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박물관 문화재 아무나 빌려갔다니"…이재명, 비정상 관리 질타하며 특권 의식 경고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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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 이후 공공기관 특권 관행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부상했다. 국가 박물관이 보관하는 문화재 관리 실태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문화재 유용 의혹이 정국의 쟁점으로 재부각되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가유산청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가 박물관 소장 문화재의 관리 체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수장고에 보관 중인 문화재를 언급하며 "아무나 들어가서 빌려 갔다는 설도 있다"고 말해, 그간 제기돼 온 고위층 대상 문화재 대여 관행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이 대통령은 먼저 "박물관이 공개해 관람 대상으로 정해둔 것 말고 수장하고 있는 문화재 문제에 국민들이 관심이 있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허민 국가유산청장에게 "빌려준 것은 다 돌려받았다고 하냐"고 질의하며 구체적인 회수 여부를 점검했다.

 

허민 청장이 문화재를 돌려받았다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확인은 확실히 된 것이냐. 하나는 깨졌다더라"고 재차 따졌다. 파손된 문화재에 대해 300만원의 배상 처리가 이뤄졌다는 설명이 나오자 그는 "깨지면 안 된다"고 지적하며, 금전 배상만으로 마무리된 처리 방식에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그렇게 사적으로, 비정상적으로 관리되는 건 문제 아니냐"고 꼬집었다. 공적 자산인 문화재가 개인적 목적이나 편의에 따라 취급되는 관행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날 발언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김건희 여사가 국가 박물관 소장 문화재를 무단 대여해 관저 등에 비치했다는 의혹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관저 등 권력 핵심부가 국가 소유 문화재를 사적 공간 장식용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은 그간 시민단체와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이 대통령은 고위 공직자와 권력 핵심 인사에게 적용되는 기준을 언급하며 특권 의식에도 경고음을 보냈다. 그는 "모든 행정은 국민의 눈에 맞아야 한다. 국장이든 장관이든 대통령이든 특권층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을 위한 합리적 필요가 있는 게 아니라면 당연히 동등하게 해야 한다"고 말해, 문화재 관리뿐 아니라 행정 전반에서 특혜와 예외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문화재 대여·관리 전반에 대한 전수 조사와 제도 개선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박물관 내부 승인 절차, 대여 기준과 대상, 파손 시 책임 범위와 배상 기준 등을 둘러싼 추가 점검 요구가 커질 가능성이 크다.

 

국회 문화 분야 상임위원회에서도 관련 의혹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와 증인 채택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야권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토대로 전 정권의 공공자산 사유화 문제를 집중 부각시키겠다는 태세고, 여권은 구체적인 사실 관계와 법적 근거를 따져 과도한 정치 공세라는 반론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가유산청을 중심으로 박물관 소장품 대여·관리 지침을 재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국회도 관련 상임위를 통해 문화재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제도 보완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강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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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김건희#국가유산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