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 항암제 패스트트랙…셀트리온, 폐암 신약 개발 가속 전망
항체약물접합체 ADC 기술이 공격적인 폐암 환자를 겨냥한 차세대 표적 항암제로 부상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ADC 기반 항암 신약 후보 CT-P70이 미국 식품의약국 FDA에서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으면서, 국내 바이오 기반 항암 파이프라인의 글로벌 진입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정을 ADC 분야 주도권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며, 셀트리온이 향후 다중항체와 결합한 복합 면역항암 전략까지 확장할 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한다.
셀트리온은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 중인 CT-P70이 FDA 패스트트랙 대상으로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은 기존 치료법만으로는 치료 효과가 불충분한 중증질환에서, 개발사와 FDA 간 임상 전 주기에 걸친 신속하고 긴밀한 협의를 허용하는 제도다. 통상 수년이 걸리는 항암 신약 개발에서 심사 절차를 단계별로 앞당겨 전체 개발 기간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통로로 꼽힌다.

패스트트랙에 지정되면 개발사는 FDA와의 상시 소통 채널을 통해 임상 설계, 용량 조정, 바이오마커 전략 등에 대해 조기에 합의할 수 있다. 더불어 우선 심사, 조건부 허가에 해당하는 가속 승인, 심사 문서를 제출 순서대로 검토받는 순차 심사 등의 혜택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항암제처럼 생존 기간과 직결되는 분야에서는 패스트트랙이 실제 시판 시점을 수년 앞당길 수 있는 제도적 수단으로 인식된다.
CT-P70은 항체약물접합체, 즉 특정 암세포 표면 항원을 인식하는 항체에 세포독성 약물을 화학적으로 결합한 형태의 표적 항암제다. 이번 후보물질은 폐암 중에서도 전이성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 가운데 cMET이라는 세포성장인자 수용체를 발현하고 과거 전신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고위험 환자군을 주요 대상으로 한다. 방사선이나 1차 표적치료, 면역항암제 치료 후에도 병이 진행된 환자들이 포함돼 미충족 수요가 큰 영역이다.
ADC의 작동 원리는 항체가 암세포 표면의 특정 수용체에 결합해 선택적으로 붙은 뒤, 내부로 유입되면서 결합된 세포독성 약물을 세포 안에서 방출하는 구조다. 기존 세포독성 항암 화학요법이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과 달리, ADC는 표적성이 높아 상대적으로 안전역이 넓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허셉틴 기반 유방암 ADC, HER2 저발현 환자까지 적응증을 넓힌 제품들이 앞다퉈 등장하면서, ADC는 면역관문억제제 이후 차세대 항암 축으로 부상했다.
CT-P70의 표적인 cMET 수용체는 세포 증식, 이동, 침윤을 조절하는 신호전달 경로의 핵심 분자로 알려져 있다. 여러 연구에서 cMET 과발현이 폐암, 위암, 간암 등 다양한 암종의 예후 불량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돼 왔다. 기존에도 cMET을 직접 억제하는 소분자 표적치료제가 개발됐지만 약물저항성과 제한적 반응률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ADC 형태의 CT-P70은 cMET을 표적으로 삼되 보다 강력한 세포독성 약물을 암세포 내부로 전달함으로써, 기존 표적치료제 대비 암세포 사멸 강도와 반응 지속기간에서 우위를 노리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셀트리온은 올해 3월 FDA에서 CT-P70의 임상시험계획 IND 승인을 받은 뒤,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 단계에서 실제 환자에게 투약을 진행하고 있다. 초기 임상 1상은 안전성, 내약성, 최대내약용량 등의 평가에 초점을 맞추지만, 패스트트랙 지정을 계기로 조기 효능신호에 대한 평가도 병행될 전망이다. FDA는 cMET 발현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가 기존 치료 옵션으로는 제한적인 효과를 보여왔고, CT-P70이 초기 개발 데이터에서 보인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패스트트랙 대상으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ADC 시장은 미국과 유럽 대형 제약사가 선점한 상태다. 미국에서는 이미 다수의 유방암, 림프종, 폐암 ADC가 시판 중이고, 중국에서도 국산 ADC가 폐암, 위암 영역에서 빠르게 허가를 늘리고 있다. 아직 국내 제약바이오사의 ADC 허가 제품은 제한적이지만, 글로벌 업체와의 공동개발, 기술이전 계약이 늘면서 후발주자로서의 추격이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로 축적한 생물학적제제 개발 역량과 대규모 생산 인프라를 바탕으로, ADC·다중항체 조합 항암제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글로벌 시장 진입을 노리는 구도다.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을 계기로 셀트리온은 FDA와의 신속 협의 채널을 활용해 CT-P70의 후기 임상 진입 시점을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다. 동시에 CT-P71, CT-P72, CT-P73 등 후속 ADC 및 다중항체 기반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패스트트랙을 신청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패스트트랙 지위를 복수 파이프라인에 적용할 경우, 임상 설계 표준화와 데이터 패키지 축적을 통해 플랫폼 형태의 신속 개발체계를 구축할 수 있어, 전체 항암 파이프라인 개발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셀트리온은 연말까지 CT-P70을 포함한 4개 신약 후보를 임상 단계에 진입시키고, 2027년까지 임상 진행 중인 10개 이상을 포함해 총 20개 규모의 신약 파이프라인으로 확대한다는 중장기 청사진을 제시했다. 자가면역질환과 종양 분야를 양축으로 삼되, ADC와 다중항체 등 고난도 기술 기반 항암제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제약사가 시판 중인 ADC의 연매출이 개별 품목 기준으로 수조원대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매출 구조와 기업가치 모두에서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패스트트랙은 허가를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라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절차적 우대에 가깝다. 임상 2상과 3상에서 유의미한 생존기간 연장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입증하지 못하면 중단이나 적응증 축소 가능성도 상존한다. 면역관문억제제, 기존 표적치료제, 기존 ADC와의 병용·순차요법 전략, 경쟁 약물 대비 우월성 입증 설계 등도 과제로 남는다. 미국과 유럽에서 강화되는 항암제 실질 임상혜택 요구 기준에 맞추기 위해, 전체 개발 전략 고도화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CT-P70이 실제 후기 임상 단계까지 순조롭게 진입할 경우, 국내 바이오기업의 ADC 개발 수준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본다. 한 종양학계 전문가는 고위험 전이성 폐암 환자에서 새로운 조합요법의 필요성이 크다며, cMET 표적 ADC가 의미 있는 생존 개선 데이터를 제시한다면, 향후 다양한 암종에서 ADC와 면역항암제, 다중항체 병용 전략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산업계는 CT-P70을 시작으로 셀트리온의 ADC 파이프라인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향후 임상 데이터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