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900원에 음악·영상까지”…네이버, 스포티파이 품은 멤버십로 유료구독 공략
온라인 구독 시장에서 플랫폼 간 결합 경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네이버가 음악 스트리밍까지 품은 멤버십 패키지로 이용자 잡기에 나섰다. 전자상거래와 디지털 콘텐츠를 한 번에 제공하는 구독 모델을 앞세워 결제 접점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글로벌 스트리밍 사업자도 국내 빅테크와 손잡고 현지 이용자 기반 확대를 꾀하면서 유료 구독 생태계 재편이 가속되는 분위기다.
네이버는 27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디지털 콘텐츠 혜택에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베이직 이용권을 새로 추가했다고 밝혔다.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베이직은 기존에 월 8690원(부가세 포함)에 판매되던 상품으로, 광고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다. 다만 네이버플러스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베이직 혜택은 스포티파이 프리미엄(월 1만 1900원)과 달리 음원 다운로드 기능이 없어 오프라인 재생은 지원하지 않는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자는 별도 추가 요금 없이 이 스포티파이 이용권을 선택해 쓸 수 있게 됐다.
현재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의 월 구독료는 4900원 수준으로, 음악만 단독 이용할 경우와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이 두드러진다.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베이직을 그대로 쓰던 이용자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으로 갈아타면 매달 3790원가량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무료배송, 네이버페이 포인트 추가 적립 등 커머스·결제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따라 기존 스포티파이 유료 이용자는 물론, 음악·영상·게임을 묶음으로 즐기려는 이용자들의 이동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기존에도 글로벌·디지털 콘텐츠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해 ‘슈퍼 번들’ 구독 모델을 키워왔다. 현재 제공 중인 무과금 기준 콘텐츠 혜택은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베이직 외에 넷플릭스 광고형 스탠다드(월 7000원),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PC 게임패스(월 9500원), 네이버 웹툰·시리즈 쿠키 49개(5000원 상당) 등이다. 가입자는 이 가운데 하나를 골라 사용할 수 있으며, 다른 혜택으로 바꾸려면 다음 달에 적용될 콘텐츠 혜택 예약을 해제한 뒤 다른 상품을 설정해야 한다.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무제한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를 선택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수익성 관리와 이용자 맞춤형 소비 유도 사이의 균형을 노린 셈이다.
이번 제휴의 배경에는 네이버와 스포티파이 양측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사는 이달 4일 공식적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네이버는 검색·쇼핑·콘텐츠 등 자사 서비스 전반에 스포티파이가 보유한 1억여 곡의 음원과 700만여 개의 팟캐스트를 연계해 이용자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고, 스포티파이는 국내 대형 플랫폼 이용자 풀에 접근해 유료 구독자 기반을 넓힐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음악·팟캐스트 큐레이션을 쇼핑·동영상·커뮤니티와 맞물려 제공하는 크로스 서비스 시도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외 플랫폼 업계에서도 이 같은 ‘구독 동맹’ 흐름은 확산되는 추세다. 콘텐츠 단일 품목으로는 가격 인상 여지가 줄어드는 대신, 여러 서비스를 하나의 묶음 가격으로 제공해 이탈을 줄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이 영상·게임에 이어 글로벌 음악 플랫폼까지 편입하면서 경쟁사들도 자사 멤버십에 어떤 콘텐츠를 얹을지 셈법이 복잡해지는 국면이다. 국내 다른 빅테크·통신사 멤버십과의 제휴 경쟁뿐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들 간 파트너 구도 변화도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
현장에선 이용자 선택권 확대와 함께 구조적 한계도 거론된다. 하나의 멤버십 안에서 택일 방식으로 혜택을 구성하다 보니, 음악·영상·게임을 모두 사용하는 ‘헤비 유저’ 입장에서는 여전히 추가 결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대다수 이용자는 특정 카테고리에 소비가 집중되는 만큼, 가격 대비 만족도는 높을 수 있다는 반응도 공존한다. 플랫폼 사업자로선 무제한 번들이 가져올 비용 부담과 파트너사 정산 구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당분간 선택형 번들 모델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와 스포티파이의 협력이 단순 제휴를 넘어 데이터 기반 추천 서비스 고도화로 이어질 여지도 주목한다. 검색·쇼핑 활동과 음악 청취 데이터가 결합될 경우 개인 맞춤형 광고·마케팅 정교화가 가능해지고, 이는 곧 플랫폼 수익 다각화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플랫폼 분석 연구원은 “멤버십 결합이 지속되면 국내에서도 글로벌 빅테크처럼 생활 전반을 묶는 ‘슈퍼 앱’ 경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며 “콘텐츠 비용과 이용자 요금 사이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장기 성장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제휴가 국내 구독 경제 주도권 경쟁의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