부 차원의 밀착 지원을 예고했다. 지난 4월 시작된 한미 간 관세·무역·투자 협상이 관세 인하와 3천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라는 맞교환 구조로 매듭을 지으면서, 협상은 이행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미국 관세 15% 소급 인하…한국車, 대미 수출 재정비
미국 관세 15% 소급 인하…한국車, 대미 수출 재정비

관세 협상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던 현대차그룹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정부와 국회의 노고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했다. 현대차그룹은 대미 관세 협상의 타결과 이행을 위해 헌신한 정부와 국회의 노력에 화답하듯,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품질 향상과 브랜드 가치 제고,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정의차량을 포함한 기술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동시에 국내 대규모 투자와 협력사와의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병행함으로써 한국 경제의 활력 제고와 한국을 글로벌 모빌리티 허브로 자리매김시키는 데 기여하겠다고 언급하며, 관세 인하 수혜를 국내 산업 생태계와 공유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자동차 15퍼센트 관세 적용으로 한국 업계가 일본, 유럽연합과 동등한 여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일정 부분 역차별 요인으로 작용하던 관세 수준이 완화되면서,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이 줄고 기업의 비용 부담이 크게 경감된다는 분석이다. 협회는 정부의 무역 협상 성과를 토대로 전동화 기술과 자율주행, 경량화 소재 등 핵심 분야에서의 기술 개발과 생산성 향상, 수출 시장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히며, 향후에도 정부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을 지속해 줄 것을 요청했다.

 

무역업계를 대표하는 한국무역협회는 한미 경제동맹의 신뢰와 이행 의지가 구체적인 관세 인하라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무역협회는 양국 정상이 두 차례에 걸친 회담에서 확인한 경제 협력 의지가 제도화되면서, 수출 기업들이 직면했던 대외 불확실성과 추가 비용 부담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관세 인하를 신속하게 제도화한 한국 정부와 국회, 그리고 합의를 지체 없이 이행한 미국 정부의 판단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국회가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양국 합의의 제도적 기반을 공고히 하고 후속 협의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계 전반도 대미 관세 인하가 경영 환경을 둘러싸고 있던 안개를 거두는 계기가 됐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그동안 국내 수출 기업들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 진척 상황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중장기 전략을 조정해 왔다고 언급하면서, 관세 수준과 적용 시점이 구체화되면서 대미 수출 전략을 보다 안정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현지 생산과 수출을 병행하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현지 시장에서의 비즈니스 기회 확대와 투자 환경 개선 효과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대한상의는 이를 계기로 양국 간 투자 협력 기반이 더욱 공고해지고, 장기적으로 균형 잡힌 경제 협력 관계가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하면서도, 여전히 관세 수준이 산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품목별 차등 관세 구조로 인한 어려움이 남아 있는 만큼 양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협의해 추가 인하를 도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인협회 또한 연방 관보 게재를 통해 대미 비즈니스에 드리워졌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정리됐다고 평가했다. 경협 단체는 관세 합의를 계기로 양국 간 경제 협력이 보다 안정적인 기반 위에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이행과 관련한 후속 협의 역시 양국 간 호혜성과 전략적 동맹의 원칙 아래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투자와 관세 인하가 맞물려 진행되는 구조인 만큼, 기업들은 투자 계획과 공급망 재편, 현지 생산과 수출 비중 조정 등 다층적인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미국 상무부와 무역대표부는 현지시간 3일 한국과 미국 사이 관세 협상의 합의를 반영한 연방 관보를 사전 공개했으며, 최종본은 4일 게재된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부과되던 관세는 11월 1일자로 소급 적용해 15퍼센트로 낮춰진다. 다만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계에서도 25퍼센트 관세가 유지돼 온 픽업트럭의 경우에는 유럽연합, 일본과 동일하게 25퍼센트 관세가 적용되는 구조가 유지된다. 광범위한 품목에 적용되는 목재 관세 역시 15퍼센트로 조정되지만 소급 시점은 11월 14일이며, 항공기와 항공기 부품 역시 같은 날짜를 기준으로 관세 조정이 이루어진다. 상호관세 대상 품목은 8월 7일 이후 미국의 최혜국 관세율 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상 관세율에 15퍼센트가 가산됐으나, 11월 14일부터는 최대 15퍼센트까지만 부과되는 방식으로 전환된다.

 

전문가들은 한미 간 관세·무역·투자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관세 인하와 한국 기업의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이 맞물려 실제 이행 단계에 접어든 점에 주목하고 있다. 관세 인하는 단기적으로는 수출 기업의 비용 구조를 경감하는 효과를 가져오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 확대와 공급망 재편을 포함한 전략적 선택을 요구하는 신호로도 해석된다는 분석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 전환과 소프트웨어 중심 구조로 급속히 재편되는 과정에서, 관세 인하를 계기로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이동할 수 있을지, 또 양국이 추가 관세 조정과 투자 유인을 어떤 방향으로 설계할지에 따라 향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경쟁 지형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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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관세인하#현대차그룹#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