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모달 AI로 한복 왜곡 줄인다"…정부, 공공 AI전환 성과 공유
생성형 인공지능이 한국의 한복과 전통 건축물을 왜곡해 표현하는 문제가 공공 영역에서 개발한 멀티모달 AI로 수정에 들어갔다. 정부와 산하기관이 민원 처리와 건강보험, 수산 양식업 등 생활 현장 전반에 AI를 투입하면서 행정 효율화와 국민 체감 서비스 개선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들이 공공부문 AI 전환의 초기 벤치마크로 작동하며, 향후 민간 서비스와의 연계가 공공 데이터 활용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함께 인공지능을 활용한 업무 혁신과 대국민 서비스 고도화 성과를 공유하는 인공지능전환 우수사례 성과보고회를 열었다고 22일 밝혔다. 정부가 추진해 온 공공분야 AI 도입 과제들의 중간 결산 성격 행사로, 초거대 AI 서비스, 통합 테스트베드, 디지털 융합 확산 성과가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먼저 국민체감 및 초거대 AI 서비스 개발 분야에서 국민권익위원회는 민원 처리 과정에 생성형 AI 기반 문서 작성 지원 시스템을 도입한 사례를 발표했다. 민원 담당자가 방대한 관련 법령과 선행 판례, 유사 민원 처리 이력을 일일이 검색하던 기존 프로세스 대신, AI가 답변 초안을 자동으로 작성하도록 한 것이다. 민원 내용과 유사 사례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문장 구조와 표현까지 제안하는 방식으로, 담당자는 이를 검토·수정해 최종 답변으로 확정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활용한 기술은 자연어 처리 기반의 초거대 언어모델로, 수많은 민원 텍스트와 법령 문서를 학습해 문맥과 의도 파악 정확도를 높였다. 문장 길이와 표현 톤을 일정 수준으로 맞추는 기능을 붙여 답변 품질 편차를 줄였고, 민원 유형별 통계 분석 결과를 시각화해 부처 간 조정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답변 작성 시간을 단축하고 민원 처리 기간을 줄여 행정 현장의 병목 현상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개인 상황을 반영한 맞춤형 상담 서비스와 스미싱 예방 기능을 결합한 AI 기반 대국민 서비스를 소개했다. 공단 콜센터와 지사 창구에 접수된 상담 데이터를 분석해 연령, 보험 자격, 납부 이력, 진료 내역 등 개인별 상황을 반영한 상담 시나리오를 자동 추천하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이상 패턴 탐지 알고리즘을 적용해 건강보험공단을 사칭한 문자와 전화 유형을 식별하고, 이용자에게 사전 경고 메시지를 제공하는 스미싱 예방 기능도 도입했다.
이 같은 방식은 콜센터 상담사의 응답 스크립트를 자동으로 맞춤 구성하는 자연어 생성 기술과, 이용자별 위험도를 점수화하는 예측 모델을 결합한 형태다. 기존에는 사후 신고에 의존해 사기 피해를 파악했다면, 이제는 유사 문구나 발신 패턴이 확인되는 시점에 위험 알림을 제공해 선제 대응을 노리는 구조다. 공단은 향후 의료비 과다 발생 위험 예측 등 정밀헬스 기반 보험 서비스와의 연계 가능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통합 테스트베드 분야에서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데이터 융합 사례가 주목을 받았다. 경남 통영시는 양식업 관련 행정 데이터와 현장 센서 데이터에 기상 공공데이터를 결합해 양식장 고수온 피해를 예측하는 AI 모델을 구축했다. 수온, 염도, 기온, 강수량, 해류 흐름 등의 시계열 데이터를 학습한 예측 모델이 향후 일정 기간 내 고수온 발생 가능성을 수치로 제시하고, 어민 대상 알림 서비스로 연계하는 방식이다.
통영시가 구축한 모델은 기계학습 기반 시계열 예측 알고리즘을 활용해 특정 지점의 수온 변동 패턴을 학습하고, 고수온 기준치를 넘길 확률을 산출한다. 단순 기상 예보보다 세분화된 해역 단위 예측이 가능해 양식장별 사료 공급량 조절, 조기 출하, 그물 수심 조절 등 현장 대응 전략 수립에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기술은 어업인 고령화로 수온 변화 대응 노하우 전승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도구로 기능해 생산성 유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생성형 AI가 한국 전통문화 이미지를 왜곡해 표현하던 문제를 겨냥한 멀티모달 AI 서비스도 공개됐다. 국가유산진흥원은 한복과 전통 건축물 이미지 생성 과정에서 서양 의상과 혼합되거나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형태가 등장하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한국 고유 문화 콘텐츠에 특화된 멀티모달 AI를 선보였다. 텍스트와 이미지, 구조 정보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함께 학습시켜 문화유산의 형태와 문양, 색채 규범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국가유산진흥원이 개발한 모델은 대규모 이미지·텍스트 쌍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한 딥러닝 구조를 채택하고, 실제 문화재 사진과 전문가 주석 데이터를 함께 활용했다. 기존 상용 생성형 AI가 서구 중심 데이터로 학습돼 한국적 상징과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던 한계를 보완한 셈이다. 예를 들어 한복의 고름 위치, 치마의 주름 폭, 기와지붕의 곡선 비율 등 세부 요소를 규칙 기반 정보와 함께 반영해 비현실적 조합을 줄이는 방향으로 모델을 튜닝했다.
이러한 멀티모달 AI는 디지털 문화유산 복원, 가상현실 전시, 교육용 콘텐츠 제작 등으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 기술이다. 해외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는 이미지가 한국 전통문화의 왜곡된 이미지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한국형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균형을 맞추는 시도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더불어 저작권과 초상권, 문화재 활용 규정 등과의 정합성을 확보해야 해 향후 데이터 수집·활용을 둘러싼 법제 정비가 뒤따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행사에서는 공공과 민간 영역에서 디지털 융합 확산에 기여한 개인 5점과 단체 4점에 대한 유공자 표창도 함께 진행됐다. 정부는 표창 수여를 통해 공공데이터 개방과 AI 도입에 앞장선 조직과 인력을 발굴하고, 후속 사업에서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표창 대상에는 행정 서비스 자동화, 의료·복지 분야 데이터 연계, 지방자치단체의 현장형 AI 서비스 확보에 기여한 사례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표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인프라정책관은 이날 행사에서 발표된 사례가 대한민국 AI 전환을 견인하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공부문에서의 AI 혁신이 행정 효율화에만 머물지 않고, 대국민 서비스 품질 제고와 민간 산업 성장을 동시에 자극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공공부문 AI 도입이 실제 성과를 내려면 데이터 품질 관리와 알고리즘 검증 체계, 개인정보 보호 장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원 답변 자동 작성과 건강정보 기반 맞춤형 상담, 문화유산 이미지 생성 등 민감도가 다른 서비스들이 한 축에 묶여 있는 만큼, 서비스별 위험도를 평가하고 단계적으로 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산업계는 이번에 소개된 우수사례가 실제 시장에 안착해 공공과 민간을 잇는 AI 생태계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