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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산이 내주는 쉼표”…문경에서 맞는 가을의 한가로운 순간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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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질수록 마음을 내려놓고 숲과 산이 전하는 고요함에 몸을 맡기는 이들이 늘었다. 예전에는 북적이는 관광 명소가 여행의 목적지였지만, 이제는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한 도시의 숨은 풍경과 정서적 쉼을 찾아 문경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문경의 골목과 숲, 산과 펍에 이르기까지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행보가 일상의 일부가 됐다.

 

문경 점촌동에 위치한 오복찐빵은 오랜 노하우와 어머니 손맛이 깃든 정성의 고향집 같은 곳이다. 광부의거리를 걷다 이곳에 들르며, 다섯 가지 맛 광부찐빵을 맛보는 순간에는 고단한 하루의 피로도 어느새 옅어진다. SNS엔 가족 단위 여행객부터 오랜 친구, 연인이 인증샷을 남기며 “찐빵 하나에 마음까지 든든해졌다”고 고백하는 글이 이어진다. 따뜻한 김이 피어나는 찐빵과 주인장의 넉넉한 인심, 그리고 부담 없는 가격까지. “괜히 여기가 추억의 명소가 아니라는 걸 알겠다”고 표현하는 방문객들도 심심찮게 만난다.

문경새재도립공원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문경새재도립공원 출처 : 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농암면의 숲속에 숨듯 자리 잡은 발리 카페&펍은 문경에서만 누릴 수 있는 여유와 낭만의 장소다. 낮에는 은은하게 내려앉은 햇살과 나무 냄새에 젖어 커피 한 모금에 마음을 다독이고, 밤이 되면 조용한 조명 아래에서 와인 한 잔과 함께 속삭임이 이어진다. SNS에는 “그래, 딱 이만큼만 쉬면 또 내일을 견딜 수 있다”고 쓴 여행객, “치킨에 피자, 한적한 분위기까지 더해지니 잠시 어디 다른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라고 표현한 이들의 감상도 남겨진다.

 

뭐니 뭐니 해도 문경의 가을을 오롯이 체감하는 데엔 조령산 등산이 빠지지 않는다. 백두대간의 기운이 살아 숨 쉬는 조령산은 한산한 트레킹 코스로도, 정상에 올랐을 때의 트인 전망으로도 인기다. 특히 단풍이 절정에 이를 때면 사람들은 사진 한 장보다 더 깊은 기억을 가슴에 남긴다. 일상의 답답함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이 산에서 보내는 조용한 오전 산책이 “스스로를 단단히 다잡을 수 있게 해준다”고 느끼는 이들도 많다.

 

모험을 원하는 이들에겐 불정동의 짚라인문경이 색다른 기억을 선사한다. 불정산의 울창한 숲을 가로지르는 짚라인 코스는 487m 높이에서 종횡하는 스릴 그 자체다. 친구들과의 우정 여행, 가족과의 특별한 하루를 위한 곳으로 인기다. “처음엔 떨렸지만, 내려오고 나니 모든 근심이 날아간 것 같았다”는 방문자의 체험담은 온라인 커뮤니티 구석구석에서도 쉽게 읽힌다.

 

이런 변화는 여행의 의미가 단순한 관광을 넘어,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일상을 치유하게 된 데에서 출발한다. 여행 칼럼니스트들은 “문경의 진짜 매력은 소리 없이 다가오는 자연의 위로와 그 안에서 발견하는 작은 일상, 그리고 사람과 공간이 빚어내는 따뜻함”이라고 표현한다. 실제로 문경을 찾은 이들은 “이젠 북적이는 명소보다, 사람 냄새와 자연 내음이 더 반갑다”고 고백한다. 익숙함과 새로움, 활동과 휴식이 오가는 그 사이에 머무는 감정이 문경 여행의 진짜 풍경이다.

 

작고 사소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우리 삶은 그렇게 오늘 하루의 여행에서 다시 한번 제 방향을 잡는다. 문경의 숲길, 찐빵집, 그리고 밤의 펍과 산정까지. 지금 이 순간을 걸으며 우리는 잠시 쉬어갈 쉼표 하나를 마음에 새기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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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오복찐빵#조령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