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로 직원 관리”…대웅제약, 건강친화기업 인증
사내 디지털 헬스케어 인프라가 제약업계 인사 전략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대웅제약이 데이터 기반 건강관리 시스템과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결합한 사내 플랫폼을 앞세워 정부의 건강친화기업 인증을 확보하면서, 인력 경쟁력이 곧 기술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바이오 산업 특성상 유사 모델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헬스와 인사 관리의 결합을 조직 생산성 경쟁의 새로운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이 나온다.
대웅제약은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주관하는 2025 건강친화기업 인증을 획득했다고 17일 밝혔다. 건강친화기업 인증제도는 국민건강증진법 제6조의2를 근거로 2022년 도입된 제도로, 직장 내 건강친화적 환경, 직원 건강관리 제도, 임직원 만족도 등 건강경영 전반을 평가해 모범 운영 기업을 선정한다. 올해 인증에서 대웅제약은 디지털 헬스케어를 접목한 맞춤형 건강관리 체계를 구축한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적 차별점은 사내 운동 프로그램과 디지털 장비, 대사건강 플랫폼을 통합 운영하는 구조에 있다. 대웅제약은 전문 헬스케어 기관인 힐리언스 코어운동센터와 2015년부터 협력해 근골격계 질환 예방에 초점을 맞춘 대웅지킴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프로그램은 장시간 좌식 근무에서 흔히 발생하는 거북목, 라운드 숄더, 허리 통증, 골반 불균형 등 근골격계 이상을 개선하는 그룹운동과, 개인의 체형·통증·운동 목적을 정밀 분석하는 1대 1 맞춤운동으로 구성된다.
특히 1대 1 프로그램은 통증 부위와 근육 불균형을 평가해 맞춤 처방 운동을 설계하는 방식으로, 재활의학 기반 운동치료 모델을 사내에 이식한 구조에 가깝다. 대웅제약 측은 세밀한 코칭을 통해 단기 성과보다는 지속 가능한 운동 습관 형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체계 덕분에 임직원 만족도 조사에서 2년 연속 최고등급 S를 기록해, 단순 복지 프로그램을 넘어 인력 유지 및 몰입도 제고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내 건강관리실은 디지털 헬스케어 허브 역할을 한다. 회사는 반지형 자동 혈압측정기 카트비피 프로와 웨어러블 심전도 장치 모비케어를 도입해 혈압·맥박·심전도 등 주요 생체 신호를 상시 점검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자동화 장비와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사무실 수준에서 대사·순환기계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는 구조로, 고혈압 전단계나 부정맥 등 초기 증상을 놓치는 기존 사내 보건관리의 한계를 줄인 것이 특징으로 평가된다.
모비케어는 일상생활 중 심박 리듬을 연속 측정해 맥박 불규칙, 과다 빈맥, 서맥 신호를 탐지할 수 있는 기기다. 병원 방문 시점에만 데이터를 확보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실제 근무 환경과 생활 패턴에서 발생하는 심전도 변화를 장기간 수집할 수 있어 무증상 상태에서도 위험 신호를 인지하는 데 유리하다는 점에서, 디지털 헬스 산업의 핵심 영역인 연속 모니터링 모델을 사내에 적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대사질환 관리 영역에서는 디지털 플랫폼 웰다를 도입했다. 웰다는 체지방률, 평균 혈당, 복부둘레 등 객관적 바이오메트릭 지표를 바탕으로 대사 건강을 개선하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다. 체중 수치만을 기준으로 하는 기존 다이어트 중심 프로그램과 달리, 혈당과 체지방, 복부 비만 같은 당뇨·심혈관질환 선행 위험인자를 동시에 관리하는 구조로,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장기적인 대사 건강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웅제약은 건강검진 결과상 관리가 필요한 직원과 스스로 건강관리에 적극적인 임직원을 대상으로 2023년 12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웰다 기반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했다. 회사에 따르면 참여자들은 공복혈당이 평균 12mg/dL 낮아졌고, 체지방률 0.7% 포인트 감소, 복부둘레 4.9cm 감소를 기록했다. 대사 지표 전반에서 개선이 관찰되면서, 디지털 기반 맞춤 개입이 직장인 대사증후군 관리에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이미 임상 데이터와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디지털 헬스 솔루션을 외부 환자 시장에 공급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대웅제약의 사례는 반대로 이러한 기술과 노하우를 먼저 내부 인력 건강에 적용해 검증한 뒤, 향후 B2B나 B2C 헬스케어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모델로 주목된다. 글로벌 빅파마가 사내 건강 프로그램 데이터를 활용해 디지털 치료제나 웰니스 앱의 초기 근거를 쌓는 흐름과 유사한 방향이다.
정책 측면에서 건강친화기업 인증은 공공 제도와 기업 건강경영을 연결하는 장치다. 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근로자 건강 증진을 기업 경영 전략의 일부로 끌어올리기 위해, 국민건강증진법에 근거한 평가·인증·인센티브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종처럼 고숙련 인력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서는 병가 감소와 생산성 유지, 인력 이탈 방지 효과가 직접적인 재무 성과와 연결될 수 있어, 건강친화 인증을 둘러싼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디지털 헬스 산업계에서는 직장인 대상 플랫폼이 향후 보험사, 기업 복지, 지역 의료기관과 연동되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수집한 건강 데이터와 공공 보건 시스템, 병원 EMR을 안전하게 연계할 수 있는 법적·기술적 프레임이 마련될 경우, 직장 기반 정밀 건강관리 서비스가 하나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여지도 있다. 반대로 개인정보보호와 데이터 활용 동의, 직장 내 건강 정보의 인사 활용 문제 등 규제·윤리 논의가 따라오지 못할 경우 성장 속도가 제약될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는 직원 행복을 위한 기준으로 출근의 심리적 부담 완화와 미래·건강 걱정 해소를 제시하며, 행복TF를 통해 관련 제도를 지속 개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인증을 계기로 건강친화 기업문화를 대웅그룹 내 50인 이상 전 사업장으로 확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제약업계에서는 디지털 헬스와 인사 전략을 접목한 대웅제약의 행보가 실제 생산성과 인력 경쟁력 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