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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두백신 균주 MAV06 WHO 등재 GC녹십자 글로벌 입지 확대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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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두 예방 백신 균주가 세계보건기구의 공식 지침에 포함되면서 국내 백신 기업의 글로벌 위상이 한 단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GC녹십자가 자체 개발해 상용화한 수두백신 균주 MAV06이 세계 공중보건 정책의 기준 문서로 통하는 WHO Position Paper에 등재되며, 다국적 제약사의 OKA 계열 수두백신과 동등한 국제적 평가를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세계 각국의 백신 조달 정책과 공급망 전략에서 한국산 균주 기반 백신의 활용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는 분기점으로 보는 분위기다.

 

GC녹십자는 MAV06 균주 기반 수두백신 배리셀라주가 WHO Position Paper 최신 개정판에 공식 반영됐다고 밝혔다. WHO Position Paper는 WHO 면역 전문가 전략자문그룹 SAGE의 과학적 검토와 논의를 거쳐 발간되는 문서로, 각국 보건당국이 예방접종 정책을 설계할 때 참조하는 최상위 권고 기준에 해당한다. 특정 백신이나 균주가 이 문서에 명시된다는 것은 안전성과 유효성, 면역 원리와 임상 데이터가 국제적으로 검증됐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MAV06은 GC녹십자가 개발한 수두 생백신 균주로, 그동안 국내외에서 상용 제품 배리셀라주를 통해 접종이 이뤄져 왔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일본에서 개발된 OKA 계열 균주가 다국적 제약사의 수두백신에 폭넓게 사용돼 왔는데, 두 균주의 면역 효과와 안전성을 직접 비교하는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동등성 평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라 있었다. 특히 이번 WHO Position Paper는 MAV06 기반 백신을 OKA 기반 글로벌 백신과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동일 접종 스케줄 내에서 상호 교차 사용이 가능하다고 명시해 기술적·정책적 기준을 명확히 했다.

 

WHO는 수두백신 접종에서 2도즈 요법을 권고해 왔는데, 접종 일정의 첫 번째와 두 번째 도즈에서 서로 다른 제조사의 백신을 사용해도 되는지 여부가 현장의 중요한 실무 쟁점이었다. 최신 Position Paper는 MAV06 기반 백신과 OKA 기반 백신의 교차 처방을 공식 인정했다. 이에 따라 한 도즈를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의 OKA 계열 백신으로 맞은 이후, 나머지 도즈를 GC녹십자의 배리셀라주로 접종하는 방식이 정책상 허용 범위 안에 들어가게 됐다. 백신 균주 단위에서 교차 접종 가능성이 문서로 명확해졌다는 점에서, 향후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 설계와 조달 입찰 조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기술적·정책적 인정은 백신 공급망 안정 전략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수두백신 시장은 특정 소수 균주와 이에 기반한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생산 차질이나 원료 공급 변동이 발생할 경우 국가 예방접종 프로그램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MAV06 기반 백신이 OKA 계열과 동등한 대체 옵션으로 공식 인정되면서, 어느 한 균주에 생산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균주 기반 백신으로 수급을 전환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이는 WHO와 각국 보건당국이 중시하는 백신 공급 다변화와 리스크 분산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시장 측면에서는 글로벌 조달 플랫폼에서의 경쟁 구도가 새로 짜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GC녹십자는 MAV06의 WHO Position Paper 등재를 계기로 PAHO가 운영하는 글로벌 백신 공동 조달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PAHO 조달 시스템은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을 중심으로 백신을 대량 구매하는 구조여서, WHO 문서에 명시된 균주와 제품은 입찰 참여와 채택 가능성에서 상대적 우위를 얻는 경우가 많다. MAV06 기반 배리셀라주가 OKA 계열 백신과 동일한 정책적 지위를 확보하면서, 중남미 등 신흥국 시장에서 국산 균주 기반 제품의 선택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글로벌 수두백신 시장은 그동안 OKA 계열 균주 중심으로 형성돼 왔고, 미국과 유럽 다국적 제약사들이 장기간 기술 우위를 유지해 왔다. 이에 비해 한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 기업들은 자체 균주 개발과 임상 데이터 축적을 통해 틈새 시장을 노리는 전략을 펼쳐 왔다. MAV06의 WHO Position Paper 등재는 이러한 후발 주자 전략이 국제 규범 수준까지 올라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실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서는 국가별 규제당국 허가, 입찰 조건 반영, 실사용 데이터 축적 등 여러 단계의 절차와 시간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규제 측면에서는 WHO 포지션 페이퍼가 각국 식약당국의 허가와 면역 정책에 주는 영향력도 주목된다. 많은 저소득·중소득 국가는 자국 내 전문 인력과 데이터가 제한된 상황에서 WHO 권고를 사실상 표준으로 채택해 왔다. MAV06 균주가 WHO 문서에 명시되면서, 일부 국가는 향후 국가예방접종사업 편입 심사에서 GC녹십자 백신을 보다 수월하게 검토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한 셈이다. 다만 실제 허가·급여 과정에서는 각국의 약가 체계, 우선순위 질환, 예산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속도와 범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MAV06 등재가 국내 백신 산업 전반에도 긍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정 감염병에서 국산 균주가 글로벌 기준 문서에 정식으로 이름을 올린 사례가 향후 다른 백신 파이프라인의 국제 공조와 임상 설계, 품목 등록 전략에 참고 모델이 될 수 있어서다. 동시에 WHO 차원의 교차 접종 인정이 늘어날수록, 단일 제조사 중심이 아닌 다수 기업이 참여하는 백신 생태계 구축이 중요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재우 GC녹십자 개발본부장은 MAV06 균주의 WHO Position Paper 등재가 세계 수두백신 공급 안정화에 의미 있는 이정표라며, 충분한 생산 여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요에 부합하는 공급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MAV06 기반 수두백신이 WHO 지침 등재 효과를 실제 조달 계약과 시장 점유율 증가로 얼마나 연결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이를 계기로 국산 백신 기술력이 다른 감염병 영역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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