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수익도 증권으로 투자”…뮤직카우, 예탁결제원 우수고객 선정
음악 저작권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금융 상품이 전통 금융 인프라 안으로 빠르게 편입되고 있다. 음악투자 플랫폼 뮤직카우가 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2025년도 우수고객에 선정되면서, 조각투자 자산을 자본시장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안전하게 유통시킬지에 대한 하나의 준거 모델이 부상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자산과 실물 저작권을 연결하는 이 구조가 향후 금융투자업 인가와 조각투자 제도화 국면에서 의미 있는 선행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뮤직카우는 12일 자사 금융 상품 구조 혁신과 전자등록 체계 구축 성과를 인정받아 예탁결제원 2025년도 우수고객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뮤직카우는 2022년 금융당국으로부터 자사 상품에 대한 증권성 판단을 받은 이후, 투자자 보호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기존 음악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신탁수익증권 형태의 음악수익증권으로 전환하는 대대적인 구조 개편을 진행해 왔다.

핵심은 투자자가 보유하는 권리를 단순 플랫폼 이용 권한이 아닌 증권 형태로 재정의하고, 이를 기존 자본시장 인프라에 편입한 점이다. 고객 자금은 각자 명의의 증권 계좌를 통해 예치금 관리가 이뤄지도록 설계했고, 기초자산인 음악 저작권은 금융 신탁과 저작권 신탁으로 이중 신탁 구조를 만들어 플랫폼 자산과 엄격히 분리했다. 투자자가 보유한 수익증권과 실제 저작권 사이에 명확한 법적 장벽을 세워, 플랫폼 리스크와 자산 리스크를 분리한 셈이다.
음악수익증권은 신탁 설정 이후 전자등록기관인 예탁결제원을 통한 전자등록 절차를 거쳐야 최종 발행이 가능하다. 전자등록은 실물 증권 발행 없이 권리관계를 전산 상에서 기록해 소유권과 거래 이력을 관리하는 제도다. 기존 부동산펀드나 공모펀드 등 전통 금융 상품에 적용되던 인프라를 저작권 기반 수익증권까지 확장함으로써, 발행과 유통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뮤직카우는 2023년 9월까지 1084개의 음악수익증권에 대한 예탁결제원 전자등록을 완료하고 플랫폼을 재오픈했다. 저작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신탁 수익증권이 예탁결제원 전자등록 체계에 정식 편입된 것은 이 사례가 처음이다. 음악이라는 무형 자산이 예탁결제원 시스템에서 관리되는 증권으로 전환되면서, 향후 다른 형태의 디지털 저작권이나 엔터테인먼트 IP 기반 금융 상품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주목된다.
기술 구현 측면에서 보면, 뮤직카우 구조는 하나의 음악 콘텐츠를 중심으로 저작권 신탁, 금융 신탁, 전자등록, 투자자 계좌까지 이어지는 다단계 디지털 레이어를 가진다. 콘텐츠별 저작권 수익 흐름을 데이터로 수집하고, 이를 수익증권 단위로 쪼개 전자등록 시스템에 반영함으로써 매매와 보유, 배당 과정이 모두 전산으로 추적된다. 전통 주식이나 채권처럼 결제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어 조각투자 특유의 불투명성과 정산 지연 이슈를 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성 측면에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음악 IP 투자 수요와, 금융권의 디지털 자산 상품 다각화 전략이 맞물린 구조로 볼 수 있다. 투자자는 개별 곡이나 아티스트의 로열티 수익에 참여하면서도, 자본시장법상 증권 형태로 보호 장치를 갖춘 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분산 투자와 회수 가능성 측면에서 기존 P2P나 비인가 조각투자 상품 대비 제도권 편입 효과가 크다는 분석도 있다.
해외에서도 음악 IP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투자상품은 꾸준히 등장하고 있으나, 예탁결제원 전자등록과 같은 국가 단위의 중앙 인프라에 편입된 사례는 드물다. 미국과 유럽은 사모펀드나 전용 뮤직펀드를 통해 기관투자자 중심 시장이 형성된 반면, 국내에서는 개인투자자 대상 디지털 플랫폼이 전면에 서 있으면서 규제와 제도 설계의 난도가 높다. 이번 구조는 개인투자자 중심 조각투자 상품을 국가 결제 인프라와 결합한 점에서 차별화된 모델로 평가된다.
현재 정부와 국회는 조각투자 제도화를 위한 법제 정비를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은 공모 진입 기준과 투자자 보호 장치, 발행사 요건 등을 마련하고 있으며, 디지털 플랫폼이 발행과 유통, 수탁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향도 검토 중이다. 저작권을 이중 신탁으로 분리하고 예탁결제원 전자등록을 거치는 구조는 이러한 규제 방향과도 상당 부분 맞물려 있어, 향후 모범사례로 인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조각투자 플랫폼들이 금융투자업 인가와 공모 절차를 거치게 될 경우, 예탁결제원과 같은 중앙 인프라와의 연계 여부가 핵심 경쟁 요소가 될 것으로 본다. 디지털 자산을 얼마나 제도권 금융의 언어로 번역해 낼 수 있는지가 사업 지속 가능성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음악 저작권 같은 무형 자산도 전자등록과 신탁 구조를 통해 자본시장 인프라로 들어오는 흐름이 시작됐다며 디지털 IP와 전통 금융 인프라의 결합 속도가 향후 엔터테인먼트 금융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전망했다.
뮤직카우는 조각투자 제도화 이후 변화할 사업 환경에 맞춰 예탁결제원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추가 음악수익증권 라인업과 새로운 구조의 IP 금융 상품을 안정적으로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산업계는 이번 모델이 실제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유동성과 수익 구조를 보여줄지, 그리고 다른 디지털 자산 영역으로 확산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