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축산물 검사관리 강화”…식약처, 자가검사 위반 적발 촉각
축산물 안전관리를 위한 자율검사 제도가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며 한층 엄격해지는 흐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축산물 자가품질검사를 직접 수행하는 업체들을 정밀 점검해 법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 검사 항목 누락과 기록 미보관뿐 아니라 위변조 방지 시스템 미운영까지 드러나면서, 검사 전 과정의 디지털화와 인공지능 기반 모니터링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축산물 안전관리 고도화를 위한 디지털 전환의 분기점으로 보는 분위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7일 축산물 자가품질검사를 직접 실시하는 축산물가공업체와 식육포장처리업체 107곳을 대상으로 집중 점검한 결과, 축산물 위생관리법을 위반한 4곳을 적발해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점검은 8월 25일부터 11월 28일까지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진행됐다.

자가품질검사는 축산물가공업 영업자가 자신이 가공·판매하는 축산물이 가공기준과 성분규격에 맞는지 스스로 검사하는 제도다. 통상 미생물 검사, 잔류물질, 이물 혼입 여부 등 안전성과 직결되는 항목을 다루며, 검사기관에 의뢰하지 않고 자체 실험실과 장비를 활용한다. 식약처는 이 과정에서 기준 준수 여부뿐 아니라 검사 데이터의 신뢰성을 좌우하는 위변조 방지 체계까지 들여다봤다.
주요 위반 내용은 자가품질검사 일부 미실시 업체 2곳, 검사 기록서 2년 보관 의무를 지키지 않은 업체 1곳, 위변조 방지 기록관리시스템을 운영하지 않은 업체 1곳이다. 특히 기록관리시스템 미운영은 디지털 기반 추적 관리가 미흡하다는 의미로, 검사 결과를 나중에 수정하거나 누락해도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를 남긴다.
식약처는 식품의약품검사법에 따라 시험·검사기관에 검사를 의뢰하지 않고 직접 검사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점검을 진행했다. 검사 주기와 항목 준수 여부, 검사실과 장비·기구·시약의 보유·관리 상태, 부적합 제품 처리 절차, 검사방법의 타당성과 검사성적서 허위 작성 여부가 핵심 점검 항목이었다. 디지털 기록관리 체계는 일종의 전자 랩 자동기록 시스템과 유사한 개념으로, 검사 시점과 담당자, 측정값 변경 이력 등을 전산으로 남겨 위변조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다.
점검 과정에서 식약처는 자가품질검사 직접 실시 업체가 생산했지만 최근 수거·검사 이력이 없는 축산물 64건을 별도로 수거해 공인 시험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1개 제품에서 대장균군이 기준을 초과해 검출됐고, 해당 제품은 즉시 유통을 차단하고 폐기 조처됐다. 자가검사 체계에서 걸러졌어야 할 제품이 외부 수거검사에서 발견된 셈이어서, 검사 과정의 디지털 상시 모니터링과 인공지능 기반 이상 징후 탐지 같은 후속 대책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내외 식품·축산물 안전 분야에서는 이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검사 기록과 공정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기준을 벗어나는 패턴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시스템 도입이 확대되는 추세다. 유럽과 북미에서는 디지털 로그를 활용해 특정 설비, 특정 작업조에서 반복적으로 부적합이 발생하는지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설비 교체나 교육 강화 여부를 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위변조 방지 기록관리시스템은 이런 디지털 안전망의 최소 전제 조건으로 여겨진다.
국내 식품·바이오 업계에서는 자가품질검사를 둘러싼 규제 수준이 향후 디지털 전환 속도에 따라 한층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식약처가 축산물 분야를 시작으로 검사 전 과정의 전산화와 로그 관리, 클라우드 기반 저장, 인공지능 분석까지 요구 범위를 넓힐 경우, 검사 인력 의존도가 높은 기존 방식은 구조 조정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검사 자동화 장비와 SaMD 형태의 분석 소프트웨어, 실험실 정보관리시스템 같은 관련 IT 솔루션 시장은 확대될 여지도 있다.
식약처는 자가품질검사가 영업자가 가공·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실시하는 자율안전관리 제도인 만큼, 제도의 취지에 맞게 적정 운영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이 많이 소비하는 축산물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를 통해 보다 안전한 먹거리 환경이 조성되도록 관리 역량을 높여 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산업계는 이번 점검을 계기로 자율과 책임, 디지털 기술과 규제가 어떤 균형점을 찾느냐에 따라 축산물 안전관리 체계의 다음 단계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