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오류에 멈춘 초소형군집위성 발사…15일 이후 재시도 예고
국내 최초 양산형 초소형 지구관측위성 체계의 핵심 관문인 초소형군집위성 검증기 발사가 통신 문제로 멈춰섰다. 당초 오늘로 예정됐던 발사가 중단되면서 우주항공청과 민간 발사 사업자 로켓랩은 원인 규명과 복구 작업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사를 초소형군집위성 양산 체계 검증의 분기점이자, 향후 한국 위성 감시 역량 도약을 가르는 시험대로 보고 있다.
우주항공청에 따르면 초소형군집위성 검증기는 11일 오전 9시 55분 한국 시각에 뉴질랜드 마히아 발사장에서 미국 우주기업 로켓랩의 일렉트론 발사체에 실려 발사될 계획이었다. 발사 준비는 최종 단계까지 진행됐지만 카운트다운 과정에서 두 차례 홀드가 걸렸고, 결국 발사 가능 시간대 내 복구가 어렵다고 판단돼 일정 연기가 결정됐다.

발사 중단의 직접적인 원인은 발사 대기 단계에서 일렉트론 발사체와 지상 장비 사이에 발생한 통신 이상으로 파악됐다. 발사체와 지상국 간 통신 링크는 비행 궤적 제어, 안전 파라미터 모니터링 등 발사 전체를 관리하는 핵심 인프라로, 신호 지연이나 데이터 누락이 발생할 경우 곧바로 카운트다운 정지로 이어진다. 우주항공청은 12일 해당 구간에 대한 상세 테스트를 진행해 문제 지점을 특정한 뒤, 발사 재개 시점을 15일 이후로 조정할 방침이다.
세부 진행 상황을 보면 첫 번째 이상 징후는 발사 5분 43초 전 포착됐다. 발사통제센터는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즉시 홀드를 걸었고, 카운트다운은 약 8분 55초 동안 정지됐다. 이후 로켓랩 측은 일부 점검을 마친 뒤 카운트다운을 발사 22분 47초 전 지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이로 인해 목표 발사 시각도 오전 10시 21분으로 약 26분가량 뒤로 밀렸다. 10시 21분은 이날 배정된 발사 가능 시간대의 후반부에 해당해 시간 여유가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재개된 카운트다운은 발사 10분 45초 전까지는 모든 시스템에서 정상 신호를 보냈다. 로켓랩 발사통제센터에서는 발사 준비 상태를 의미하는 각 항목에 대해 전부 ‘그린’ 판정을 내리며 추진제, 전원, 유도, 비행종단 등 모든 계통이 발사 가능 상태인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발사 8분 7초를 남긴 시점에서 두 번째 홀드가 걸렸고, 통신 문제를 짧은 시간 내에 해결하기 어렵다고 본 로켓랩과 우주항공청은 결국 이날 발사를 취소했다.
로켓랩은 이번 결정에 대해 “오늘 발사는 중단됐지만 향후 며칠 안에 충분한 백업 발사 기회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초소형군집위성 검증기는 준비 상황에 따라 동일 발사장에서 재발사를 시도할 예정이며, 구체적인 시간은 통신 계통 점검 결과에 따라 확정된다.
초소형군집위성은 무게 100킬로그램 미만의 소형 위성을 여러 기 묶어 군집으로 운영하는 체계다. 개별 위성 크기는 작지만 궤도면을 나누어 배치하면 한반도 상공을 지나는 빈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우주항공청이 추진 중인 체계가 완성되면 한반도 및 주변 해역을 하루 3회 이상 촬영하는 고빈도 관측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중대형 단일 지구관측위성은 같은 지역 재방문 주기가 수일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 산불, 홍수, 산업시설 이상 징후 등 급변 상황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이번 검증기는 지난해 4월 궤도에 오른 시제기에 이어 본격 양산 체계에 앞서 성능과 운용 개념을 확인하는 역할을 맡는다. 탑재체 성능, 궤도 유지와 군집 운용 알고리즘, 지상국과의 데이터 송수신 체계 등 양산기로 확대 적용될 요소를 실제 우주 환경에서 재검증하는 단계다. 검증기 운용 결과는 향후 위성 플랫폼 표준화와 대량 양산 공정 최적화에도 직접적인 참고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우주항공청은 검증기 발사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2026년까지 10기의 양산기를 순차적으로 올릴 계획이다. 내년 6월 5기, 내후년 6월 5기를 추가 발사해 한반도 상시 감시 수준에 가까운 시간해상도를 확보한다는 로드맵이다. 초기에는 재해 재난 대응, 산림 및 농업 모니터링, 해양 오염 감시 등이 주요 활용 분야로 제시되고 있으며, 향후에는 인공지능 기반 영상 분석과 결합해 인프라 이상 탐지, 물류 및 에너지 인프라 관리 등 민간 활용으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
글로벌 위성 산업에서는 이미 초소형위성과 군집 운용 경쟁이 본격화된 상태다. 미국과 유럽 민간 기업들은 수십 기에서 수백 기 수준의 위성을 띄워 지구 전역을 짧은 주기로 촬영하고 데이터 서비스를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다듬고 있다. 국내에서는 초소형군집위성이 이 흐름에 대응하는 대표 전략 사업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발사 서비스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이번처럼 해외 발사체의 기술적 이슈가 전체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해졌다.
전문가들은 발사 일정 지연 자체보다는 통신 문제의 성격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지상국 시스템과 발사체, 위성 간 연동은 향후 한국형 발사체와 자체 위성을 함께 운영하는 단계에서도 반복적으로 마주칠 기술 과제이기 때문이다. 우주항공청은 “통신 이상 구간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발사 일정과 운용 전략을 보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우주 산업계는 초소형군집위성 검증기가 예정된 기간 안에 궤도에 안착해 계획된 시험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발사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군집운영 기술과 고빈도 관측 서비스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기술 완성과 발사 일정 관리, 그리고 민간 활용 시장 개척이 한국 초소형위성 산업의 다음 단계 성장을 가를 잣대가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