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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에 쇼핑·예약까지…네이버 클립, MZ 잡고 커머스 확장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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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영상을 보다가 바로 쇼핑과 예약으로 이어지는 숏폼 커머스가 콘텐츠 소비 방식을 바꾸고 있다. 네이버가 전면에 내세운 숏폼 플랫폼 클립은 검색과 영상 시청, 상품·장소 탐색, 결제·예약까지 한 화면 안에서 이어지도록 설계돼 MZ세대를 중심으로 파급력이 커지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클립을 검색 기반 플랫폼과 숏폼 동영상, 커머스를 결합한 복합 비즈니스 모델로 보고 있으며, 향후 국내 쇼핑·로컬 예약 시장 경쟁 구도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네이버에 따르면 클립의 성장 속도는 올해 들어 더욱 가팔라졌다. 2024년 11월 기준 클립 재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5배 늘었고, 영상과 게시물을 합친 전체 콘텐츠 생산량도 2배 증가했다. 9월부터는 일일 평균 이용자가 1000만 명을 넘겼다. 특히 핵심 타깃층인 10~30대가 뚜렷하게 늘었다. 2024년 3분기 기준 10~30대 방문자 수는 2023년 1분기보다 70% 증가했고, 체류 시간은 202% 뛰어 서비스 충성도도 함께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클립은 2023년 8월 숏폼 전용 서비스로 출발했다. 초창기에는 수십 초 분량의 짧은 영상에 집중했지만, 2024년 8월부터는 이미지와 글 게시도 허용하면서 포맷을 확장했다. 현재는 K팝, 패션, 뷰티, 스포츠, 연예, 음식, 여행, 일상 등 다양한 주제의 콘텐츠를 검색과 피드 기반으로 소비할 수 있다. 기존 숏폼 플랫폼이 개별 앱 안에서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클립은 네이버 검색과 블로그, 스마트스토어, 예약, 오픈톡 등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특징이다.

 

클립의 핵심에는 검색과 연계된 AI 추천 알고리즘이 있다. 이용자가 입력한 키워드뿐 아니라 구독 채널, 연령, 성별, 과거 시청 이력 등 이용 행태 데이터를 학습해 맞춤형 콘텐츠를 실시간 추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광안리 소품샵, 강릉 커피거리처럼 지역 기반 키워드를 입력하면 해당 장소의 실제 풍경과 매장, 체험 후기를 담은 숏폼 영상이 연달아 노출된다. 봄브라이트, 가을뮤트 같은 스타일 키워드 검색 시 퍼스널 컬러에 적합한 뷰티·패션 영상이 우선 추천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숏폼 특성상 몇 초 안에 관심 여부가 갈리는 만큼, 알고리즘이 빠르게 성향을 파악해 비선호 콘텐츠를 걸러내고 선호 카테고리 비중을 높이는 구조다.

 

특히 정보 태그 기능이 쇼핑·예약과의 결합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다. 크리에이터가 영상에 장소, 상품, 행사명 등을 태그로 달면 이용자는 별도 검색 없이 해당 태그를 눌러 네이버 플레이스, 스마트스토어, 블로그, 오픈톡 등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부산 여행 숏폼을 보면서 숙소 예약 페이지, 맛집 플레이스 정보, 굿즈 판매 스토어까지 한 번에 이어지는 식이다. 이용 행로가 외부 사이트로 이탈하지 않고 네이버 내부 서비스에서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면서, 숏폼이 곧 검색 결과이자 커머스 진입로가 되는 구도를 노린 셈이다.

 

창작자 생태계 확대를 위한 기술·수익 인센티브도 함께 강화되는 분위기다. 네이버는 광고 인센티브 프로그램과 클립 크리에이터 스쿨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와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AI 하이라이트 기능으로 주요 장면을 자동 편집해 주고, 비전스테이지 기술로 가상 배경을 현실감 있게 구현해주는 등 제작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도구도 확대했다. 짧은 영상 하나를 만들 때 필요한 촬영·편집·후반 작업 시간을 줄여 더 많은 크리에이터를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글로벌로 보면 숏폼 플랫폼은 이미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등 강자가 선점한 시장이다. 이들 서비스도 쇼핑 태그, 라이브 커머스, 지역 기반 추천을 강화하며 광고와 거래 수수료 수익을 동시에 노린다. 네이버 클립은 동영상 엔터테인먼트 경쟁만으로는 승부가 어렵다는 판단 아래, 검색과 지도, 예약, 쇼핑 등 기존 강점을 숏폼에 결합하는 방향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사용자가 장소 이름과 키워드를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검색하는 패턴이 이미 정착돼 있는 만큼, 검색 결과 상단에 노출되는 클립 영상이 새로운 트래픽 허브가 될 여지도 있다.

 

다만 숏폼 기반 커머스 확장은 이용자 데이터 활용과 광고 노출, 알고리즘 투명성에 대한 논의도 수반할 수밖에 없다. 이용자 맞춤형 추천이 고도화될수록 어떤 데이터가 어떤 기준으로 활용되는지, 쇼핑·예약 연계 콘텐츠와 일반 추천 콘텐츠가 어떻게 구분되는지에 대한 설명 책임 요구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청소년과 20대 비중이 큰 서비스 특성상 과도한 상업적 유도나 과소비 조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뒤따를 여지도 있다.

 

네이버는 우선 이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숏폼-검색-커머스 간 연결성을 넓혀가면서도, MZ세대 취향을 반영한 큐레이션을 지속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클립에서 이용자들이 방문한 장소나 맛집, 페스티벌, 영화제 등 오프라인 행사 정보를 태그로 남기고 공유하는 패턴이 늘어나 MZ세대 관심을 끌고 있다며, 연말 시즌에는 크리스마스 가볼 만한 곳, 연말 룩 등 10~30대 선호 주제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모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포털 기업이 숏폼을 전면에 내세워 커머스와 로컬 비즈니스를 묶는 사례가 본격화된 만큼, 동영상 플랫폼과 이커머스, 로컬 서비스 간 경계도 더욱 흐려질 전망이다. 산업계는 네이버 클립이 단기간 인기 서비스에 그칠지, 검색과 쇼핑을 잇는 새로운 트래픽 축으로 안착할지에 따라 국내 디지털 커머스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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