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최대 1%p 더 내릴 수 있다”…월러, 미 연준 완화 기조 속도 조절 전망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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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18일 뉴욕(New York)에서 미국(USA) 통화정책의 핵심 인사인 크리스토퍼 월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지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번 발언은 경기 둔화와 고용 약화가 겹친 상황에서 나와 국제 금융시장의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18일, 월러 이사는 뉴욕에서 열린 ‘예일 CEO 서밋’에서 현재 정책금리가 중립금리보다 상당 폭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하며 추가 인하 필요성을 제기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그는 “우리는 아마도 중립(금리)에서 50~100bp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금리 인하) 여지가 있고, (금리를) 더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중립금리는 경기 과열도 둔화도 유발하지 않는 이론상 적정 금리 수준을 의미한다.

‘연준 의장 후보’ 월러, 기준금리 최대 1%p 추가 인하 여지 시사
‘연준 의장 후보’ 월러, 기준금리 최대 1%p 추가 인하 여지 시사

다만 월러 이사는 통화정책 조정 속도에 선을 그으며 완만한 인하를 선호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서둘러 낮출 필요는 없다”며 “정책금리를 중립금리를 향해 점진적으로 내려가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언급은 추가 완화 가능성을 열어두되, 급격한 금리 인하로 시장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고용 상황에 대한 진단도 이번 발언의 중요한 배경으로 거론된다. 월러 이사는 미국 노동시장이 약화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일자리 증가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이는 건강한 고용 시장이 아니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 속에서 고용이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점을 통화정책 조정의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고용지표가 급변하는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월러 이사는 “고용 시장이 급격히 붕괴하거나 벼랑 끝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계속 약해지고 있을 뿐”이라며 “따라서 우리는 (금리 인하를) 점진적인 속도로 진행할 수 있다. 극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는 완만한 추가 인하가 가능하지만, 대규모 긴급 부양책을 동원할 시점은 아니라는 인식으로 읽힌다.

 

물가 측면에서 월러 이사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여전히 잘 앵커링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치솟고 있다는 어떤 증거도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추가 금리 인하가 물가 불안을 촉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물가와 고용이라는 연준의 이중 목표를 모두 고려할 때, 현재는 완만한 완화에 무게를 둘 수 있는 환경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 인선을 위한 면접 일정을 조율하는 가운데 나와 정치적 맥락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현재 유력 후보로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언급돼 왔으며, 월러 이사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유력 주자군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차기 의장 구도가 향후 정책 기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월러의 최근 메시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연준은 경기 둔화에 대응해 지난해 9월부터 세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25bp씩 인하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정책금리는 연 3.50~3.75% 범위에 머물고 있다. 월러 이사의 설명대로 중립금리가 이보다 0.50~1.00%포인트 낮은 수준에 위치해 있다면, 정책금리와 중립금리 간 괴리를 축소하기 위한 추가 인하 여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판단은 향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완만한 추가 인하 논의를 뒷받침할 수 있다.

 

국제 금융시장은 연준 내부 핵심 인사가 중립금리 수준을 근거로 추가 완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FT를 비롯한 주요 매체는 월러의 발언이 연준의 완화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동시에, 속도 조절을 예고한 것으로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고용 둔화와 인플레이션 기대 안정이라는 조합이 금리 인하의 명분을 제공하지만, 시장 충격을 피하려는 연준의 점진적 접근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다만 금리 조정 속도를 둘러싼 논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월러가 고용 붕괴와 인플레이션 재가열 가능성을 동시에 낮게 보면서도 극단적 조치를 부정한 만큼, 연준 내 매파·비둘기파 간 견해 차가 향후 회의에서 다시 표면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통화정책이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정치적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연준이 데이터에 기반한 점진적 인하 기조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향후 FOMC 회의에서 월러의 시각이 어느 정도 정책 결정에 반영될지, 또 차기 연준 의장 인선 결과가 완화 속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국제 금융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번 발언 이후 연준이 실제로 어느 시점, 어느 폭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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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월러#연준#fo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