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2·3 비상계엄 사태 막으려면"…학계 "국가경찰위에 인사권 줘야"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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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통제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례로 든 학계가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민주성을 확보하려면 국가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한국경찰학회는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지방자치경찰학회,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과 함께 경찰개혁의 과제를 주제로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에는 경찰학계와 자치경찰 전문가들이 참석해 경찰 지휘·통제 구조 개편 방향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발제자로 나선 김창윤 한국경찰학회 회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를 거론하며 현행 단일 지휘 체계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는 단일 지휘자의 오판이 치안권 전체를 오용한 사례"라며 "지금과 같은 지휘 체계가 유지된다면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특히 경찰청장에게 집중된 권한 구조를 문제로 짚었다. 그는 역대 경찰청장 구속 사례를 언급하며 "경찰청장 1인에게 막강한 지휘, 통제 권한을 몰아주는 구조는 정권에 동조하는 경찰, 정권의 시녀라는 오명을 낳게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재 시스템에서는 경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실질적 장치가 부재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경찰법 개정을 통한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를 제시했다. 그는 "국가경찰위원회가 지금처럼 단순한 자문기관에 머문다면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국가경찰위를 대통령 소속 합의제 독립 행정관청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국가경찰위를 장관급 위원장을 포함한 9인의 위원으로 구성하고,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회장은 이런 인사 통제 장치가 구축돼야 경찰청장에게 집중된 인사·지휘 권한이 분산되고, 치안 정책 결정 과정에 민주적 정당성이 강화된다고 봤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최종술 한국지방자치경찰학회 회장은 자치경찰 제도의 왜곡 운용을 지적했다. 그는 "자치경찰사무가 도입 취지와 달리 기존 국가경찰 체계 안에서 그대로 운용되고 있다"며 "지역 주민 중심 치안, 지방분권 가치를 살릴 수 있도록 제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회장은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지방정부의 책임과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토론자로 나선 최응렬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도 국가경찰위원회의 인사 통제권 강화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총경 이상 인사에 대한 국가경찰위의 실질적 통제는 지휘부 오판이 전국 치안 붕괴로 이어지는 구조를 완화할 중요한 장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합의제 인사 통제 기제가 작동하면 특정 정권이나 개인의 성향에 따른 치안 편향 우려도 줄어든다"고 부연했다.  

 

다만 국가경찰위원회의 위상 강화와 인사권 부여는 향후 정부 조직 개편, 경찰법 전면 개정 논의와도 맞물려 있어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국가경찰위원회 구성 방식, 위원 선임 절차, 정치적 독립성 보장 방안 등을 둘러싼 여야 공방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학계와 정치권의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경찰개혁 의제는 국회 입법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향후 회기에서 국가경찰위원회 실질화와 자치경찰 제도 재설계를 놓고 관련 법 개정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정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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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윤#국가경찰위원회#자치경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