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합의처리 놀라웠다"…이재명 대통령, 국민의힘에 감사 메시지
정권 초기 강대강 대치가 이어졌던 여야가 예산안을 둘러싸고 한발 물러섰다. 여당과 제1야당의 합의 처리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감사 인사를 건네면서, 향후 정국에서 협치 복원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1년을 맞은 대국민 특별성명 직후 질의응답에서 전날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 처리 시한 내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예산안은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예산안 처리 과정을 언급하며 "야당인 국민의힘 측이 합의 처리해 준 점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예산안이 합의됐다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것도 하나의 발전적 측면이라고 생각했다. 신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야가 대치 국면 속에서도 예산안에 협력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그게 정치의 일면이 아닐까 싶다"며 "치열하게 싸우더라도 할 일은 한다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감사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야 공방과는 별개로 민생 예산 처리는 책임 있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앞서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쟁점 사업과 감액 규모를 두고 마찰을 빚어왔다. 그러나 법정 시한인 12월 2일을 앞두고 여야 교섭단체가 극적 합의에 이르면서, 4년 만에 합의 처리 관행을 되살렸다는 평가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특별성명 발표 이후 열린 외신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대립적인 정치 문화를 묻는 질문에도 소견을 밝혔다. 그는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도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게 국민통합이고, 가능하면 야당 존재를 인정하고 대화하고 타협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실제 대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도 숨기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가끔 대화해보면 시간낭비라는 생각을 넘어 화가 날 때가 상당히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상대 입장에서 일부러, 혹은 모르고 그러는 것일까.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솔직하게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도에 대한 진단도 내놨다. 그는 "정치 발전의 정도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것 아닐까"라며 "독재와 반독재, 비민주와 민주주의가 대결하던 시대를 못 벗어난 것 아니냐는 말도 일리는 있다"고 말했다. 과거 권위주의 체제와 민주화 세력 간 이분법적 구도가 여전히 정치 지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인식이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예산안 합의를 다시 상기시키며 변화의 조짐도 언급했다. 그는 "이런 게 쌓이면 또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답답함도 있지만 개선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야 합의 처리 경험이 축적될수록 대립 정치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를 드러낸 대목이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에 대한 법원의 영장 기각과 관련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제가 특별한 의견을 드리는 게 부적절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사법 판단에 대한 평가는 국민과 법원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께서 상식과 원칙에 따라서 판단하실 것이고, 그 결과도 결국은 상식과 법률에 맞춰서 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개별 사건의 재판 결과에 대해 거리두기를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날 대통령의 발언은 여야 예산 합의에 대한 긍정 평가와 함께, 대립적인 정치 문화를 넘어서는 통합 메시지를 함께 담았다는 점에서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을 가늠할 단서가 됐다. 국회는 연말 정기국회 막판 쟁점 법안을 둘러싸고 다시 공방을 이어갈 전망인 가운데, 여야가 예산안에서 보여준 합의 처리를 다른 현안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가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