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한 국내시장 구축 가속”...중국, 내수 확대·완화적 통화정책 지속 전망
현지시각 기준 8일, 중국 중난하이(Beijing)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내년 중국 경제 운용의 큰 방향이 제시됐다. 지도부는 내수 확대를 경제 전략의 전면에 내세우고,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히며, 국제 경제 갈등 속에서 ‘강대한 국내시장’ 구축에 힘을 싣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이번 방침은 미국(USA)과의 전략 경쟁,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성장과 안보를 동시에 추구하려는 맥락에서 나왔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총서기가 주재한 이날 중앙정치국 회의는 내년 경제 업무를 분석·연구하는 자리에서 내년 경제 기조를 ‘고품질 발전’과 ‘온중구진(안정 속에서 진전을 도모하는 기조)’으로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회의는 거시정책에 대해 “더 적극적이고 역할을 하는 거시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못 박으면서, 정책의 선견성·지향성·협동성을 강화해 내수 확대와 공급 측면의 최적화를 동시에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중앙정치국은 특히 내수 주도 성장 전략을 분명히 하며 ‘강대한 국내 시장’ 구축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지역별 여건에 맞춘 ‘인의제의’ 신품질 생산력 육성을 강조하고, 전국 통일 대시장 건설을 한층 심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미중 디커플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대외 의존도 축소, 초대형 내수 시장 강화, 산업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해 왔으며, 이번 회의는 이러한 방향을 재확인한 셈이다.
회의는 경제 안정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중앙정치국은 정책 당국에 지방정부 부채 등 중점 영역의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예방·해소하고, 취업과 기업 운영, 시장 안정, 기대 관리에 힘쓸 것을 요구했다. 이는 부동산 경기 둔화, 지방정부 재정 악화, 청년 실업 등 누적 리스크를 통제하면서 성장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도부의 인식을 반영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정과 통화정책 운용과 관련해 중앙정치국은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적절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계속 실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경기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 변동을 보완하는 역주기조절과 함께, 단기 부양에 머무르지 않고 장기적인 성장 구상을 고려하는 과주기조절을 모두 강화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인프라 투자, 세제 지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면서도 과도한 부양책에 따른 부채 팽창은 억제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회의는 국내 과제와 더불어 ‘국제 경제 투쟁’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중앙정치국은 국내 경제 공작과 국제 경제 투쟁을 유기적으로 통합하고, 발전 목표와 안보 과제를 함께 고려하는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술 수출 통제, 관세·비관세 장벽, 산업 보조금 논란 등에서 서방과의 마찰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정책을 외교·안보 전략과 연계해 운용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서방 주요 매체들은 중국 지도부가 내수 강화와 대외 갈등 관리라는 이중 과제를 동시에 추진하려 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민생 안정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중앙정치국은 연말을 맞아 생활 필수품 공급을 차질 없이 보장할 것을 주문하며, 물가와 공급망 관리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또한 기업의 미지급 대금과 농민공 임금 체불 문제를 해소하는 데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공은 중국 도시 산업과 서비스 부문의 핵심 노동력이자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임금 체불 문제는 사회 불만과 지역 갈등의 뇌관으로 지목돼 왔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기조가 단기 경기 부양과 구조개혁, 리스크 통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다목적’ 조합이라고 평가한다. 내수 확대, 통일 대시장, 신품질 생산력 육성 등은 중장기적으로 산업 경쟁력과 기술 자립을 겨냥한 정책인 동시에, 단기적으로는 고용과 소비를 지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방정부 부채와 부동산 부문 구조조정, 외국인 투자 위축 등 복합적 도전 요인이 여전해 정책 효과가 어느 정도로 발휘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중국의 내년 경제 정책 기조는 이날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제시된 내용을 토대로 이달 열릴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중국이 예고한 내수 확대와 완화적 통화정책이 실제로 어떤 구체적 조치로 이어질지, 그리고 글로벌 경기와 공급망 재편 구도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