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AI 국산 GPU로 교체하라”…中 메타X, 상하이 증시서 693% 급등에 자립 기대 확산

김서준 기자
입력

17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Shanghai) 커촹판(科創板·과창판) 증시에서 중국 GPU(그래픽처리장치) 업체 메타X 집적회로 상하이(MetaX)가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693% 폭등하며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공급망을 자국 기술로 재편하려는 중국 정부의 전략에 개인 투자자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중국 내 반도체·AI 자립 기대가 증시에 직접 반영된 모습이다. 이번 상장은 미국(USA)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의 국산 GPU 육성 구도가 본격적인 투자 테마로 부각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메타X 주가는 상하이 커촹판에서 상장 첫 거래일을 주당 829.9위안에 마감했다. 공모가는 104.66위안이었으며, 시초가는 공모가 대비 569% 오른 수준에서 형성됐다. 장중 한때 상승률은 755%까지 치솟는 등 거래 내내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고, 마감 기준 상승률이 693%에 달했다. SCMP는 메타X의 첫날 수익률이 2025년 들어 중국 본토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 가운데 첫 거래일 기준 세 번째로 높은 성과라고 전했다.

中 GPU업체 ‘메타X’ 상하이 커촹판 상장 첫날 693% 급등
中 GPU업체 ‘메타X’ 상하이 커촹판 상장 첫날 693% 급등

메타X는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42억 위안(약 5억9천만 달러)을 조달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메타X의 주가 흐름이 최근 10년 동안 중국에서 IPO 규모가 5억~10억 달러인 기업들 중 상장 첫날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고 분석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AMD 출신 인사가 2020년 창업한 메타X는 고성능 GPU 설계를 앞세워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AI 공급망 자립 전략의 핵심 수혜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급등은 이달 초 상장 첫날 425% 급등했던 또 다른 중국 GPU 업체 무어스레드(Moore Threads)의 사례에 이은 것이다. 무어스레드 IPO 당시 개인 투자자 청약 신청 물량은 배정 물량의 2천751배에 달했다. 메타X 공모에서는 이 기록을 웃도는 청약 열기가 나타났다. SCMP에 따르면 메타X 공모 개인 투자자 청약 경쟁률은 배정 규모의 2천986배에 달해 중국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GPU 관련 종목에 대한 투기적 수요와 국산 반도체 성장 기대가 동시에 분출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CMP는 메타X의 상장 성과 배경으로 중국 정부가 AI 서비스 운용에 필수적인 GPU를 국산 제품으로 교체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점을 꼽았다. 중국 정부는 미국 주도의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성능 GPU 설계와 생산 역량을 전략 산업으로 규정해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왔다. 이 같은 조치는 첨단 칩 통제 강도를 높여 온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의 기술 자립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미국 정부는 최근 엔비디아(Nvidia)의 일부 GPU 제품에 대한 대중 수출 제한을 다소 완화하는 조치를 내놨지만, 중국 내 투자자 사이에서는 국산 대체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중국 내 데이터센터와 빅테크 기업들이 AI 학습용 GPU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업체들이 성능과 생태계를 보완해 국산 GPU 점유율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메타X와 무어스레드 같은 신흥 기업들에 대한 투기적 매수세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화진증권(華金證券)의 리후이 애널리스트는 메타X에 대해 “중국 고성능 GPU 제조업계에서 선두 그룹에 속한다”며 “국산화 정책 기조에 따른 수혜를 온전히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AI·클라우드 인프라, 슈퍼컴퓨터, 자율주행 등 핵심 산업의 GPU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은 미국과의 기술 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인식과 맞물려 메타X를 비롯한 중국 GPU 관련주의 밸류에이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은 중국 본토 증시에서 나타나는 GPU 관련주의 급등세를 기술 경쟁 격화의 파생 현상으로 주목하고 있다. 월가 분석가들은 엔비디아와 AMD, 인텔 등 미국 기업이 여전히 글로벌 GPU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의 자국 업체 육성 기조가 지속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이 이원화돼 미국(USA)와 중국(China)을 축으로 한 ‘이중 생태계’가 강화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특히 미국의 수출 통제가 강화될수록 중국 고객사들이 국산 제품으로의 전환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는 커촹판을 기술 혁신 기업 전용 시장으로 육성해 반도체, AI, 바이오 등 전략 분야 기업 IPO를 적극 지원해왔다. 이번 메타X 상장과 같은 ‘상장 첫날 급등’ 사례가 반복되면서 혁신 기업에 대한 자금 조달 여건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는 반면, 투기성 버블과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도 병존한다. 일각에서는 기술력과 실적 검증이 충분치 않은 기업에 과도한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중국 당국이 추가적인 규제 및 심사 강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중국 내에서는 미국의 제재가 강화될수록 반도체와 AI 분야에서 국산화 속도가 오히려 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메타X와 무어스레드 같은 기업이 단기간에 글로벌 선두와의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다고 보면서도, 중국이 내수 시장 규모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중장기적 경쟁력을 키울 여지는 충분하다고 평가한다. 메타X 상장이 상징하는 중국 GPU 산업의 부상과 투자 열기가 향후 글로벌 반도체 패권 구도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김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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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x#무어스레드#엔비디아